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2.jpg)
세계 경제를 반영하듯 지금 한국은 푸어족(poor族)으로 넘쳐난다. 가난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poor'는 한국에서 놀라운 조어력을 발휘하고 있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 렌트푸어, 웨딩푸어, 스펙푸어, 실버푸어, 타임푸어, 메디컬푸어 등등.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증가한 푸어족은 경제 보리고개를 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개혁개방이후 계속하여 높은 경제 성장률을 나타내는 중국에도 房奴, 车奴, 卡奴, 婚奴, 孩奴와 같이 경제 약자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계속 출현하고 있으며 이를 모방해서 만들어진 확대된 개념의 신조어도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奴’로 파생되는 단어는 푸어족(poor族)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어딘가에 묶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가 더 포함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회자되는 신조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45년 지금의 중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국유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 경영방침에 따라 중국 정부는 1998년까지 직장(单位)에서 직원들에게 집을 나눠주는 이른바 주택분배(分配住房)제도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1978년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농촌 인구의 도시이동제약이 완화되자 인구이동이 급격하게 일어나 1980년대 대도시 인구는 ⅓ 증가하여1) 도시화로 인한 주민의 거주 문제가 대두하였다. 경제논리가 받아들여지면서 주택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르게 되자 국가가 주택을 분배하는 획일된 주택공급정책에 변화가 일어난다.
실물 주택을 분배하는 대신 주택을 살 수 있도록 주택구매자금을 지원해(住房货币化) 주고 본인 소유의 주택에 대해 임대나 매매를 허용하는 (住房商品化) 등 몇 차례의 정책 논의와 실험적 시행을 거쳐 2000년에는 중국에서 국가주도의 주택분배정책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정부의 주택개혁정책으로 부동산 개인소유가 인정되면서 집을 소유한 개인이 점차 증가하게 되었고, 부동산 시장에 경제활동으로 인한 개인 수입의 증가로 잠재 구매력을 갖추게 된 수요자들이 적극 구매자와 투자자로 투입되면서 중국 부동산 경기는 전에 없는 성수기를 맞이하게 된다. 주택 형태도 단층집(平方) 중심이었던 주거용 건물이 아파트(楼房)로 확대되고 오피스텔(写字楼), 원룸(单间公寓), 주상복합아파트(商住房)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시설이 등장한다.
당시 중국의 주택분배정책 철회와 중국인들의 구매력 증가,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이 주택 구입에 대한 열망을 갖게 했고, 무엇보다 주택 구입이 재산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게 된다. 부동산 투기(炒房)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 주택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한다. 중국의 교육열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학 시간을 고려한 근거리배정 원칙으로 거주지에 따라 학군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위 좋은 학교로 자녀를 보내기 위해 학교 근처(学区)에 집을 얻거나 매입하는 수요가 늘면서 일부 유명학교 부근 부동산값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상승하게 된다.
또 시장 판세에 발 빠르게 적응한 일부 사람들이 주택을 많이 소유하게 되어 주택공급 불균형과 부의 편중현상이 심화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정부는 1가구 1주택을 기본으로 하고 다주택 소유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위장 결혼이나 위장 이혼도 불사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여유자금이 없는 일반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값이 오르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게 되는데 중국에서도 주택을 담도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사유제가 걸음마 단계였던 2001년 말 통계발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1977년의 32.55배에 달하는 5425억 9500만 위안으로 집계되었다. 2) 그런데 2012년에는 8조가 넘고, 2016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개인 주택담보 대출이 16조 5500억 위안으로 2015년에 비해 31%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3) 이는 2001년 금액과 단순비교만 해도 15년 동안 31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국가정책과 수요자들의 집에 대한 구매 의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어 주었으나 주택을 구입한 후 대출금상환 문제는 한국이나 중국 모두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월급의 일정 부분을 대출원리금으로 지출하고 가처분소득이 줄어 물질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바로 ‘房奴(fangnu)’다. 房奴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경제능력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의 주택을 구입함으로 인해 경제의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한다는 의미이다.
2011-2012년 대출금 부담은 수입의 20%를 넘지 않았지만, 2015년에는 28%로 오르고 2016년에는 수입의 40%를 대출원리금 갚는 데 사용하게 되었다. 4) 백 원을 번다고 할 때 40원을 대출원리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 조사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181만5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16.7%에 달한다. 5)
2017년에 들어와 중국중앙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나 중국에서 부동산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 목적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집에 대해 집착하는 전통이 강한 중국인들에게 내 집이 주는 ‘안정감’은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미주-------------------
1) 박인성, 중국의 도시화와 발전축, 한울, 2009, 125쪽.
2) http://business.sohu.com/82/84/article202428482.shtml
3) http://www.yinhang123.net/dkzs/xiangguandaikuan/172509.html
4) http://business.sohu.com/20160909/n468091254.shtml
5)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d=20170317002006&wlog_tag3=naver
사진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