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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  통권 244호  필자 : 석은혜  |  조회 : 2966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소모적인 경쟁 - 네이쥐안(内卷)

우리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열심히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자신이 얻고자 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비이성적인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모적 경쟁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를 ‘네이쥐안(内卷)’이라고 부른다. 네이쥐안은 ‘안쪽, 내부’라는 뜻의 内[nèi]와 ‘말아 올리다, 휘감다’라는 뜻의 卷[juăn]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단어이다. 직역하면 ‘안으로 말아 올리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쓰이고 있는 의미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안으로 돌돌 말리는 춘쥐안(春卷: 중국 빵 이름)처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네이쥐안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비이성적으로 끊임없이 내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노력에 비해 성과나 수익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네이쥐안은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문예 월간지 《야오원쟈오즈(咬文嚼字)》가 2020년 12월에 선정한 ‘2020년 중국 10대 유행어’ 중 하나로 뽑혔고, 2022년 1월에는 중국 즈쿠(智库: 싱크 탱크)가 공표한 ‘2021년도 10대 화제어’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최근에는 네이쥐안이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2021년 8월 25일,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의 지수 데이터분석 플랫폼에 따르면 네이쥐안의 전체 1일 평균 검색 지수는 16,999이고, 모바일 1일 평균 검색 지수는 14,886이며, 가장 높을 때의 지수는 88,726까지 이르렀다(2021년 5월 31일).

원래 인류학 학술 용어인 네이쥐안은 영어로 인볼루션(involution), 한국어는 내향적 정교화로 번역할 수 있다. 네이쥐안을 일명 ‘네이쥐안화(内卷化)’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점점 네이쥐안 되어 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네이쥐안화의 개념은 두 명의 인류학자에 의해 발전되었다. 그중 한 명은 알렉산더 콜든와이즈(Alexander Coldenweise)이다. 그는 한 사회나 문화 모델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하여 최종 형태에 도달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정체되어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고급 모델로 전환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계속 더 복잡하게 변해가는 현상을 네이쥐안화라고 주장했다. 네이쥐안화를 등산에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정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산기슭이나 산중턱에서 계속 순환하고 있어서 영원히 산의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쥐안화의 개념을 발전시킨 또 한 명의 인류학자는 클리퍼드 기어츠(Clifford Geertz)이다. 그는 그의 저서 《농업의 내향적 정교화: 인도네시아의 생태적 변화 과정》에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그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조사를 하던 중 발견한 자바섬은 자본 부족, 제한된 토지, 행정적 장애물 등으로 인해 농업을 외부로 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제한된 벼 생산에 대량의 노동 인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동력을 투입해도 1인당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상태였고, 노동자의 삶도 나아지지 않았다. 농업 내부가 더욱 정교화하고 더욱 복잡하게 변화되면서 ‘발전 없는 증가’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어츠는 이런 현상을 농업의 네이쥐안화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설명했다.

중국 학술계에서 네이쥐안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역사사회학자인 황쫑즈(黄宗智)가 그의 저서 《화북의 소농경제와 사회 변천》, 《장강 삼각주의 소규모 농민 가정과 농촌 발전》을 통해 과거 몇 세기 동안의 중국 농촌 현황을 분석하면서 인류학자가 사용한 농업의 네이쥐안화 개념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농업의 네이쥐안화 개념을 사용해서 노동 밀집화 현상으로 인해 하루 종일 일한 노동의 대가(일당)가 감소한 것을 설명하면서 이것이야말로 발전 없는 증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네이쥐안의 요지는 땅의 단위 면적당 투입되는 노동 집약도가 높아서 노동 단위당 한계 수입(생산량을 한 단위 더 늘리는 경우 늘어나는 추가적인 수익)의 감소가 일어났으며, 근대 이후 ‘과밀형 상품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네이쥐안의 개념은 과거 학술계에서 논의된 네이쥐안의 개념이 인터넷에서 지속적으로 인용, 해석, 재구성되면서 결국 과도한 내부 경쟁을 가리키는 말로 정착한 것이다. 2020년 하반기 여러 장의 사진이 중국 온라인상에 도배되면서 네이쥐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 중에 어떤 사진은 중국 학생이 자전거를 탄 채 책을 보고 있었고, 어떤 사진은 자전거를 탄 채 컴퓨터를 하고 있었으며, 어떤 사진은 침대 위에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사진 속 사람들은 동시에 하기에는 불가능한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사진은 처음 칭화대와 베이징대 학생들에 의해 유포되었다. 그 후 자전거를 탄 채 노트북을 보고 있는 여학생을 칭화쥐안왕(清华卷王, 칭화대 공부왕)이라고 불렀으며, 이 유행어가 온라인 화제 검색어가 되었다. 이와 관련된 이모티콘도 많은 대학생들의 SNS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후 네이쥐안은 향학열에 대한 찬사보다는 쓸모 없는 일을 과도하게 열심히 한다는 조롱과 비판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성적 점수가 왕이다: 중국 최고 대학 젊은이들의 죄수의 딜레마》라는 인기 있는 한 편의 온라인 기사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역할을 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란 두 사람이 협력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둘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기사의 저자는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네이쥐안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 청년들이 곤경에 빠져 있다. 과도한 경쟁 가운데서 성공에 대한 욕망은 그들의 성장을 저해하였고,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느라 매우 지쳐 있다.” 그는 이런 현상을 보고 요즘 학생들은 경쟁의식이 너무 일찍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학생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학생들은 건국 이래 최고의 학력과 최고의 스펙을 가진 젊은이들이지만 그에 비해 그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오히려 적어졌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네이쥐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수가 과제물로 5천 자의 소논문을 써 오라고 요구하면 적지 않은 학생들이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해 1만 자 혹은 그 이상의 글을 써서 제출한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요구 조건 이상으로 과제를 제출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학생들은 에너지만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네이쥐안은 대학생들에게 이미 일상화하였으며 논문 내용보다는 글자 수나 분량에만 집착하는 병폐를 낳고 있다. 또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치열한 경쟁, 즉 누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과외를 시키느냐 서로 비교하고 다투는 현상으로 인해 사교육비는 점점 늘어나지만 성적은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고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점점 가중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바로 교육계의 비이성적인 경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네이쥐안 현상이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며 젊은이들을 불안에 빠트린다고 지적했다. 

네이쥐안은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다가 점점 직장인 집단으로 확산되었고 점차 온라인에서 화제 검색어로 발전하였다. 현재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과다 현상을 비난하는 데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게다가 네이쥐안에 대한 각종 단편만화나 짧은 동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네이쥐안은 동종 업계 간에 한정되어 있는 자원을 가지고 서로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들여서 분투하는 현상으로도 쓰인다. 다시 말해 네이쥐안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모적인 경쟁을 반복하는데 이로 인해 개인이 얻는 수익은 노력에 비해 점점 감소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다양한 분야와 업계의 내부에서도 무분별하고 비이성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데 결국 일련의 좋지 않은 결과만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996(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가리키는 신조어)’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렇게 장시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적을 더 쌓으려고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경우도 네이쥐안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내부에 기형적인 경쟁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야근을 하면 저녁 식사와 야근 수당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낮에는 일을 하지 않고 일부러 매일 야근을 한다. 반면에 근무 시간에 열심히 일을 해서 제시간에 일을 마친 정직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미움을 받거나 심지어 해고당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인원을 정비할수록 점점 업무 능력과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악순환 현상들이 바로 회사 내부의 네이쥐안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쥐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파생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사회화 네이쥐안(社会化内卷)’이다. 어떤 사회자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질 때 각 사람이 얻는 것은 갈수록 적어지지만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갈수록 많아지고 삶은 더 피곤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와이쥐안(外卷)’이다. 원래 내부 경쟁을 멈추고 새로운 자원을 외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현재는 네이쥐안을 멈추기 위해 모든 사람이 같이 손을 잡자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쥐안치라이(卷起来)’와 ‘쥐안쓰니(卷死你)’라는 말이 있다. 쥐안치라이는 본인이 원치 않지만 비이성적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의미하고, 쥐안쓰니는 상대방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몰래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승리하고, 상대방을 자신보다 뒤처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쥐안이 중국 사회의 일반 대중, 특히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인민논단(人民论坛)의 온라인 평론에 따르면, 네이쥐안이 묘사하는 사회 현상을 청년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네이쥐안이라는 거울을 통해 청년들은 그 안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다른 사람들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들은 과도한 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모두 불만과 무력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네이쥐안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허난일보(河南日报)에 따르면,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네이쥐안을 대응하는 길은 과학기술 혁신의 길을 걸어가면서 노동 생산율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현재 우리는 고속 발전과 급속한 진보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일부 영역과 소수 산업의 네이쥐안화 현상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네이쥐안화를 핑계 삼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이것을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침체된 업종과 기회가 막막한 곳에서 철수하게 되면 바로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는 법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https://baike.baidu.com/item/%E5%86%85%E5%8D%B7/54275161
https://ent.china.com/movie/newszh/11005281/20201204/39039972.html
https://baike.baidu.com/item/55244404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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