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활동장소’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면
<중국을주께로>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계의 여러 도시들 가운데 지금 매스컴에 이름이 제일 많이 등장하고 있는 곳은 두말할 것 없이 베이징(北京)입니다. 동계올림픽이 그곳에서 열리고 있으니까요.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그리고 많이 쓰는 표현을 빌리면 지금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올림픽은 세계의 축제입니다. 그런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상처받은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몇 나라의 외교적 보이콧이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기 때문입니다. 비록 상처받은 축제이기는 하지만 축제는 축제입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올림픽의 정신을 잘 살리는 올림픽이 되기를 바라고, 한국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지쳐 있는 국민들에게 활력을 선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올림픽과 관계된 회고담을 하나 하겠습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때 한국의 크리스천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득점을 했을 때 기도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메달을 딴 선수가 인터뷰를 할 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라고 말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중주> 가족들 가운데 그런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올림픽이 열리면 선수촌에는 종교관을 반드시 설치하게 되어 있습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때 저는 종교관의 채플린[館牧]의 한 사람으로 선수촌에 상주를 하다시피 했었는데, 개신교관의 왕성한 활동에 영향을 받아서 선수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다른 종교들도 종교관을 운영하는데 다른 종교관의 운영요원 가운데 한 사람이 종교관을 찾아온 선수들에게 “너희는 왜 좀 그러지 못하느냐?”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참 그리워지는 이야기들입니다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이나 하계올림픽 때 ‘종교활동장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종교활동장소가 틀림없이 설치되었을 것인데 개신교 종교활동장소에 활기가 넘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베이징과 경교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은 오래 전부터 기독교의 발자취가 스며 있는 곳입니다. 당나라 시절에 중국에 들어온 경교(景敎)가 널리 퍼진 일이 있었습니다. 본웹진 2020년 1월호에서 12월호까지 1년간 연재된 ‘경교비 해설’에 당나라 시절 경교의 모습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때 베이징지역에도 경교가 전해졌다고 합니다. 베이징의 서남부 허베이(河北)성과 연접해 있는 팡산(房山)구에 싼펀(三盆)산이 있는데 여기에 십자사(十字寺)라는 사찰이 있었습니다. 당나라 시절, 일대에 경교 신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교는 그 뒤 핍박을 받아 쇠멸(衰滅)되었다가 원나라 시절에 중국에서 다시 한 번 흥왕하였습니다. 원 시절에는 경교를 ‘야리가온(也里可溫)교’라고 불렀는데 야리가온은 하나님이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엘로힘(Elohim)’에서 왔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때 경교의 지도자들은 1266년부터 3년여에 걸쳐 싼펀산에 경교교회당과 경교연구원을 건립하고 경교의 부흥을 위해 힘썼습니다. 싼펀산 십자사는 일본군에 의해 소실되었고 비석 두 개와 주춧돌만 남아 있는데 유물의 일부는 현재 난징(南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해외에서 싼펀산을 찾아오는 순례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이곳이야말로 성지라고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0년을 전후하여 이곳을 복구하고 개발하려는 한국의 인사들이 ‘북경 삼분산 기독교연구원 기도원 박물관 수복개발 계획’을 세우고 팡산구인민정부와 토지 858,000m2를 임대하기 위한 협의를 했는데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과 같이 경교는 우리나라와 많은 관계가 있습니다. 신라 때 경교가 유입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널리 퍼져 있고 경교를 연구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나라 시절에 세워졌던 〈대진경교유행중국비(大秦景敎流行中國碑)〉의 복제비가 국내 두어 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소식을 들을 때 우리나라와도 관계가 있는 경교의 뿌리가 깊은 곳이라는 사실이 문득 생각나고는 합니다.
충원먼(崇文門)교회 베이징은 한국 천주교회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곳인데 그 이야기는 너무 방대해서 뒤로 미루고 개신교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베이징의 삼자교회를 대표하는 교회는 샤오순후통(孝顺胡同) 허우거우(后沟)에 있는 충원먼교회입니다. 참 요즘은 ‘삼자교회’ 대신 ‘등록교회’라는 말을 사용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더군요. 충원먼교회는 1870년에 미국 감리회의 화북선교연회(華北宣敎年會)의 본부 교회로 건립되었는데 처음 이름은 야쓰리탕[亞斯立堂]이었으며, 의화단의 난 때 전소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뒤 청나라 정부의 배상금을 받아 교회당을 재건하여 1904년에 헌당했습니다. 웹진 〈중국을주께로〉 작년 3월호 ‘발행인 통신’에서 저는 독립운동가였던 손정도(孫貞道) 목사님 이야기를 하면서 제목을 ‘중국선교사 손정도 목사님’이라고 하였습니다. 손 목사님이 초기에는 중국선교사로 파송되었는데 충원먼교회를 발판으로 해서 선교사역을 했었지요. 이 교회는 교육 기관들과 의료선교 기관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었는데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에는 모두 정부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당도 베이징시 13여중의 강당으로 사용되다가 문화대혁명 때는 무용연습실이 되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복당(復堂)정책이 시행될 때 이 교회는 ‘베이징그리스도교회 충원먼탕’이라는 이름으로 1982년 성탄절부터 다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1989년 성탄절 직전에 충원먼교회를 찾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한중수교 이전이라 중국 여행은 참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교회를 방문하는 것은 더욱 그러했습니다. 충원먼교회를 찾아가니 마침 조선족 모임이 열리고 있었는데 보면서 예배만을 위한 모임이 아니고 조선족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내놓고 의논하는 모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충원먼교회에서는 조선족 예배가 드려지고 있는데 지안(集安)에서 목회하던 목사님이 인도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1989년에 방문했을 때는 간쉐칭(敢學卿)이라는 연세가 많은 중국인목사님이 저를 맞아주었는데 30여 년 전의 일이니까 그 목사님은 오래 전에 은퇴하셨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충원먼교회는 베이징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교회인데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럴 것인지도 궁금해지네요.
네, 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 매스컴에서 베이징이라는 이름을 대하고 베이징의 모습을 볼 때, 그곳이 기독교와 관계가 깊은 곳이라는 사실을 한 번쯤 기억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호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될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관리방법’을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먼저 전문을 번역해서 실었고 이에 이 대한 중국선교사들의 대응과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중국교회의 상황과 이 법에 대한 분석을 올렸습니다. 중국사역의 동역자들과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VOA → 바이두(위에서부터) 유관지 | 중국어문선교회 고문 겸 웹진 <중국을주께로> 발행인, 용산감리교회 원로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