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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0  통권 84호  필자 : 박성주  |  조회 : 4014   프린트   이메일 
[고사성어]
부형청죄(負荊請罪)

질 부   가시나무 형   청할 청   죄줄 죄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벌하여줄 것을 청하다”


《史記 . 廉頗藺相如列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인상여(藺相如)는 교만하고 포악한 진(秦)나라 왕을 지략과 담대함으로 이겨 큰 공을 세웠다. 조나라 왕은 그의 공적을 높이 사서 그를 상경(上卿)에 봉하였다. 그것은 조나라의 명장인 염파(廉頗)보다도 높은 자리였다. 염파는 그 자신도 일찍이 제(齊)나라와 위(魏)나라 등을 물리치고 적지 않은 전공을 세운지라 인상여를 심히 못마땅하게 여겼다.

염파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나에게는 성을 공략하고 야전에 임한 큰 공이 있지만 인상여는 단지 입만 놀렸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신분이 낮은 사람이 아닌가. 그런 자 밑에 내가 있다니 정말 수치스럽다. 인상여를 만나면 그의 면전에서 창피를 주고야 말겠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인상여는 될 수 있는 대로 염파와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인상여의 수하가 이상히 여겨 그에게 물었다.

“대감의 관직이 염파보다 높은데 무엇 때문에 그를 두려워하십니까?”

인상여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나라가 우리를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것은 문신으로는 내가 있고 무관으로는 염장군이 있기 때문이야. 만일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불화하여 단결하지 못한다면 적은 기회를 틈타 우리 나라를 침범할 것일세. 개인간의 원한은 사소하여 굳이 따질 것이 못 되지만, 국가의 이익은 큰 일이니 모든 것보다 우위에 두어야 하지 않겠나?”

인상여의 이 말이 염파의 귀에 전해지자 염파는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웃통을 벗어버리고 등에 가시나무를 메고 인상여의 집으로 가서 자신을 벌하여 달라며 그에게 사죄하였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은 마음을 합하여 나라를 위해 충성함으로 다른 나라들이 감히 침범하지 못하였다.

‘부형청죄’의 이야기를 보면, 인상여의 큰 아량도 본받아야 할 덕목이지만 자신을 철저히 낮추고 겸손히 용서를 구한 염파의 용기 또한 놀랍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관계가 많은 만큼 거기서 오는 아픔들도 많다. 때로는 정면에서, 혹은 제삼자를 통해서 억울한 공격도 당하고 오해도 많이 받는다.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우리는 그 탓을 상대방에게 돌리기가 쉽고 그래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이끌어가곤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염파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설혹 내 생각에 상대가 99퍼센트 잘못했다고 느낄지라도, 먼저 가서 용서를 구하고 관계를 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가 이처럼 개인의 차원에서 용서를 실천하기 시작하면 단체와 단체의 관계에도 용서가 적용되고, 나라와 나라, 민족과 민족 간에도 부서졌던 관계들이 회복될 것이다.


박성주/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준문학과 교수, 중국어문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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