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국에 나간 지 한 달이 다 되간다. 총회 세계선교부가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900명 가까운 선교사들 가운데 100명을 초청해서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한국교회의 선교의식을 일깨우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직전에 파리에서 열린PCKWM의 임원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국에 잠깐 들러서 선교전략회의(명성수양관)에 참석하고 곧바로 사역지로 돌아왔다. 교회를 개척하고 보니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선교지에 꼭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 혼자서 교회를 한 달 가까이 돌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 R교회 청년단기선교팀이 한 주간 동안 와서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그리고 R교회 청년단기선교팀을 잘 대접하여 보내고 난 직후였다. 나는 내 발이 허공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머리가 빙-- 돌고 어지럽기 시작했다. 오후 네 시부터 침대에 쓰러져서 거의 6시간을 깨어나지 못한 채 잠에 떨어졌다. 피곤이 쌓여서 이런 증세가 나타나겠거니 했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한국에 나가고 난 뒤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동네 슈퍼에서는 내가 늘 콩신차이(줄기 속이 빈 야채종류로써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함께 볶으면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나는 야채)를 한 단만 사 가니까, 직원은 나를 보면 으레 묻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콩신차이 있어요." 또는 "오늘은 콩신차이 없는데요." 한다. 혼자 있다 보니 반찬을 챙겨 먹기도 그렇고, 한 주간 내내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다 보면 시간이 별로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다. 그러다보니 남편이 없는데 구태여 고기를 챙겨 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병이 난 것이다. 국제전화로 내 상황을 전해들은 남편은 아마도 영양실조일 것이라고 했다.
한 달이 다 되어 남편이 한국교회 순회 사역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한국에서 잘 먹다가 들어와 보니 너무 비교가 된단다. 그래도 나는 남편이 돌아왔기에 반가운 마음에 찌개 하나라도 제대로 끓이고 신경을 써서 차려낸 밥상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너무나 섭섭했다. 남편이 한국에서 교회를 순회하며 사역하는 동안 나는 현지의 사역지를 지키며 우리의 사역이 원활하도록 금식까지 해가면서 일주일에 몇 번씩 있는 모임을 인도하고 성도들을 심방하고 애를 쓸 만큼 쓰다가 어지럼증에 쓰러지는 상황까지 갔는데 말이다.
은근히 속이 상했다. ‘아니, 누군 잘 먹으면서 사역하러 다니고, 누군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사역하고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니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도들만 해도 그렇다. 내가 한국에 나갈 일이 있거나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남편 혼자 있게 되면, 성도들은 시시때때로 음식을 챙겨 주었기에 남편은 음식 때문에 크게 고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장기간 출타한 경우,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인 나를 배려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여성이니까 알아서 잘 만들어 먹겠지 하고 믿는 구석이 있겠지만, 사실 남자나 여자나 사역에 집중하면 자기를 위해서 무얼 만들어 먹거나 장 보러 갈 시간도 없다. 그런데도 성도들의 이해는 완전히 다른 것을 본다.
이럴 때마다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함’이라는 케케묵은 이슈가 나를 심하게 자극한다. 여성 사역자로서 자신의 리더십을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쩌면 남성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사역지에서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여성 사역자들이 어려움을 당하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남성 사역자들은 남성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많은 이익을 덤으로 얹고 갈 때가 있다.
언제가 되어야 영적 리더십에 있어서도 남성 사역자와 여성 사역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사역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남녀종에게 성령의 기름을 부어주시면서 사역자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뜻을 사람들은 언제나 다 이해할 것인가? 이 문제야 말로 오늘을 사는 부인선교사인 나의 뜨거운 감자이다. 말할 것도 없이 주님은 여기까지도 나를 도우시고 키워 오셨다. 남녀가 평등하게 사역하는 시대를 위해서는 여성 사역자들이 계속하여 믿음으로 자신을 계발하고 성장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
♣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