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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4  통권 191호  필자 : 박애양  |  조회 : 2759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交通违法曝光台 (교통 위반자 게시판)



현재 중국은 국격에 맞는 국민 소양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계몽운동을 진행 중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교통예절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에도 불구하고 교통질서가 좀처럼 지켜지지 않자, 교통 위반자의 얼굴과 신상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되었다. 교통 위반자 공개는 중국의 안면인식기술을 십분 활용한 정책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각 도시의 건널목에 안면인식이 가능한 카메라와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교통 위반자를 발견하면 위반자의 사진을 찍고 15초간 현장을 녹화하여 커다란 전광판에 교통 위반자의 신상과 함께 현장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 전광판을 交通违法曝光台(교통 위반자 게시판)이라고 부른다.

 

 

교통 위반자 공개는 현재 중국 대부분 도시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내가 사는 지난(济南)시에서도 지난해부터 정식 시행되고 있다. 사실 지난시는 산동(山东)성의 성회(省会)이고 공자의 고향과 가까워서 그런지 생활 곳곳에서 예의와 도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통을 중시하고 문화가 발단한 도시이지만 이곳 교통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아무 곳에서나 마구 길을 건너는 中国式过马路(중국식 길 건너기) 현상이 그리 심한 곳은 아니지만, 건널목에서 서로 먼저 가려는 보행자와 운전자 간의 실랑이가 자주 일어나고 또 배달업이 성행하면서 급속하게 늘어난 배달 전동차와 오토바이 때문에 건널목은 종종 아슬아슬한 곡예장이 된다. 이에 지난시 정부는 ‘路口革命(건널목혁명)’을 선포하고 시민 교통 계도 활동을 시작하였다. 건널목혁명은 이름이 조금 거창하지만 중국 정부의 대규모 교통의식 계몽운동에 부응한 지난시 교통 프로젝트 구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지난시의 건널목혁명으로 건널목에서 차량과 보행자의 달리기 경주는 눈에 띄게 줄었다. 건널목 가까운 도로 바닥에 자나 车让人이란 글자를 적어 운전자의 주의를 강화하고 횡단보도 주변을 정비하여 보행자가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계도하고 있다. 车让人보행자 우선이라는 교통 규칙을 말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중국 운전자들은 보행자에게 도로를 양보하지 않아 도로를 건널 때 아찔한 상황이 많이 연출되었다.
 

건널목혁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안면인식 CC(폐쇄회로)TV와 교통 위반자 게시판이다. 교통 위반 기록은 게시판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도 공개된다. 각 시(市) 정부 교통안전 부서 홈페이지(交通违章查询官网)에 개인이나 차량의 위법 기록이 공개되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안면인식이 완료된 위반자 신분은 교통 당국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고 위반자 직장이나 자택에도 위반 사실이 알려진다. 동네 망신은 물론 교통 위반 사실이 직장의 업무평가에도 반영된다.1)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게 신상공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어 본 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아래 그림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자료이다. 2)

 

 

이미 교통 위반자 게시판에 오른 자신의 사진을 내리는 방법은 아래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범칙금을 납부한다. 지난시 범칙금은 5-50위안이다. 둘째, 일정 시간 동안 교통안전계도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교통질서에 대한 교훈을 얻게 한다. 그러나 올바른 교통질서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것은 위반한 사람을 찾아내어 공개 망신을 주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 위반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교통 환경과 예방적 정책이라 할 것이다. 
 

중국 공안국 발표에 따르면 안면인식에 5초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렇듯 중국의 안면인식기술은 현재 세계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섰다는 평을 받는다. 중국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는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충분한 내수시장, 그리고 실험적 무대의 보장이 있었다. 그러나 안면인식기술은 개인의 동의를 기초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된다. 많은 사람의 개인정보가 어떤 의도이든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용된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시민의 개인정보를 국가나 일부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交通违法曝光台(교통 위반자 게시판)이 중국식 길 건너기 습관을 고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시행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 신상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행위라는 비난을 벗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주       
1) 출처: https://www.sohu.com/a/152832364_267106
2) 사진출처: http://www.dzwww.com/shandong/sdnews/201705/t20170526_15970590.htm

 





사진 | 바이두 캡처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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