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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통권 2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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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 이야기] 그 소망을 품고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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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4  통권 291호  필자 : 이일형  |  조회 : 47   프린트   이메일 
[선교현장 이야기]
그 소망을 품고 나아가라

샬롬! 동역자 여러분, 모두 평안하신지요? 저희 가정의 비자 연장 절차가 잘 마무리되어, 인도네시아 메단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함께 기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월 15일, 메단 전체가 짙은 안개로 가득했습니다. 안개의 정체는 수마트라섬 옆 칼리만탄섬에서 발생한 산불 연무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해마다 농경지와 팜유 농장을 만들려고 불법으로 불을 놓는 관행이 주된 원인입니다. 특히 7~8월 건기 이후 가뭄이 이어졌고, 땅속에 유기물이 얽혀 있어 한번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 이탄지(피트지)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화재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한 달에만 3,560명이 목숨을 잃었고, 올해 산불 피해는 2015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독성 연무는 바람을 타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동티모르 그리고 필리핀 등 이웃 나라까지 퍼져 대기질을 크게 악화시켰습니다. 메단도 예외가 아니어서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휴교령이 내려졌고, 저희 아이들은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메단에는 비가 자주 내려 20일부터 정상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칼리만탄섬 지역의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가운데 있습니다. 10월 말부터 일부 지역에 반가운 비가 내리며 수개월간 이어진 연무가 조금씩 걷히고 있습니다. 산불이 속히 진화되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잘 회복되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10월 25일, 우리 교회 창립 8주년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예배당과 식당 벽을 새로 도배했습니다. 올해도 화인연회 감독님을 모시고 말씀을 들었고, 평신도 임원단 특송, 장년부 특송, 주일학교 특송, 청년부 워십댄스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렸습니다. 지난 한 해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앞으로 한 해는 우리 교회가 화인 친교 공동체를 넘어서 복음을 제대로 알고 전하는 선교적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Youth 부서를 맡은 지 벌써 3개월이 되었습니다. 지난 석 달은 비자 연장 문제로 사역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고, 부서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계획을 세울 여유도 없었습니다. 계획을 세워 진행했다가 비자 연장이 안 돼 여기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임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이에 화가 난 임원은 교회에 나오지 않고 피하기만 했습니다. 

담당자로서 해결해 보려 했지만 언어의 벽이 있었고, 임원들도 눈치만 보면서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피하기만 했습니다. 제가 계속 다가가면 부담스러울까 봐 기도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담임목사님, 평신도 대표와 함께 임원들을 각각 개인적으로 만났습니다. 이 갈등은 이미 1년 전부터 있었고, 이번에 한 사안을 두고 이야기하다 결국 터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26일 저녁 한 식당에 어렵게 모인 자리에서 임원들은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더 무거워지는 듯했지만, 마지막에는 웃으며 모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오해를 풀며 이해하려는 첫걸음을 뗐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10월 31일 토요일에는 Youth 셀 모임을 우리 집에서 열었습니다. 함께 예배드리고, 예배 후에는 아내가 준비한 한국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교제를 했고, 서로 한결 가까워졌음을 느꼈습니다. 이날은 제가 처음으로 통역 없이 인도네시아어로 설교(평소에는 중국어로 설교/인도네시아 통역)를 전했습니다. 원고를 읽어 내려가기에 급급했지만, 처음 인도네시아어로 청년들 앞에서 직접 말씀을 나눌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이어서 11월 1일 주일예배 후에는 3개월 만에 Youth 임원 회의를 다시 열었습니다. 제가 지난 석 달간 지켜보며 느낀 부족한 점을 나누고, 임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전하며, 앞으로의 부서 운영 방향과 다음 행사를 함께 정했습니다. 다시 한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10월 한 달은 비자 때문에 마음이 가장 힘든 한 달이었습니다. 비자 마감일은 10월 24일이었는데, 하루 전인 23일 극적으로 비자 연장 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24일 안에만 비자 연장 접수를 하면 메단에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27일 화요일 아침에 온 가족이 이민국에 가서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비자는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모든 절차를 끝냈으므로 11월 첫째 주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사실 월초에 서류에 문제가 생겨 다시 작성해서 보내야 했고,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소식은 없었습니다. 10월 24일 전에 연장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온 가족이 귀국 준비까지 해 두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이라 믿고 기도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걱정과 근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23일 오후, 에이전시로부터 접수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이고 감사했지만, 솔직히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화인 선교사역을 하며 ‘내가 과연 여기서 잘할 수 있을까?’, ‘이들은 나를 원하지 않는데 이렇게 버티기만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비자 문제까지 겹치니 사역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제 안의 기쁨도 점점 사라지면서 억지로 버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선교하려고 온 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비자가 연장되었어도 기쁨과 감사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더 커졌습니다.

바로 그날 오후, 다음 주 토요일 Youth 설교를 준비하며 성경을 읽는데 이사야 6장이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하나님은 이사야를 선지자로 부르시면서, 백성들이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고 마음이 둔해질 것임을 미리 말씀하십니다. 그럼에도 멸망과 심판이 임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말씀을 전하라는 사명을 주십니다. 

이때 이사야가 묻습니다. “주여, 어느 때까지니까?” 그 물음은 꼭 제가 지금 하나님께 듣고 싶은 대답이었습니다. “주님 제가 어느 때까지 여기서 있어야 합니까? 어느 때까지 있어야 이들의 마음이 열릴까요?” 이사야의 물음에 하나님은 성읍들이 황폐해지고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라고 답하십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절망뿐입니다. 그러나 이어서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황폐해져도, 그루터기처럼 거룩한 씨가 이 땅에 남을 것이라는 회복의 소망을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이 제게 이렇게 들렸습니다.

“일형아, 지금 보이는 것이 절망일지라도 내가 맡긴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여라. 다 무너진 것처럼 보여도 거룩한 씨와 같은 남은 자들이 이 땅에 있다. 그 소망을 품고 나아가거라.”

이 말씀은 저에게 위로와 새 힘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제 안에 여전히 ‘내가 선교하려는’ 마음이 있었고, 하나님보다 상황만 바라보며 한탄하고 도망가고 싶어 했음을 보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이 땅에서 1년을 더 허락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나를 부르신 분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만왕의 왕이시며, 일을 만드시고 성취하시는 위대하신 하나님이심을 믿고 오직 그분만을 더 많이 바라보며 나아가기로 다시 결단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Terima kasih Tuhan, Puji Tuhan! (주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






♣사진 설명 및 출처 | (위) https://www.sasaktour.co.k
r/Sasaktour_notice/41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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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형 | MDC 화교감리교회 협력목사,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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