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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4  통권 254호  필자 : 쑨양  |  조회 : 1486   프린트   이메일 
[선교나침반]
그날을 위해 참고 견뎌라


“발밑의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脚下的路不会是一马平川).”
정치·경제·외교 등 중국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솔직한 속내를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의 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2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74주년 국경절 리셉션 연설의 말미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4년 건국 65주년 기념 리셉션 연설에서 시 주석이 “우리 앞에는 아직 먼 길이 남아 있고 그 길은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시 주석의 집권 초기나 제3기 임기를 시작한 지금이나 중국의 앞날은 수많은 도전에 응전해야 하는 순간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G2국가로서 미국과 맞짱을 뜰 정도로 국가 위상이 높아졌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최대한 관리하고 제약해야 하는 상대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국익 앞에서는 중국은 제1의 경계 국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 점에서 내외부의 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노선을 추구하며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차단, 관리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2019년 국경절 때 톈안먼(天安门) 성루에서 열병식을 지켜본 뒤 “어떤 힘도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고 발언했던 시 주석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중국 정부가 수년간 내놓고 있는 각종 법적 조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8월 그동안 매달 발표했던 청년(16∼24세) 실업률을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고 깜짝 선언한 것을 볼 때 중국 정부가 신경써야 할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금융이 최대 아킬레스건이라는 전통적인 분석이 무색할 정도다. 중국 정부는 사회 변화에 따른 통계 기준 조정 필요성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청년실업률 미공개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청년실업률을 가리기 위한 조치라고 중국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6∼24세 청년실업률은 지난 3월 19.6%를 기록한 뒤 4월 20.4%, 5월 20.8%, 6월 21.3% 등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실업 상태에 있다는 것인데, 일시적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하면 실질 실업률은 46.5%에 이를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시 주석의 집권 이래 하나의 치적이었던 반부패운동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반부패운동을 벌여왔지만 그 뿌리까지 완전히 뽑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해임되거나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오지만, 올해 들어 부패 혐의로 낙마한 전현직 중국 고위 관료는 33명으로 지난해 해임된 전체 숫자보다도 많다. 지난 10월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의 반부패운동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중국공산당이 부패를 근절할 효과적인 방책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친강(秦刚) 외교부장이 한 달 이상 종적을 감춘 뒤 구체적인 이유가 적시되지 않다가 7월 25일 결국 면직됐고, 200만 인민해방군을 이끄는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이 지난 8월 29일 이후 공개석상에서 등장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리 부장의 신상에 대한 질문에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실각이 확실하다. 이는 인민해방군의 전략미사일을 담당하는 로켓군에 대한 반부패 조사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말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는 2017년 10월 이후 발생한 조달 관련 부패와 범죄 신고를 받는다는 통지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이래 로켓군 수뇌부(로켓군부사령관 류광빈(刘光斌), 로켓군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 상장, 로켓군정치위원 쉬중보(徐忠波) 상장)가 속속 물갈이·구속됐는데, 리 부장마저 사라졌다. 중국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军报)를 보면 군 간부의 현 상황을 유추 해석할 수 있다. 지난 9월 25일 해방군보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인민해방군 지도자들이 잘못된 사람과 어울리는 바람에 직위를 박탈당했다. 군 간부들은 위험과 유혹을 피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물리적인 격리를 선택해야 하고 특정 행사 또는 내외부 인사들과 식사 약속 등도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친강과 리상푸의 경우는 분명 달라 보인다. 친강 전 외교부장이 ‘생활방식(生活作风) 문제’로 해임됐다는 조사 결과가 국무원 산하 부장과 31개 성(省)·시·자치구 당서기·성장급 이상의 고위층에 회람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내에서 생활방식의 문제는 성적인 비행·비위를 의미한다. 

한편 ‘종교의 중국화’는 중국 대륙을 넘어 특별행정구인 홍콩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1일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인 세인트 존 대성당이 예배 도중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등 종교의 중국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앞서 홍콩 불교계는 지난 9월 28일 란타우섬의 포린사원에서 처음으로 국경절 국기 게양식을 진행했다. 2020년 7월 1일부터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뒤 ‘홍콩의 중국화’는 종교의 중국화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홍콩 SCMP의 10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세인트 존 대성당은 일요일이자 국경절인 이날 예배를 홍콩 ‘광둥화(广东话)’가 아닌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话)’로 진행하고, 예배 도중 오성홍기를 설교단 주변에 게양했다. 이는 지난 5월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인 캐논 피터 쿤 성공회교회 목사가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쿤 목사는 예배에서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기본적 존중을 표하는 방법이라고 강변했다. 국기 게양, 홍콩교회와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쿤 목사의 발언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140여 명이 참여했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홍콩의 중국화 완성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은 2019년 이래 중단됐던 국경절 불꽃놀이의 재개에서도 엿볼 수 있는 듯하다. 10월 2일 홍콩 공영방송 RTHK(Radio Television Hong Kong) 등에 따르면 10월 1일 오후 9시부터 홍콩 빅토리아 하버에서 23분간 펼쳐진 국경절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홍콩 경찰 추산 43만 명 이상이 운집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이날 1,8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1억 원) 상당 3만 발 이상의 불꽃이 쏘아 올려졌다고 보도했다. 

오픈도어 영국 및 아일랜드 지부는 지난 9월 16일 크리스천투데이(Christian Today)에 ‘누가 밍을 보고 있나? 중국의 디지털 감시’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전 세계 CCTV 카메라의 54%가 중국에 있고, 자국뿐 아니라 타국의 신앙인들까지 감시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들(중국 정부)은 여러분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휴대폰에서 본 것, 온라인에서 검색한 것, 사람들을 만나러 갔던 시간을 알고 있다. 여러분의 움직임은 거리의 카메라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감시되고 있다”고 했다. 오픈도어의 가레스 월리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감시받는 도시 10곳 중 9곳은 중국에 있다. 한 도시에는 주민 1천 명당 거의 120대의 카메라가 있다. 얼굴, 민족은 물론 정신적·감정적인 상태까지 식별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디지털 기술의 폭발적 발전은 중국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생활 내지 복음전도에 또 다른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성경과 신앙 교육자료를 소형 메모리칩으로 공유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 콘텐츠를 제한하고 감시하는 규정을 제정, 시행하고 있지만 기독교 콘텐츠와 메시지를 근본적으로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한과 도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중국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믿음을 굳게 지키면서 일상에서 신앙인의 본분을 지키면서 동역자들과 함께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활동장소 관리조직의 구성원은 다음 기본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 조국을 사랑하고 중국공산당의 영도와 사회주의 제도를 지지할 것”(제27조 1항).

“해외 세력의 지배를 받으며, 임의로 해외 종교단체 또는 기관의 임명을 수락하며, 기타 종교의 독립 및 자주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 관련 국가 규정을 위반하여 국내외 기부금을 수락하는 행위. 불법 종교조직에 참가하거나 불법 종교 활동에 종사하거나 불법 종교 활동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 허가되지 않은 종교활동장소 밖에서 열리는 종교활동을 조직하고 주관하는 것.”(제29조 4∼7항).

“종교활동장소 관리조직은 다음 직책을 수행해야 한다. 종교공민이 조국을 사랑하고 중국공산당의 영도를 지지하며,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실천하고, 중국 종교의 중국화 방향을 견지하며 헌법, 법률, 법규, 규칙 및 종교사무 관리에 관한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단결하고 교육할 것”(제30조 1항). 

“종교 활동을 전개하는 종교활동장소는 국가의 법률, 법규 및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설교 내용은 중국의 국가 상황과 시대적 특성에 적합해야 하며,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통합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실현해야 한다”(제39조).
 
지난 9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국가종교사무국령 제19호 ‘종교활동장소관리방법(宗教活动场所管理办法)’은 중국교회와 중국 기독교인이 법 테두리 안에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 형제들은 무한한 사랑과 충성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결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서로에 대해서만 생각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들의 필요를 살피면서 그들을 섬겼습니다. 그러고는 그들과 함께 이생을 조용히 행복하게 하직했습니다. 이웃의 질병을 자신이 짊어지고 그들의 아픔을 기쁘게 받아주다가 이들도 환자들로부터 병이 전염되었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간호하고 돌보다가 (…) 그들 대신 자신들이 죽었습니다. (…) 우리 형제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형제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많은 장로와 집사, 평신도가 위대한 경건과 강인한 신앙의 결과로써 이러한 모습으로 죽었을 때, 이것은 모든 면에서 순교의 죽음에 필적한다는 칭송을 얻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주교인 디오니시오스가 쓴 목회서신의 일부 내용입니다. 

AD 251년경, 로마제국에 두 번째 역병이 돌았을 때 살기 위해 사람들은 심지어 병든 가족마저 내팽개치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역병이 창궐하는 도시에 남아 역병에 걸린 사람들을 간호하다가 역병에 걸려 함께 죽는 길을 선택했다. 디오니시오스의 목회서신은 당시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잘 묘사해준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고난과 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공적인 공간으로 나와 사랑, 자비, 정의,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하나님 말씀의 핵심 정신과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결국 로마제국 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성경적 제자도의 본질은 타자에 대한 섬김과 희생이다. 마가복음은 제자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첫째,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막 8:34). 둘째, 가장 낮은 자리에서 모든 사람을 기꺼이 섬겨야 한다(막 9:35, 10:43-44).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마가복음 10장 45절은 이에 대해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 기독교인이라면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고 복음에 역행하는 반복음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오해받거나 상처받을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섬김과 희생의 삶을 추구할 때 중국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길은 복음을 말이 아니라 보여주는 데 있다. 하나님의 때는 참고 견디며 적더라도 일상의 열매가 계속 이어지는 결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유혹과 부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중국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오늘은 내일을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 | (위) 
https://u3psprayer.tistory.com/400 (아래) 픽사베이
쑨양 | 중국인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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