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당신의 희망을 잠시 내게 주소서/ 나는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상실감과 절망감이 매일 나를 따르며/ 고통과 혼란이 내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고/ 미래를 보아도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1)
이 시(詩)가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지나면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일상의 삶의 영역을 포함한 전 영역이 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선교사들도 여러 방면에서 타격을 받았다. 1년 넘게 선교지로 갈 수 없고, 파송을 받고 출국하기 직전에 선교지가 폐쇄되어 여전히 국내에서 대기 중이고, 몸은 선교지에 있지만 지역 이동이 금지되고 심한 통제로 인하여 사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일인 선교’와 ‘선교사로 부르심’,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그 긴박성’ 그리고 ‘하나님의 시간’ 등에 대한 분명한 재확인과 확신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선교사로서 어쩌면 가장 많은 고난과 좌절과 위험과 반대에 부딪혔던 선교사인 바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확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몇 번에 걸쳐 쓰게 될 이 작은 글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견실하여 흔들리지 않고 더욱 주의 일에 힘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I. 선교사 바울의 확신 바울의 선교사역과 그가 전하는 메시지와 13편의 서신서를 살펴보면 분명하게 나타나는 ‘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무엇보다도 사도인 자신이 전하고 있는 ‘복음’에 대한 확신, 둘째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사도인 자신의 소명의식에 대한 확신과 자기인식, 셋째로 하나님의 뜻인 선교활동을 실행하는 일은 전적으로 성령 의존적이라는 확신, 넷째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 일에 자신의 생애를 바친다는 확신, 다섯째로 타락한 모든 인류에게 복음이 전파되어야 한다는 확신, 여섯째로 주님의 재림에 대한 긴박성과 확신 등이다. 1. ‘복음’에 대한 확신 “내가 전한 복음이 사람의 뜻을 따라 된 것이 아니라 이는 내가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요 배운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말미암은 것이라” (갈라디아서 1:11-12)
첫째로 복음의 기원에 대한 확신이다.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복음은 하나님에게서 주어진 것이지 다른 종교들과 같이 인간에게서 나온 결과물들이 아니다. 사도들은 주님에게서 받은 계시, 즉 복음을 전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구약성경을 통해 미리 우리에게 약속하신 것이라는 확신이다. 바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받게 된다는 복음을 하나님께서 먼저 선지자들을 통해 약속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 복음은 하나님의 선지자들 통하여 그의 아들에 관하여 성경에 미리 약속하신 것이라”(로마서 1:2). 또한 복음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것이라는 확신이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구속사역의 주체이시다. 구원은 인간이 이루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뜻대로 사랑 가운데 예정하셨고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약속하였으며,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값없이 주시는 선물인 것이다.
둘째로 복음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임에 대한 확신이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저희의 죄를 저희에게 돌리지 아니하셨다”(고린도후서 5:19)는 기쁜 소식을 복음으로 말한다. 복음에 담겨 있는 주제는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사망을 폐하시고 생명과 썩지 아니할 것을 드러내셨다”라는 것이다(디모데후서 1:10).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독특한 인격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 없이는 다른 종교들이 가르치는 윤리적인 교훈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할 것이다.
셋째로 복음은 모든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은 불멸성으로 인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되든지 아니면 하나님과 소외된 상태에서 살게 될 것이다. 바울의 인간 이해는 분명하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다”(로마서 3:23)라는 것이다. 복음의 보편성 즉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이 필요하다는 확신이다. 따라서 복음은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시며(디모데전서 2:4), 모든 사람에게 회개하라고 명하셨다(사도행전 17:30). 그리고 누구든지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로마서 10:9-11)는 것이다.
넷째로 복음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다. 바울은 그의 사역을 통하여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복음에 대한 실존적 확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누구든지 간에 그 존재의 중심으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받게 된다. 죄악 된 요소를 제도나 환경이나 체제나 구조에 돌릴 것이 아니라 죄로 가득 찬 인간 자신의 내면을 먼저 보아야 한다. 이러한 존재인 인간은 복음으로만 거듭날 수 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17)
다섯째로 복음은 증거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다. 바울은 복음을 전해야 할 자가 복음을 전하는 않는 것을 ‘빚진 자’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이렇게 편지했다.
“하나님 앞과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실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그가 나타나실 것과 그의 나라를 두고 엄히 말하노니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 그러나 너는 모든 일에 신중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디모데후서 4:1-2, 5)
그래서 바울은 ‘(…)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라는 탄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맞으면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의 삶을 살아냈으며, 수고하고 애쓰며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으면서도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사의 사명을 감당하였다.
모든 인간들이 필요로 하는 복음, 믿는 자들은 구원에 이르는 복음, 인간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주어진 계시의 복음,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성경대로 3일 만에 부활하시어 완성하신 복음에 대한 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이다. 선교활동에 많은 제약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교사들이 더욱 복음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코로나19 시대와 코로나19 이후 전 인류가 더욱 복음이 필요하고 절실할 것이다. 잠시 멈추어 있는 이 시기에 흔들리지 말고 견고하게 복음에 매여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 복음의 사자들에게 주의 은혜가 부어지기를 소망한다.
미주 1) 닐 앤더슨,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유화자 역, (서울:죠이선교회, 2005), 17.에서 재인용 한 작자 미상의 시.
※참고문헌 닐 앤더슨.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유화자 역. (서울: 죠이선교회), 2005. 데이비드 보쉬. 《변화하는 선교》. 김만태 옮김. (서울: CLC), 2017. 마크테리. 《선교전략 총론》. 엄주연 옮김. (서울: CLC), 2015. 에크하르트 슈나벨. 《선교사 바울》. 정옥배 옮김.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4. 허버트 케인. 《선교신학의 성서적 기초》. 이재범 옮김. (서울: 도서출판 나단), 1994.
사진 | 픽사베이 김종구 선교사 | 빌리온선교회 대표, ACTS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