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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  통권 155호  필자 : 나은혜  |  조회 : 3082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어, 선교지에 온 신고식 잘 치렀구먼!”

선교지에 들어 온지 3일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남편은 근처 미용실에 이발을 하러 갔다. 면도를 하러 간 것이다. 한국에서 언어 훈련을 받았다고는 했지만 현지인이 말하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듣는 것도 초보단계. 의사 표현의 절반 이상은 보디랭귀지로 통할 때였다.

오자마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상점들을 알아 두었다. 그래서 남편을 그동안 눈여겨 봐 두었던 미용실로 안내했다. 남편이 미용실에서 이발과 면도를 하는 동안 나는 장을 보러 갔다. 시장에서 과일 몇 가지를 산 후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다시 미용실을 찾았다.

면도를 깨끗이 하고 단정한 모습을 내심 기대하며 미용실 문을 열었는데 뜻밖에도 남편의 턱에는 거무튀튀한 종이가 붙어 있고 그 밑으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거울을 보고 있지 않았기에 자기 얼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 순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당황스럽고 부산스럽게 이런 저런 조치를 하는 것 같은 현지인 미용사는 나를 보자 움찔하며 더 쩔쩔 헤맸다.

미용사는 남편의 머리를 자른 뒤, 면도를 하겠느냐고 소위 보디랭귀지인 손짓으로 물었더니, 남편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면도를 할 때는 비누거품을 수염 난 부위에 먼저 바르고 면도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던가, 이 현지인 미용사는 마치 왕초보인 듯 그냥 면도칼로 맨 턱의 수염을 밀어 댔으니 턱이 온전했을 리가. 손님의 턱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자 놀란 미용사는 어디서 찾았는지 성냥갑을 가져왔다. 그리고 성냥갑에서 화약이 묻어 있는 종이부분을 뜯어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의 턱에 붙인 것이었다(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베거나 하면 민간요법으로 그렇게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턱을 베인 당사자는 자기 얼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듯 맨숭맨숭한 표정으로 말 잘 듣는 큰 아들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기야 알았다 한들 말도 안 통하는데 무엇했으리. 그러나 나는 순간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싸워서 이길 만큼의 중국어가 유창한 것도 아닌데 어찌하랴. 나와 눈이 마주친 미용사는 안절부절 하며 이발요금을 줘도 안 받겠다고 손 사례를 친다. 면도칼에 턱을 베이고 성냥갑을 뜯어 붙이고 돌아오면서도 남편은 연신 싱글벙글하며,

“어, 선교지에 온 신고식 잘 치렀구먼!”

한다. 그러나 생각이 복잡해 진 건 오히려 나였다.

‘정말 선교지에 온 것이 맞구나!’

기도로 준비하며 여러 선교 훈련을 받고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하고 들어온 선교지 아니던가. 이 조그만 사건으로 내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작은 염려 덩어리들이 가슴 한구석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아, 제발 선교지 신고식은 이것으로 끝나야 할 텐데.




 

♥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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