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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  통권 208호  필자 : 나은혜  |  조회 : 2223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가족의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텔레비젼 뉴스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마침 김장철이라 그런지 김장증후군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나도 며칠 전 김장을 한 뒤 병이 나서 한 이틀 동안 약을 먹고 쉬었다. 다행히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모처럼 운동을 하러 온 차였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86% 정도가 올해 김장을 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있는 것만 봐도 한국인의 겨울 식탁에 김치가 얼마나 중요한 반찬인가를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매년 11-12월이 되면 병원에는 주부환자들이 평소보다 20%가량 더 늘어난다고 한다. 한의원에도 주부환자들로 인해 북적댄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오랜 시간 김장을 한번하고 나면 온몸 여기저기 쑤시고 끙끙 앓게 돼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장증후군으로 주부들이 괴로움을 호소하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허리통증과 감기몸살, 주부습진 등이다. 특히 50대 이후의 주부들은 연골이 약해져 있어서 과도하게 허리 쓰는 일을 할 경우에 척추를 다치거나 디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의료진은 말한다. 이처럼 우리가 겨울 식탁에서 늘 부담없이 즐겨 먹는 김치는 어머니들의 건강과 맞바꾼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김치공장들이 있어서 사다 먹는 가정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하나도 담그지 않고 사서만 먹는다면 그 김치값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장하기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 혹은 친정 언니들은 나이가 드셔서 몸이 약해져 있는데도, 여전히 힘들여 김장을 해서 도시에 사는 딸, 며느리, 동생에게 보내 주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어떤 가정은 작년까지도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김장을 해서 가지고 왔는데, 올해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시면서 배추만 절여서 보내왔다는 가정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든 김장,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일까. 나 역시 이번에 가벼운 정도의 김장증후군을 앓은 사람이기에 할 말이 좀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한 달 전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팔다리의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좀 해 두었기에 이번에 이 정도로 가볍게 지나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필자의 의견으로는 김치를 담글 때는 온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추씻기, 절인 배추가 담긴 큰 대야를 들어 나르기 등 힘든 일들은 남자들이 해 주어야 한다. 남편도 아들도 딸도 다 함께 김치를 담그며 즐거운 가족 행사로 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아침에 절여 두었다가 가족들이 다 돌아온 밤에 배추를 씻어 양념을 넣고 버무리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통닭이나 피자를 시켜주어서, '김장 하는 날'이 한껏 즐거운 가족공동체의 행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젊어서 출산과 육아라는 큰일을 몇 번씩 겪는 여성은 50대 이후에는 이미 몸이 약할 대로 약해져 있다. 그런데 김장처럼 집중해서 신체를 쓰는 일을 매년 계속한다면 나이 들어 골병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가정의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는 것은 온 가족의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당숙 아저씨는 교육공무원으로서 은퇴하신 뒤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셨다. 그러나 그런 여유로운 자유는 얼마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젊어서 온갖 고생을 다한 당숙 아줌마가 처음에는 허리를 앓더니, 다음에는 다리를 못 쓰게 되시더니 급기야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기 때문이었다. 올해로 벌써 8년째 아내의 병시중에 아저씨도 지쳐서 이제는 당신도 병이 나고야 말았다.

당숙 아저씨 댁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옛일을 떠올리고는 씁슬해지고는 했다. 그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셨던 아저씨에 비해서 아줌마는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다섯 아이를 낳아 기르며 농사까지 지어야 했으니 몸이 너무 혹사를 당한 것이었다. 물론 모든 가정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아내와 어머니를 아껴주는 것은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더욱이 100세 장수 시대가 아닌가! 그렇다면 더욱이 늙어서도 아내가, 어머니가 건강하다면 가족들은 훨씬 질 높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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