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통역하고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용어(惯用语)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용어는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제3의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로는 문법에 맞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결합 형식이 고정되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서 세번 째로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일치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중국어에서 등가물(의미가 비슷한 것)을 찾아야 하는 관용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한숨을 돌리다.’ 이 관용어는 힘겨운 고비를 넘기고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직역하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뜻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등가물이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一块石头落了地’ [yíkuài shítou luò le dì]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돌 하나가 땅에 떨어지다’이다. 이 관용어는 중국 소설《홍루몽(红楼梦)》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뜻은 ‘걱정거리가 사라지다’, ‘문제가 해결되어 한숨 돌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한숨을 돌리다’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一块石头落了地’로 번역해야 한다.
2. ‘호흡을 맞추다.’ 이 관용어는 어떤 일을 할 때 상대방의 행동이나 의향을 잘 알고 그와 보조를 맞추어서 그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관용어로는 ‘호흡을 같이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唱双簧’ [chàng shuāng huáng]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쌍황을 노래하다’이다. ‘쌍황(双簧)’은 곡예(曲艺, 설창 문예)의 일종이다. 설창 문예(說唱文藝)란 연극의 일종으로 한 사람은 무대에서 동작을 맡고, 다른 한 사람은 무대 뒤에 숨어서 무대 연기자의 동작에 맞추어 대사와 노래를 맡는 것을 말한다. 이 중국어 관용어는 여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그 뜻은 ‘(두 사람이) 호흡을 같이하다’, ‘호흡을 맞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호흡을 맞추다’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唱双簧’으로 번역해야 한다.
3. ‘얼굴을 맞대다.’ 이 관용어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거나 또는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관용어로는 ‘머리를 맞대다’라는 말이 있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当面锣对面鼓’ [dāng miàn luó duì miàn gǔ]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얼굴을 맞대고 징과 북을 치다’이다. 이 말의 뜻은 ‘얼굴을 마주 대고 서로 의견을 나누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얼굴을 맞대다’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当面锣对面鼓’로 번역해야 한다.
4. ‘겉과 속이 다르다.’ 이 한국어 관용어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생각이 서로 달라서 사람의 됨됨이가 바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挂羊头卖狗肉’ [guà yáng tóu mài gǒu ròu]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다. 이 말의 뜻은 ‘겉과 속이 다르다’, ‘표리(表裏)가 부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겉과 속이 다르다’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挂羊头卖狗肉’로 번역해야 한다.
5. ‘자기 무덤을 파다.’ 이 한국어 관용어는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거나 위험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老虎嘴里拔牙’ [lǎohǔ zuǐlǐ báyá]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호랑이 입에서 이빨을 뽑다’이다. 이 말의 뜻은 ‘제 무덤을 제가 파다’, ‘스스로 남의 비판을 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자기 무덤을 파다’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老虎嘴里拔牙’로 번역해야 한다.
6. ‘억지 춘향이.’ 이 한국어 관용어는 억지로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어떤 일이 억지로 겨우 이루어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는 옛날 소설 《춘향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변 사또가 춘향이에게 억지로 수청을 들도록 강요한 데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赶鸭子上架’ [gǎn yā‧zi shàng jià]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오리를 몰아서 홰(닭장 속에 닭이 올라앉게 가로질러 놓은 나무 막대)에 오르게 하다’이다. 이 말의 뜻은 ‘어떤 일을 남에게 강요하다’, ‘능력 이상의 일을 억지로 시키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억지 춘향이’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赶鸭子上架’로 번역해야 한다.
8. ‘바가지를 씌우다.’ 이 관용어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이득을 더욱 많이 보기 위해 요금이나 물건값을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지불하게 하여 억울한 손해를 보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등가물이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敲竹杠’ [qiāo zhú gàng]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다른 사람의) 대나무 막대기를 치다’이다. 이 관용어는 중국 청(淸)대 이보가(李寶嘉)의 풍자소설《관장현형기(官场现形记)》에서 유래한 것이다. 청나라 말엽, 아편의 폐해가 날이 갈수록 커져가자 왕실은 전국에 아편금지령을 내리고, 각 부두에 검문소를 설치하여 오고 가는 선박들을 철저히 감시했다. 한 상인이 아편을 선박의 대나무 멜대(竹杠: 물건을 양쪽 끝에 달아서 어깨에 메는 데 쓰는 긴 나무나 대) 안에 숨겨 놓았기 때문에 감시원에게 들키지 않았다. 그런데 한 노인이 담배를 피우며 올라와 배 후미에 앉더니 갑자기 곰방대로 대나무 멜대를 두드렸다. 아편을 숨긴 상인은 혹시라도 다른 검사원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서 부리나케 그 노인에게 돈다발을 건네주면서 대나무 멜대를 두드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여기에서 유래한 이 관용어의 뜻은 ‘남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구실을 빌어 돈을 뜯어내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바가지를 씌우다’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敲竹杠’으로 번역해야 한다.
9. ‘아프지도 않은 다리에 침 주기.’ 이 한국어 관용어는 필요도 없는 일에 헛고생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등가물이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瞎子点灯, 白费蜡’ [xiā·zi diǎn dēng báifèi là]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장님에게 촛불을 켜주면 초만 낭비한다’이다. 이 말의 뜻은 맹인은 촛불을 켜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촛불을 켜주는 것은 ‘공연한 짓을 한다’, ‘헛고생을 한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아프지도 않은 다리에 침 주기’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瞎子点灯白费蜡’로 번역해야 한다.
10.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이 한국어 관용어는 떠들썩하게 소문이 나서 큰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에 비하여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실제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등가물이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雷声大,雨点儿小’ [léishēng dà,yǔdiǎnr xiǎo]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천둥소리는 크지만 (떨어지는) 빗방울은 적다’이다. 이 말의 뜻은 ‘계획은 대단하지만 실행한 것은 없다’, ‘구호만 요란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중국어 관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로 의역해야 한다. 또한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등가물이 같은 ‘雷声大,雨点儿小’ 로 번역해야 한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