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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을 남녀 구분없이 ‘광군(光棍儿[guānggùnr])’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결혼했다가 이혼한 돌싱(돌아온 싱글)은 광군(光棍)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광군이라는 말은 원래 후손을 중시하던 중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홀아비는 자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비하해서 부르던 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혼자 지내는 독신을 ‘단선거우(单身狗, dānshēngŏu)’라고 부른다. ‘단선(单身)’은 독신을 뜻하며, 단선거우는 고독하고 불쌍한 ‘독신개’라는 말이다. 또 단선거우는 연애를 하는 상대가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신세를 풍자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독신개로 불리면서 고독하고 처량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던 독신들은 부모의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중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본고에서 필자는 ‘독신’과 ‘싱글’을 혼용해서 사용한다는 것을 먼저 밝혀 둔다.
최근 들어 중국 대륙의 독신들이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소비집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1인용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오프라인 마켓에서도 미니 냉장고, 미니 오븐, 미니 세탁기, 미니 전기밥솥, 미니 전기 포트 등 독신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또한 한 사람이 거주하는 적은 평수의 아파트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싱글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경제활동을 ‘1인 경제’, ‘단선 경제(单身经济)’, ‘싱글 경제(Single Economy)’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소비성향도 내가 편리하고 즐거운 형태로 소비하면서 실물 소비보다는 가성비가 높은 서비스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이 싱글 경제라는 신생 경제용어는 원래 서양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경제학자 맥카시(F. T. McCarthy)는 2001년 영국의 시사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처음으로 ‘싱글 여성 경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맥카시에 따르면 싱글 여성들은 광고업, 출판업, 엔터테인먼트업, 미디어 분야의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싱글은 혼자 사는 데다가 수입도 적지 않아 이상적인 고객이며, 다른 소비층에 비해 소비 충동과 소비 욕구가 강하다. 또한 유행하는 상품이거나 색다른 상품이 나오면 얼마든지 자신의 돈지갑을 열어 돈을 물 쓰듯 쓸 수 있는 계층이다. 미국에서도 싱글 여성 경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다. 오늘날 이 싱글 그룹은 이미 여성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싱글 전체를 대표하는 말로 변해버렸다. 오늘날의 싱글 그룹은 비교적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중국통계연감(中国统计年鉴)’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전체 인구(13억 9천만 명)에서 독신 인구는 약 2억 4천 9백만 명(17.9%)에 달했다. 중국의 법정 결혼 연령은 여자 20세 남자 22세인데, 이 통계 숫자는 미혼, 이혼, 사별 등을 모두 포함해서 독신으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2013년부터 중국의 독신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2018년에는 2억 6천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계속 늘어나는 데다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독신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민정부(民政部)의 통계에 따르면 독신 인구 2억 4천만 명 중에 홀로 사는 ‘1인 가구’는 7천 7백만 가구에 달한다. 2021년까지 1인 가구는 9천 2백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과 비교하자면 중국의 싱글 인구는 전체 인구수에 비해서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싱글 인구는 전체 인구의 45%, 일본은 32.4%, 한국은 27.2%를 차지하는데, 중국의 싱글 인구는 18%에 달한다. 일본과 한국의 독신 비율과 비교하면 중국의 독신 인구는 앞으로 4억 명으로 증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궈진증권(国金证券)이 2019년 2월 12일에 발표한 보고서 ‘단선경제특집분석보고(单身经济专题分析报告)’에 따르면, 1985-1995년생 독신 청년의 약 55%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등 1선(线)도시(가장 발전한 도시) 4곳과 청두(成都), 항저우(杭州), 난징(南京) 등 신(新) 1선도시 15곳에 살고 있다. 주로 금융, 정보기술(IT) 등 고소득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1선도시에 거주하는 독신 청년의 월평균소득은 8천위안(약 1백5십만 원)∼1만5천위안(약 2백6십만 원)으로 또래 청년들보다 높다. 따라서 그들의 소비액도 높을 수밖에 없다. ‘싱글 경제’의 핵심인 20-30대 젊은이들은 수입 상품 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유행에 민감하며 정보 습득이 빨라 수입 상품의 주요 소비층이다. 기업들은 이들의 폭발적 소비 잠재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행복한 생활을 갈망하며, 자신의 취미나 꿈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신 청년들은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 식사를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한다. 20-30대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기 때문에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상 심부름을 시키는 대학생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시중에는 1인 식당 테이블, 1인 훠궈(火锅, 샤부샤부) 등이 보편화하면서 1인분 식사 문화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싱글족은 방을 임대할 때도 간편한 식사 해결을 위해 24시간 편의점, 취안자(全家, Family Mart), 맥도날드, KFC, 버거킹, 더커스(德克士, Dicos) 등이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
싱글들에게 인기있는 상품은 운동 기구와 스포츠 용품(특히 운동화) 등이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운동도 단체운동보다는 요가, 수영, 조깅 등 개인 운동을 선호한다.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여성 싱글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은 화장품, 미용 도구, 의류, 장신구 등이다. 최근에는 싱글 남성들도 화장품을 애용하고 있어 남성용 화장품 시장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신세대들의 수입 상품 구매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기존의 해외 직구, 직접구매에서 공식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매 방식이 바뀌고 있다. 결제와 배송이 더욱 편리하기 때문이다. 공식 온라인 플랫폼인 징동취안우거우(京东全球购), 텐먀오궈지(天猫国际), 타오바오(淘宝), 웨이핀후이(唯品会), 미야(密芽) 등을 통한 구매가 보편화하고 있다.
싱글은 여가시간이 많기 때문에 기꺼이 문화를 소비하려고 한다. 그들은 홀로 자신만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인터넷 PC방에 가서 게임을 즐긴다. 또 ‘나 홀로 비디오방’이나 ‘나 홀로 미니 노래방’을 찾아 즐기거나 ‘1인 영화 관람’을 하면서 1인 문화 생활을 한다. 싱글족은 혼자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 쟁탈전을 치르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고함을 지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중국 미니 노래방 시장 규모도 35억 2천만 위안까지 성장했으며, 싱글 손님의 비율은 35.6%를 차지했다. 앞으로 싱글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오와 비디오를 전문으로 하는 작은 상점이나 미니 노래방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싱글 경제를 영위하면서 혼자 사는 삶은 외롭다. 싱글족 대부분이 애완동물을 선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애완동물(宠物) 서비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생의 파트너로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찾는 솔로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39%가 싱글 인구로 추정된다. 중국 금융투자신문(金融投资报) 2019년 10월 25일자 인터넷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반려동물 시장은 1708억 위안 규모로 1년 전 대비 27% 증가하였다. 2020년에는 2000억 위안(약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매체 중국경제망(中国经济网)이 2019년 11월 5일 보도한 바에 의하면 중국 도시에 사는 청년들의 약 40%가 ‘반려동물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응답자 가운데 40.4%가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 치장을 위해 매월 ‘500위안(8만 5천 원)~1000위안(17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애완동물 산업도 단순한 애완동물 용품과 식품 시장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되고 있다. 애완동물 훈련, 동물 병원, 영상 촬영, 보험, 애완동물 위탁배송, 장례, 애완동물 의류 등으로 서비스 시장이 세분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경제망의 한 연구원이 ‘2019 중국 도시 청년 보고서’를 발표하였다(2019년 11월 5일). 이번 조사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1선도시)와 항저우와 난징 등 주요 도시(신 1선도시)의 독신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도시에 사는 독신 청년들은 부동산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내 집 마련’이 결혼에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58.7%의 응답자가 ‘먼저 집을 마련하고 결혼을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들은 수입의 적지 않은 부분을 대출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의 중국 싱글 여성들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유명 잡지 <난런좡(男人装)> 중국판 조사에 따르면 30.35%의 중국 싱글녀가 ‘돈을 벌면 내 집 마련에 투자하겠다’고 답해 쇼핑이나 미용을 위해 돈을 쓰겠다고 답한 응답자들보다 많았다. 싱글 여성들은 대부분 직장이나 일에 충실하고 일을 통한 성취감이나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 부담과 직장 내 치열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계속 증가하는 싱글족을 타깃으로 사업을 한다면 가족 단위가 주로 이용하는 대형 유통매장보다는 싱글족들이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이나 유명 온라인 몰을 통한 판매나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도시의 여유 있는 싱글족들의 특징은 가격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 피부미용 등에 좋은 건강과 연계된 제품을 찾는다는 특징이 있다. 싱글 경제는 주택, 의류, 음식, 여행,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교제, 연금, 화장품, 애완동물, 운동, 문화 사업, 여행, 레스토랑, KTV(노래방) 등에 관계없이 모든 방면에서 시장 잠재력을 높이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노인 싱글 경제’도 포함된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노인들의 노후 생활방식에 맞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싱글 경제도 급부상하고 있다.
※참고자료
https://baike.baidu.com/item/单身经济/6225230?fr=aladdin
http://www.cyzone.cn/article/558154.html
http://baijiahao.baidu.com/s?id=1648170062556053268&wfr=spider&for=pc
https://insurance.cngold.org/c/2019-10-25/c6652246.html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