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국민의 종교 자유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 종교의 자유는 중국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개인의 종교와 신앙활동의 자유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1일부터 자국민의 신앙 자유 보장과 종교 간의 화목, 사회적 화합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종교사무조례1)의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신종교사무조례는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는 종교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관리, 처벌의 법적 근거를 합법화하는 종교통제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신종교사무조례 시행 이후의 중국교회의 박해 상황과 한국선교사들의 어려움을 살펴볼 것이다. 사례들은 현장 사역자들의 보고와 이미 발표된 중국 관련 자료에 근거한다.
중국의 기독교 박해에 대한 선(先)이해 중국교회의 박해 상황에 앞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중국의 기독교 박해와 중국교회에 대한 핍박을 역사적으로 보면, 이전에는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박해의 양상이었다. 곧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박해의 양상이 아니다. 현재 중국은 자국민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명목으로 법적 근거를 가진 종교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목표, 즉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에 있어서 기독교가 부합되지 않으면 사회 속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즉 중국의 기독교 박해가 사회적 박해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신실한 가정교회들을 사회에서 점차 소외시키고, 기독교인들에게도 개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로운 신앙생활에 위협을 가한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기독교 핍박에 대해 이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의 내용을 먼저 알아야 한다.
첫째, 중국의 기독교 핍박은 근본적으로 중국 사회주의 체제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핍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형적으로 보기에 경제의 개방정책으로 인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기에 종교의 자유도 우리 한국과 같은 수준의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시진핑(習近平) 체제에서 중국의 정책 기조가 경제와 복지로 바뀌고 있기에 중국이 변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근본은 변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사회주의 체제는 더 강화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중국교회에 대한 핍박은 시진핑 체제가 교체되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중국교회에 대한 핍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 상황에서 중국교회는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와 이 땅에 임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믿음으로 살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국교회의 핍박은 단순한 고통의 문제를 넘어 중국 사회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교회 정체성의 문제가 되었다. 셋째, 이러한 핍박은 신자들 삶의 현장에서도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데 이는 개별적이고도 세부적인 양상을 띤다. 단순히 중국교회의 십자가가 철거되었다고 핍박이 심해졌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평온해 보여도 중국 정부의 핍박은 끊임없이 신자들 개인의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큰 세력, 즉 세속 권력이 버티고 있음을 직시하고 중국의 신자들이 성령 안에서 굳세게 서서 신앙을 지킬 수 있게 기도해야 한다.
2. 중국교회에 대한 박해 상황
1) 영향력 있는 대형 가정교회들에 대한 박해 베이징(北京)의 대형 도시가정교회인 시온(锡安)교회는 2018년 9월 9일 예배당 건물 폐쇄와 재산 압수, 교회 간판 철거가 진행되었으며, 교회를 담임하는 김명일 목사의 출국 제한이 시행되었다.2)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이른비언약교회(秋雨圣约教会)는 2018년 12월 예배를 드리던 신자 100여 명과 함께 담임하는 왕이(王怡) 목사가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되었고,3) 공안들은 신자들의 자택을 급습하여 150여 명이 연행되어 심문을 받았다. 또한 ‘앞으로 이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라는 서약서 작성을 요구받기도 하였다.
광동(廣東)성의 역사 깊은 가정교회인 다마잔복음교회(大马站福音教会) 역시 2018년 12월 16일 공안과 종교·교육 당국 공무원 60여 명이 들이닥쳐 강제 해산되었다. 당시 4000여 권의 신앙서적과 재산이 압수되었고, 신종교조례 위반 혐의로 이 교회의 모든 예배활동에 대해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다마잔복음교회는 삼자애국회(三自愛國會) 가입을 거부하여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고(故) 린센가오(林献羔) 목사가 목회한 교회로서 중국 가정교회의 상징적인 교회였다. 그리고 다마잔복음교회는 2000년 롱구이리(荣桂里)로 이전하여 광저우 종교국, 통전부와 원만한 관계를 가지며 활동한 가정교회였으나 결국 강제 해산되었다. 당시 교인들은 등록된 삼자교회로 옮길 것을 종용받았다.4)
2) 가정교회에 대한 박해 그 외 지역의 가정교회들도 신앙활동에 박해가 계속되었다. 저장(浙江)성에서는 십자가 철거와 교회 폐쇄가 이어졌고, 교회 내의 감시카메라(CCTV)가 강제로 설치되었다. 허난(河南)성에서는 4000여 교회의 십자가가 철거된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5) 최근 베이징지역 선교사들의 소식에 의하면 가정교회들은 모임 장소가 폐쇄되어 흩어져서 4-5명씩 장소를 바꿔 가며 주중 모임만 진행되고 있다. 모임 장소도 회사, 개인 사무실, 식당 등 안전한 장소를 찾아 계속 변경하거나 SNS를 통해 연락하는 상황이다. 일부 신자들은 복음전도 활동을 하다가 공안들에게 발각되어 감금과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6)
3. 기독교의 중국화(中國化)를 위한 시도 중국은 향후 자국 내 기독교의 방향성을 ‘기독교의 중국화’로 정하고 있다. 2022년까지 기독교의 중국화 작업을 가속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독교의 중국화 작업은 중국식 사회주의에 부합하는 기독교, 새로운 신학적 토대 위에 중국 기독교 건설, 중국 문화에 부합하는 중국 인민의 기독교, 중궈멍(中國夢)을 비롯한 신(新)중국 사회에 부합하는 기독교 활동을 목표로 한다.7)
이러한 기독교의 중국화 작업 양상은 중국 내 학자들의 연구주제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현재 중국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의 주제로도 급부상하고 있다.8)
중국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는 등록된 삼자교회의 예배당 건물에도 감시카메라 설치, 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뿐 아니라 예배 시 오성홍기 게양, 국가 부르기, 신종교사무조례 학습 등을 강조하여 정치와 사회에 부합하는 기독교를 강요하고 있다.
신학교육도 해외 신학연수원이나 외국선교사를 통한 신학학습은 기독교의 중국화를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감시하고 있으며, 반(反)사회적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종교적 목적의 해외 여행과 교육을 통제하고 있다.
신종교사무조례 이전까지 온라인 몰에서 구입이 가능하였던 성경과 기독교 자료에 대한 온라인 통제도 강화되었다. 삼자교회에서도 1인당 1권만의 성경 구입을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공안의 조사대상이 되면 인터넷 몰에서 최근 몇 년간 구입한 신앙서적의 목록을 기준하여 공안에 나와 소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4. 한국선교사에 대한 박해 신종교사무조례 시행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한국선교사의 강제 추방과 통제는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신장(新疆)지역에서는 2016년부터 선교사들에 대한 비자 제한과 소수민족사역자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었으며, 2017년 1월 13일 가족을 포함한 50여 명의 한국인선교사들을 추방하였다. 이들은 이후 중국 입국이 거부되었다.
2018년 신종교사무조례 이후 광시(廣西)성 난닝(南寧),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쓰촨성 청두 등지에서 비자연장 거부, 출국 종용 등 한국인선교사의 비자발적인 철수가 본격화하였고, 일부 선교사들은 강제연행과 공안의 조사를 받기도 하였다. 추방이 결정된 선교사들에게는 정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에 일이 끝난 뒤의 정리에도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중국 전역에서 비자발적으로 철수한 한국선교사들의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9) 그러나 각 단체별로 중국선교사의 현황을 종합해 볼 때 정상적으로 정주하며 사역하는 선교사는 50%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10)
5. 최근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중국교회의 어려움 2020년 3월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중심으로 2019년 12월 발병되었으나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말에서야 국민들에게 발표하여 초기 대응에 실패하였다. 오히려 이러한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최초로 폭로했던 우한중심(中心)병원 안과 전문의 리원량(李文亮)은 유언비어 유포죄로 반성문을 쓰기도 하였다. 리원량은 자신도 감염되어 2월 6일 사망하였다.11)
코로나19 사태는 국민 안전과 방역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전역의 주일예배와 모임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중국교회 신자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SNS를 통하여 소식을 나누고 있음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 내 한인교회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모임이 불가하며 언제 다시 모임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두려움과 공포를 무릅쓰고 복음을 전하며 자선을 베푸는 신자들이 있음도 전해진다. 상하이(上海)의 한 가정교회 신자들은 마스크를 나누어 주며 위로의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12) 동시에 신자들은 회개의 기도를 통해 신앙의 순결함을 간구하고 있다.
계속되는 정치·사회적 박해 속에서 위축되었던 한국선교사들의 사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였으며 본국의 철수 권유13)로 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의 복귀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6. 전망 상기와 같은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박해는 시진핑(習進平)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과도 연관성이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이 빈곤한 중국을 부유한 중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면 시진핑 사상은 중궈멍으로 불리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로 모두가 잘사는 중화 민족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2021년까지 부강한 나라 즉 샤오캉(小康)을 건설하고 2049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중국굴기(崛起)의 완성, 사회주의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두 개의 100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종교의 중국화는 사회주의 핵심가치관 실천과 중국 발전에 부합, 국가통일, 민족단결, 종교 간 화합과 사회 안정을 이룩하는 것이며, 기독교의 중국화는 중국 정치에 대한 인정, 중국 사회에 대한 적응, 중국 문화에 대한 표현으로 집약된다. 이는 시진핑 체제 아래에서의 중국 중심의 기독교를 정립하는 것으로 종교정책의 정수라 할 수 있다.14)
따라서 현재 기독교에 대한 박해와 감시는 중국의 근본적인 정치·사회적 방향성에 기인하기에 단순히 시진핑 체제가 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중국의 정치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앙도 평상의 상태로 회복되기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에 여러모로 위축된 중국교회의 회복과 활동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7. 나가는 말 결국 중국교회의 핍박 문제는 눈에 보이는 고난과 고통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 세상 주관자들에 대한 영적인 싸움이며 삶 속에서 신앙을 지켜내는 신자의 근본적 신앙투쟁이다. 이것은 십자가에서 세상 권세 멸하시고 부활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오늘의 삶의 현장 가운데서 신자의 삶으로 살아내야 하는 중국교회와 성도들의 현실적 도전이다. 따라서 중국교회는 고난과 핍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이 정하신 그때까지 참고 견디는 신실한 신앙인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일시적이며 방법론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교회가 믿음의 반석 위에 굳건히 서도록 지속적으로 기도할 것이 요구된다.
<기도제목> 1) 박해와 어려움 속에 있는 중국교회를 보호해 주시고, 믿음 안에서 신앙을 잃지 않고 신앙의 순결함을 보존하도록 2)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억압하는 중국 정부와 제도를 막아 주시고, 하나님의 통치가 하루속히 이루어지게 하시고, 핍박 속에 있는 중국의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하소서. 3)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공포가 주님의 권능으로 물러나게 하시고, 하나님의 치료의 권능이 중국교회와 성도들뿐 아니라 전 세계 모두의 마음을 치료하소서. 4) 중국을 위해 기도하는 한국교회가 되게 하시고, 지금도 핍박 속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하나님이 선하게 인도하여 주소서.
미주 1) 신종교사무조례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교단체, 종교학교, 활동장소, 종교 교직원, 종교활동 및 종교 재산에 대하여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종교조례에 비하여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내용으로서 위법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해주고 있다. 2) 对华援助新闻网 2018年 8月 23日-함태경, “시진핑의 장기집권 체제와 중국교회 ‘중국선교’ 그리고 ‘선교중국’”, 《한국선교 KMQ》 2019 봄호(통권 69호), p120에서 재인용. 3) <对华援助新闻网> 2018年 12月 23日; <국민일보> 2018년 12월 14일; <对华援助新闻网> 2018年 12月 1日-함태경, 위의 글, p123에서 재인용. 4) <자유아시아방송>, 2018년 12월 24일; <对华援助新闻网>, 2018년 12월 17일-함태경, 위의 글, p122에서 재인용. 5) 중국, 허난성교회 4000곳 십자가 철거, <한겨레>, 2018년 9월 6일-함태경, p122 재인용. 6) 선교사 인터뷰 자료, 2020년 3월 2일-저자 주. 7) 제13차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2018년 3월, 회의 발표-저자 주. 8) 중국 논문 검색 사이트(www.cnki.net)를 참고하여 <基督敎中國化> 키워드가 들어간 논문들의 제목과 등록된 숫자, 피인용 회수를 통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기독교의 중국화에 대한 학계의 방향성을 가늠한다. 9) 개인별 단체별로 처방한 선교사의 기준이 다르고, 추방 전 자진해서 선교지역을 변경한 경우도 있기에 정확한 통계는 어렵다. _저자 주. 10) 저자가 섬기는 H선교회의 중국선교사 현황을 근거하면 2017년 대비 50% 감소하였다. 11) 리원량의 죽음에 한 크리스천 의사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는 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겼다.-쑨빈, 웹진 <중국을주께로>, 2020년 3월 (통권 211호). 12) 2020년 2월 6일 필자와 SNS로 연락된 중국 상하이 가정교회 성도들의 소식. 13)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2020년 2월 5일자 우한폐렴 관련 철수 및 안전대책 강구 요청 공문. 14) 함태경 시진핑의 장기 집권체제와 중국교회, 중국선교 그리고 선교중국 KMQ 2019 봄호 각주 2번. p119.
김충만 | 합신세계선교회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