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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3  통권 221호  필자 : 유관지  |  조회 : 2143   프린트   이메일 
[발행인통신]
시야를 넓혀 보니

코로나19의 충격 큰 해외선교….
<중주>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님의 이름으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2021년, 신축(辛丑)년 소의 해에 <중주> 가족 여러분께 소망과 기쁨이 넘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금 <중주> 가족 여러분께 띄우는 이 ‘발행인 통신’에, 코로나19가 속히 물러나고 우리의 일상이, 특히 중국사역의 현장이 뜨겁게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기독교 일간지인 <국민일보>가 ‘2020년 한국교회 10대 뉴스’를 선정해서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여섯 번째가 “코로나 충격 큰 해외선교 지원의 손길 잇따라”였습니다. 그 항목의 전문(全文)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코로나19로 미자립교회는 존폐의 기로에 섰고 선교사들의 현장사역은 중단됐다. 임대료 때문에 문 닫는 교회가 생겼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목회자도 있다. 선교사 10명 중 4명은 후원금이 감소했다. 주요 교단과 중대형교회들은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와 선교사 가정에 임대료와 생활비 등의 긴급 지원에 나섰다. 작은 교회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저로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생기는 기사였습니다. 코로나19 문제로 타문화권선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여섯 번째 뉴스로 다룬 것이 타당한가? 못해도 세 번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제목과는 다르게 미자립교회 문제가 이 항목에 왜 들어갔나? 선교지에서 철수한 선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왜 언급하지 않았나? 4년에 한 번씩,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열리고 있는 한국교회 선교 분야의 큰 행사 가운데 하나인 해외한인선교대회(KWMC)가 올해에는 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언급도 없네, 그밖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선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10대 뉴스의 하나로 선정한 것은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코로나 충격 큰 해외선교’라는 말로 시작이 됩니다. 해외선교의 여러 영역, 또는 지역 가운데에서 충격을 제일 많이 받았고, 받고 있는 것이 중국사역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기사 제목의 뒷부분은 “지원의 손길 잇따라”인데 한국교회는 선교사들, 특히 중국사역자들에 대한 지원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조선인교회를 중심으로 살펴오다가
제가 2, 3년 전부터 힘쓰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중국 동북지역의 선교역사를 폭 넓게그리고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입니다. 흔히 동북삼성, 또는 동삼성이라고도 하고, 만주라고도 하는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룽장(黑龍江)은 우리가 많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가까워서 가기 편하고,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선조들의 유이민지(流移民地)였고, 지금도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동포들의 밀집거주지역입니다,

해방 전에 그 지역에는 조선인교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1938년 장로교 주소록에는 펑톈(奉天)노회·난만노회·북만노회·동만노회, 4개 노회와 166개의 교회가 있었던 곳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감리교회와 성결교회도 여럿 있었고 특히 침례교회가 많았는데 침례교회들은 이름과 주소가 잘 파악되어 있지 않아서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 선교의 역사를 살필 때 우리 교회들을 중심에 두고는 했습니다. 

그 지역의 외국인선교사들 가운데는 선양(瀋陽)의 동관교회(東關敎會)를 세운 로스(J. Ross, 羅約翰) 선교사 정도만 언급하고는 했습니다. 로스 선교사는 조선선교와도 관계가 많은 분입니다. 조선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조중접경의 교역장소인 고려문을 두 번 찾아와서 전도를 했고, 압록강을 따라 전도여행도 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성경인 <예수셩교젼서>도 발행했기 때문에 그 성경을 보통 <로스역>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이런 일이 없었다면 저는 로스 선교사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3년 반 전인 2017년 6월에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가 <예수셩교젼서> 출판 130주년을 기념하여 ‘존 로스의 행적을 따라 동북 3성을 가다’라는 이름으로 실시한 탐사여행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선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랴오양(遼陽)시를 방문했는데요, 이곳은 고구려 시대에는 요동이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랴오양 박물관에는 ‘이공순도당(李公殉道堂)’이라고 새겨진 비석이 서 있었습니다. 이공은 1888년에 랴오양에 와서 복음당을 세우고 선교하던 와일리(James Allan Wylie, 李雅各) 선교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와일리 선교사는 1894년, 청일전쟁 때 조선으로 향하던 청나라 군인들에게 타살을 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비 앞에서 ‘아, 이 지역에도 서양선교사가 중국인들을 위해 흘린 순교의 피가 흐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숙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시야를 넓혀서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번즈 선교사는 독감으로, 잭슨 선교사는 페스트로
동북지역의 첫 선교사는 윌리엄 번스(W. Burns)입니다. 그는 1867년 8월에 동북지역에 왔는데 이듬해 독감에 걸려 4월 4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북지역 선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스코틀랜드 선교회가 파송한 크리스티(Dugald Christie, 司督閣) 의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크리스티 의사는 처음에는 자기 집 마당에서 진료활동을 했고, 차츰 확장하여 1887년 10월에 펑톈시의원(奉天施醫院)을 정식으로 개원했습니다. 1892년에는 부설로 서의학당(西醫學堂)을 개설했는데 이 학당은 1912년에 펑톈의과대학으로 발전했습니다. 펑톈의과대학은 중국 동북지역 최초의 고등의학교육기관이었고 교사는 소하연(小河沿)지역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었습니다. 저는 앞에서 말한 동북 3성 답사여행 때 펑톈의과대학 캠퍼스도 찾아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크리스티 의사를 ‘펑톈의 성자’라고 불렀습니다.

잭슨(Arthur E. Jackson)의사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케임브리지 출신인 잭슨 의사가 동북지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페스트(百斯篤)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 페스트는 다람쥐과에 속하는 타르바간(Tarbagan, 早懶兒)을 매개로 해서 퍼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식으로 집계된 사망자가 43,942명이었습니다. 잭슨 의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페스트와 싸웠습니다. 마침 춘절(春節, 설) 무렵이어서 수많은 인파가 역에 넘치고 있었는데 그는 역에 나가 방역작업을 했습니다. 온통 나쁜 조건들 뿐이었습니다. 날씨는 영하 30도를 밑돌았고, 조수들은 의학지식이 없었으며, 진료할 수 있는 시설은 너무 빈약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쾌활한 얼굴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업어 진료장소로 옮기고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는데 스포츠로 단련된 체력이 큰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던 끝에 그는 페스트에 감염되었고 1911년 1월 25일 오후 8시 50분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잭슨 의사의 헌신적인 섬김과 죽음은 중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의 희생은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그가 살아서 평생 일해도 그만한 영향력을 미쳤을까 의심될 정도로 강하고 넓게 퍼져 나갔습니다. 잭슨 의사의 묘소는 원래는 학교 가까운 곳에 있었으나 도시계획 때문에 좀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비문은 영문과 중문 둘로 새겨져 있는데, 영문은 “He gave his life to stay the plague in Mukden(묵덴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해 그의 생명을 바쳤노라)”라고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묵덴은 심양의 옛 이름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문으로 새겨진 비문은 더 감동적입니다.  

譩靑年捨身經云愛道寞大於慈攻誌之用彰世後
(아아, 한 젊은이가 자기 몸을 바쳐 가르친 사랑의 길이 얼마나 큰 것이었던가. 이에 그를 기리어 후세에 전하노라)

이 비석이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중국 여행이 수월해진다면 그 비석 앞에 서서 잭슨 의사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어집니다.

고난헌신희생 동력으로 
동북지역 선교의 역사를 폭넓게 살피면서 ‘아 동북지역에서 복음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동력으로 해서 확장되어 왔구나!’ 하는 것을 실감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동북의 첫 선교사 번즈나 잭슨 선교사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지금 코로나19가 선교사들을 괴롭히고 있어서인지 더 긴 울림을 주었습니다.

동북지역뿐만 아니라 중국사역 전체가 다 그렇겠지요. 중국사역은 고난과 헌신과 희생을 비료로 해서 커가는 나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사역은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동북지역 복음화의 기초를 놓은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될수록 감동이 배가 되는 데 중국사역자들이 지금 겪고 있는 여러 힘든 일들도 뒷날 분명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사진/ 크리스티 의사가 세운 펑톈의과대학 옛 건물. 잭슨 의사는 이 학교의 교수로 중국에 왔다. 문 좌우의 벽에 펑톈의과대학 옛 건물인데 2008년 10월 27일에 선양시 문물보호 단위로 공포되었다는 표지석이 붙어 있다.]

1월호는 새해가 되어도 여전히 사역지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사역자들, 재배치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역자들,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사역자들에게 소망의 메시지를 전해줌으로 힘을 얻고, 즐거움으로 인내하며 승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21, 다시 품는 선교중국 소망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특집을 마련하였습니다. 중국사역의 지도자들과 여러 일꾼들이 옥고를 주셨는데요, 그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 특집이 사역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한국교회가 이들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갖도록 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자, 새해가 되었습니다. 

우리, 손잡고, 코로나 사태 발생 이전 보다 더 힘있게, 나아갑시다, 주가 주신 중국복음화의 목표를 바라보며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픽사베이
유관지 | 중국어문선교회 고문 겸 웹진〈중국을주께로〉 발행인, 용산감리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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