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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1  통권 151호  필자 : 한.중.호.  |  조회 : 2065   프린트   이메일 
[특집] - 특집/ 키워드로 보는 중국선교(I)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벌써 25년의 세월이 되었다. 회고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제한된 지면이지만 자신을 위해 그리고 역사적 계승과 발전을 위해 3가지 관점에서 시님땅 사역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는 성경적 관점에서 부름 받은 사역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역사적 관점에서 나와 한국교회의 선교를 평가 반성해 보려한다. 그리고 셋째는 전략적 관점에서 이곳 사역의 미래를 조망해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분께서 내게 주신 은혜로 됨을 알기에 내가 보는 관점에서 정리해 보는 것임을 밝히며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는 성경적 관점에서 부름 받은 사역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롬 15:15-16 “(…)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더욱 담대히 대략 너희에게 썼노니. 이 은혜는 곧 나로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분을 하게 하사(…).” 선교사로서 소명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의 선물’(롬 15:15)이다. 선교사는 ‘두루 다니며 복음전하는 자’(엡 4:11)로서 ‘이방인을 위한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이다. 선교 사역은 ‘우리 밖에 있는 다른 양들’(요 10:16)을 위한 복음의 제사장 직분을 수행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고 그로 말미암고 그에게로 돌아간다(롬 11:33) 하여 그분의 부르심에 늘 감격하고, 그분과 동행하기 위해 힘쓰고, 그분의 나라와 영광을 위하여 일하는 성경적 본질에 충실함. 이것이 선교사의 삶과 사역 성패의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1990년 8년간의 개척 목회 사역 - 즉, ‘우리 안에 있는 양들’을 위한-을 마감하고 높으신 이의 부름을 따라 ‘시님땅’(사 49:12)으로 왔다. 빌립보서 1:29의 가르침을 따라 ‘고난 받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있는 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또한 로마서 15:20-21의 말씀을 따라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하려함’으로 선교사들이 없는 곳으로 ‘주의 소식을 받지 못한 자들’과 ‘어두움과 죽음의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눅 1:79) 나아가기를 힘썼다. 그리하여 10년을 P시와 H성에서 그리고 또 10년을 히말라야의 차마고도에서 보냈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분이 보내신 곳에서 그분이 하게하시는 일을 ‘그분과 함께’, ‘그분을 위해’, ‘그분을 향해’ 삶을 드리기 위해 나름 힘썼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총회의 부름을 받고 총회선교 본부장으로 한 텀을 일하며 총회선교센터를 건축하였고, 선교행정가로서 전체 400여 명의 선교사들을 위해 일하고, 한편 한국교회와 선교사후보생들을 교육·훈련하였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50개 나라 선교지를 두루 돌아보고 여러 국제회의에도 참가하면서 한국과 세계교회의 선교를 총체적으로 보는 귀한 경험을 쌓았다. 이제 ‘선교중국’의 시대를 조망하며 선교하는 중국교회를 더 잘 섬기기 위해 이러한 복된 경험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이다. 성경원리에 대한 바른 이해와 적용이야 말로 모든 원리의 기초이다. 기본이 건강해야 열매가 건강한 법이다.

둘째는 역사적 관점에서 나와 한국교회의 선교를 평가 반성해 보는 일
이사야 46:9 “너희는 옛적 일을 기억하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역사는 늘 순환하며 발전해 간다. 그러므로 반성과 전망이 역사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유지 계승해야 할 일이 있고, 단절과 변혁을 시도할 필요 또한 있는 것이다. 이 땅에서 25년, 큰 변화를 직접 현장에서 목격하며 경험하였다. 70년대 한국처럼 90년대 중국의 성장은 참으로 빠른 속도의 변화였다. 大三件(누구나 갖고 싶은 세 가지)을 예를 들면, 80년대는 자전거, 재봉틀, 손목시계였고 90년대는 냉장고, 컬러텔레비전, PC이었다가 2000대는 개인주택, 자동차, 해외여행으로 바뀌었다. 도시화는 80% 농민들이 60% 수준이 되어가고 3억 명 이상의 ‘농민공’들이 도시 변두리 주민이 되었다. ‘小康(샤오캉)사회’(누구나 배부르고 행복한)와 ‘中國夢(중국의 꿈)’은 21세기 중국을 G2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한국교회는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선교의 열기가 일어났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졌고 지리적 역사적 동질성의 장점이 많은 선교지이기에 선교적 집중도 이루어 졌다. 2013년 서울에서 국제 선교 리더 모임에서 그리고 2014년 제6차 ‘홍콩화인(華人)크리스천게더링’에서 중국 그리스도인들이 한국교회에 감사를 표하는 세리머니가 있었다. 감격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열심을 다한 사역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고 또한 여러 가지 미숙함으로 많은 실망과 상처를 주기도 했기 때문이리라. 여러 곳에서 중국교회 지도자들을 만날 때면 이와 같은 감사와 거부의 반응을 동시에 보게 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집중적으로 외국선교사 특히 한국선교사들을 비자거부 등의 형태로 추방함으로 이와 같은 중국 정부와 교회, 그리고 인민들의 반응을 정책화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 역사적 관점의 반성과 평가를 두 가지만 요약해 본다.

1. 선교 사역의 기본인 언어와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 노력 부족
선교의 성공적인 열매는 양질의 선교사 파송과 관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준비가 없는 또는 너무 부족한 선교사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선교사란 세 가지 조건을 갖추었을 때이다.

첫째는 소명과 적합성 여부를 검증받고 파송된 자이고, 둘째는 타문화 사역에 적합한 훈련을 받은 자이고, 셋째는 지원과 케어를 받으면서 지속적 관리를 받는 사역자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인중국선교사는 절반 정도가 부적격한 선교사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혹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사역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와 노력이 부족한 선교사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후배들에게 첫 텀에는 기본적인 준비와 노력을 신신당부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년이 지나고 결과를 평가해 보면 양질의 사역열매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으나 핵심은 언어준비를 비롯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어는 어렵다!! ‘성경중국어’는 특히 더 어렵다. 2년여 시간 생활중국어를 잘 익힌다 해도 사역을 위한 성경중국어를 익히기는 더 어렵다. 때문에 쉬운 설교 한 편을 제대로 작성하는 일도 간단하지 않다. 1950년대에 완성된 중국어성경(和合本)이 백화문(문어체)에서 현대구어체로 바뀌는 시기에 완성되었기에 성경의 용어와 문법체계가 현대어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 신학 주제 강의나 통역을 제대로 하려면 기초가 잘 된 상태에서 5년-10년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선교사들은 서둘러 사역에 뛰어들기 바쁘다. 진지하고 지속적인 언어훈련의 중요성을 간과했기에 능숙한 언어로 설교와 강의가 가능한 사역자들이 10% 정도 미만이라면 (이는 “중국사역언어평가원”이 수년간 여러 그룹을 지도하면서 발견된 결과이다.) 크게 반성해 보아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몇 가지 요인을 분석해 보면, 성급한 선교적 결과를 기대 재촉하는 한국교회의 미숙함이 첫째이고, 2년간의 ‘생활중국어’의 학습에 이어서 3년 그 이상의 ‘사역중국어’ 학습의 필요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선교파송 기관의 제도적 노력의 부족이 둘째이고, 무엇보다 선교사 자신이 사역중국어를 따로 배워야한다는 인식의 부족이다. 거기에다 성경중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쳐 줄 사람과 기회의 부재가 더 큰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어려움들이 차츰 해소되고 있다. 그러므로 젊은 사역자들과 막 시작하려는 사역자들은 서둘러 사역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여 중국어와 문화, 그리고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준비하는 노력을 힘써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2. 사역의 목표: 전략적 선택이 중요
방향이 잘못되면 결과가 엉뚱해질 수밖에 없다. 선교란 무엇인가? 선교는 그냥 해외(타문화권)에서의 전도사역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선교란 본질적으로 복음을 들어볼 수 없는 환경 속에 있는 잃어버린 양을 찾아가는 전도 행위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마 28:19) 즉, 하나님을 모르는, 예배가 없는, 사람들에게로 가는 것이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들고 미전도 지역으로 찾아가는 행위가 선교의 성경적 방향이다. 교회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소위 관리자 사역이나, 해외의 예배당 건축 사역은 선교의 동기와 바른 목표가 결코 아니다. 한국교회의 선교는 이점에서 아주 미숙하다 하겠다. 

한국교회의 초기, 서구선교사들은 자립, 자치, 자양의 네비우스정책을 통해 한국교회를 튼튼히 성서적 기초 위에 세웠다. 성서적 원리에서 이탈한 선교 즉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지 못하는 선교는 지속적인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수 없다. 이것이 한국선교의 총체적 위기의 결정적 한 요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전방개척선교 즉 미전도종족과 미복음화가 된 곳을 지향하는 종말적 선교야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고대하는 바른 선교의 방향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은 지난 30여 년의 한국적 선교를 진지하게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교가 필요한 곳으로의 ‘전략적 재배치’를 과감하게 결행하여야 한다. 이는 부끄러운 선택이아니라 용기 있는 바른 결단이다.

필자는 2000년에 동쪽 복음화가 된 지역을 떠나 히말리야의 차마고도 지역으로 자발적인 재배치를 결행했다. 이는 그리스도의 모범(막 1:38-39)과 사도바울의 모범(롬 15:20-21,23)을 따른 것이었다. 50의 나이에 호흡이 곤란한 산지를 선택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그곳에서 보낸 10년이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다.”

오늘도 바른 동기와 목표를 견지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귀한 동역자들이 많이 있음에 감사와 자부심을 느낀다.

셋째는 전략적 관점에서 중국교회와 중국 사역의 미래를 조망해 보는 것
사도행전 19:21 “내가 (…)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 하고”
욥기 42:2 “주께서는 못하실 일이 없으며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성령의 은사 중 하나다. 바울은 하늘의 계시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신비와 장차 세워지는 교회의 비밀을 알았다(엡 3:11-12, 골 2:2-3). 하나님은 전능하신 주권자이시다. 그가 계획하시고 뜻을 이루어 가신다.

중국교회의 역사를 보면 하나님의 주권과 능력이 역사하셨음 확실히 알게 된다. 중국교회는 그렇게 핍박과 고난 속에 연단되고 주권적인 은혜로 성장한 교회다. 뜻이 있다. 4차에 걸친 부흥…. 이제는 도시교회의 부흥이다. 많은 지식인과 상공인들, 그리고 젊은이들이 교회에 넘쳐나고 있다. 중국교회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소위 이주선교사 10만 명을 경험한 교회다. 수백 개의 자력지도자훈련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선교사훈련생들이 신학교마다 넘쳐나고 있고, 백투예루살렘의 비전으로 선교훈련과정이 속속 만들어 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교회는 많은 좌절과 혼란 속에 바른 길을 찾아 몸부림치고 있기도 하다. 금년 3월초 국가적인 종교정책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기대와 우려 속에 당분간 혼란한 상태가 될 것이다. 미래의 중국교회를 위해 선교적으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일 두 가지만 생각해 본다.

1. 선교 이전에 목양훈련이 필요
1억 명의 그리스도인과 천만 또는 수백만 명을 거느린 교단이 있지만 과거 40년 동안 목사안수와 체계적인 목양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급성장한 중국교회다. 예배와 전도, 집회는 있지만 교회공동체로서의 규모 있는 성장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보아야한다. ‘성경적 원리에 입각한 목회와 양육이 잘 이루어지는 교회’가 세워지는 일이 현재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대부분의 신학교에 실천신학과 목양과목이 없다. 이를 잘 가르칠 경험 있는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교회를 잘 알고 건강한 목회를 경험한 지도력이 부족한 것이다. 교회성장과 훌륭한 목양의 경험이 있는 한국교회가 이 부분을 잘 도와야 할 것이다.

우선 중국교회 좋은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성장과 목회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다. 백번 설명보다 와 보는 학습이 효과적이다. 교회개척에서부터 자립단계, 그리고 교회당 건축과 직분자들의 훈련과 구역(목장)모임, 남녀전도회 조직과 운영, 효과적인 예배를 위한 준비와 역할, 전도와 새신자 관리, 주일학교 운영, 제자훈련과 새벽기도회의 영성, 제직회와 당회운영을 비롯한 교회행정 등등이다. 특히 교회마다 세계선교의 열정과 헌신으로 선교강국의 위상을 가진 우리의 선교경험을 나누는 일은 참으로 유익할 것이다. 중국교회가 이렇게 건강한 교회로 세워져야 사회발전과 하나님나라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나아가 교회중심의 세계선교를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선교훈련에 협력함으로 기여
2006년 중국교회와 세계교회는 ‘선교중국’이라는 구호를 채택함으로 21세기 세계선교에 중국교회가 역할과 기여를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교회의 장점은 직업선교의 장점이다. 먼저 믿고 자기 집에 교회를 모아 “그 집에 있는 교회”(롬 16:3-5)를 경험하며 헌신했다. 그리고 직업과 기술을 활용하여 타 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한 훌륭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모라비안처럼 자비량선교의 기초가 든든한 것이다. 한국교회가 선교훈련에 협력할 때 이러한 전문인 직업선교의 경험과 모델을 잘 존중하면서 중국선교사들이 창의적 접근으로 선교적 돌파를 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중국교회의 선교사들과 함께 일하며 협력하는 패러다임이다. 한국은 세계 170개 나라에 2만5천여 명의 선교사들을 파송하고 있는데 앞으로 2030년 전까지 중국은 숫자적인 면에서 한국을 앞지를 것이다. 특히 이슬람권 선교에 더 집중할 것이다. 미리 나가있는 한국선교사들이 그들의 정착을 돕고 사역의 경험을 나누어 주며 아시아의 형제교회로서 역할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상상해 보라. 현재 중국에 있는 한국선교사들이 비자발적 의사로 또는 자발적으로 선교가 필요한 전략적 지역에 재배치하여 미리 가있고, 장차 올 중국교회 선교사들과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일은 참으로 멋진 일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고 또한 아시아 태평양 중심의 새 질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크게 기대되는 이유이다.




한.중.호. | CnK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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