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독신 여선교사의 선교수기를 읽으며 나도 저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막연한 소원이 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그 소원을 현실로 이루게 하셔서 대륙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게 하시고, 그분께서 나를 통해 일을 시작하시는 것을 보며 다만 하나님 한분만을 찬양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선교현장에서 있었던 체험수기를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중국선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보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내놓을 만하게 거둔 열매는 없지만 지난 7년 동안의 일들을 잠시 떠올려 보며 몇 자 적고자 한다.
중국에서 사역을 해 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숨김없이 그간의 사역을 지면에 노출시킨다는 것이 참으로 망설여지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다. 다음 사역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의 분량만 소개함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아프리카 오지나 작은 섬나라를 꿈꾸어 왔던 나를 전혀 꿈에도 생각지도 않았던 넓은 대륙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시고 사랑하게 하신 것은 중국과 한국이 수교되기 2년 전이었다.
중국에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중국어를 배우게 하시며, 1992년 중국수교와 더불어 한국에서 한족자매를 양육하도록 붙여 주심으로서 본격적인 사역이 시작되었다. 중국현장에서의 삶은 7년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중국사역은 올해가 11년째가 되는 셈이다.
한족 자매와의 만남
내가 한국에서 섬겼던 자매는 자존심이 강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한 집착으로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왔는데, 어떤 사고 현장에서 기적같이 생명의 손상을 입지 않고 살아난 체험을 한 후 주님을 믿고 성경을 공부하겠노라고 일도 그만두고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간 배운 중국어로 그와 교제하며 성경도 가르치고 찬송도 부르고 함께 기도하면서 2년이란 기간이 지난 후, 그녀는 중국에 가서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결단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그 이듬해 나도 중국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정작 중국에 가보니, 그 자매의 과거와 현재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신학을 하고 복음을 전하겠다고 눈물을 흘렸던 자매가 세상과 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미혼인 그녀가 한국에 나오기 전부터 동거하던 유부남과 복잡한 관계를 이루어 그의 삶은 엉망진창인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너무나 기가 막힌 사실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하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나는 아침마다 금식하며 작정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그와 함께 거하면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그 모든 사실을 나는 그 어머니를 통해 다 알고 있었는데 그는 내가 그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한다는 구실을 만들어 나를 속이고 한 달이면 20일이나 외박을 했다. 나는 모르는 척하고 계속 눈물로 기도만 했는데 언어연수 2년 과정이 끝날 무렵 어느날, 울면서 그동안의 일들을 고백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회개하는 것이었다. 그 후 그 자매는 신학교에 들어갔고 신학을 졸업하는 학기에 근사한 결혼식도 올리고 지금은 아주 중요한 위치에서 남편과 함께 주를 섬기는 사역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도 그녀를 보면 아직도 다듬어져야 할 부분은 많이 보이지만 코끝이 찡 해온다.
신나는 전도여행
한번은 그 자매와 선교여행 삼아 중국을 한번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흑룡강 끝에서부터 해남도까지 한달간 여행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열차에 올라타기만 하면 우리는 성경을 펴놓고 읽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그럴 때마다 중국 사람들은 성경을 호감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무슨 책이냐고 질문을 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경을 소개하면서 예수님에 대하여, 천국과 지옥에 대해서, 성경을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자매는 나보다 더 뜨겁고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는데 우리와 함께 마주 보고 않는 사람뿐만 아니라 옆 뒤 좌석에 서 있는 사람도 모두 귀를 세우고 열심히 듣는 것이었다. 말씀을 다 듣고 난 후에는 자기들도 예수를 믿고 집에 가면 교회를 찾아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고맙다고 자기들이 먹으려고 가져온 음식들을 우리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전도하다 보니 전도가 너무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되어 가는 곳마다 입이 열리고 술술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한번은 장강에서 배를 타고 총칭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배의 침대에서 성경을 읽으며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40대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먹을 것을 한 꾸러미 들고 우리가 있는 침대 아래 칸으로 왔다. 그는 짐을 풀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우리를 보다가 성경에 호감이 갔는지 그게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중국 사람들은 성경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성경처럼 두꺼운 책을 보면 아마 호기심이 생기는 듯했다. 자매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면서 지옥과 천국에 대해서 성경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그는 우리의 이야기를 누워서 듣다가 급기야 바른 자세를 하고 일어나 앉는 것이었다. 성경이 사실이고 적혀 있는 내용이 거짓이 아니라면 자기도 예수를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원래 공산당 간부이며, 모 공장에서 관리직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정말 진지했고 심각하기까지 했다.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옥가면 큰일이 아닌가 라고 했다. 우리가 말을 해 놓고도 정말 그 말은 놀랍게 들렸다. 그는 자기가 돈을 지불하겠으니 성경을 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 우리는 당연히 성경을 선물로 주었다. 그는 자기가 들고 온 오렌지를 칼을 꺼내 정성스레 벗기어 우리들을 대접하면서 고마워했다. 그 후로 우리는 교회에 찾아가거나 사람을 만나며, 성경을 한 가방씩 사서 메고 여행을 하며 전도하고 성경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한 권씩 나누어 주곤 하였다. 중국에서는 돈이 있어도 일반 서점에서 성경을 살 수가 없고, 교회를 통해서만 구입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 여인의 고백
우리가 어느 조선족 교회 주일예배를 참석했는데, 예배가 끝나고 문을 나서는 순간 조선족 자매 한 분이 혹시 한국 사람이 아닌가 하며 잠깐 만나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 자매는 자신이 예수님을 믿게 된 우여곡절을 이야기하였다. 사단에게 시달림을 받고 남을 의심하는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수님을 믿고 나서 사단에게 놓임을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기 주위에는 온통 기공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영적으로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너누 힘이 든다고 했다. 자매의 바로 아래층 아파트에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기공을 하는데 한번은 그 집에 들어갈 일이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기공을 하다가 그 자매를 보자 두려움에 떨더라는 것이었다. 그 자매는 기공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기 혼자서 자신을 지키기도 힘들 정도로 사단이 심하게 역사한다고 했다. 그 자매는 집에 있으면 무기력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운데 전도하려고 나가기만 하면 발걸음이 나는듯 가뿐하다는 것이었다. 주님께서 갈 곳도 인도해 주신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촌에 가서 전도를 했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으니 나더러 함께 가서 설교를 좀 해줄 수 없느냐는 것이다. 4시간 동안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시골의 한 벽돌집으로 들어갔는데 잠시 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금방 방 두 개가 꽉차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 성경에 대해, 예수님에 대해 그동안 듣고 배운 내용을 총망라하여 나름대로 가르친다고 가르쳤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모두 하자면 지면이 부족하다. 이런 간증들은 중국의 영혼들이 얼마나 말씀에 갈급해 하고, 말씀을 잘 받아들이는 지를 잘 설명해 주는 예들 일 것이다.
중국에서 언어연수 2년이란 기간과 현지 사역자와의 만남과 결혼, 두 아이 출산 등의 일들을 겪는 동안 7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자녀를 낳아 양육해 본 사람이라면 연년생으로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동감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교현장 체험수기를 써 달라고 했을 때 쓸 것이 없노라고 대답했었다.
교회 사역을 하는 현지인 남편 뒷바라지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 그것이 솔직히 내 사역(?)의 주요 부분이었음을 고백한다.
이곳에 살면서 나도 중국 사람의 사고방식을 배웠는지 많이 느긋해진 것 같다. 앞으로도 평생 이곳에서 살면서 그분께서 주신 생명을 드려야 할 경주의 장이라고 생각하면, 앞에서 이루어 놓은 성과는 없어도 계속적으로 나를 사용하실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해 보게 된다.
김한나 / 중국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