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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5  통권 289호  필자 : 이일형  |  조회 : 1171   프린트   이메일 
[선교현장 이야기]
주의 은혜로 덮어주신 8월

샬롬! 동역자 여러분, 모두 평안하신지요? 한국에서 돌아온 뒤 맞이한 8월 한 달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기쁨과 감사 그리고 예상치 못한 아픔까지 함께 지나온 한 달이었습니다.

8월 5일, 은혜 가운데 마친 첫 성경공부
비록 제가 처음에 준비했던 교재로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담임목사님께서 평소 성도들이 궁금해하던 주제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제안하셔서 그 주제에 맞춰 강의안과 교재를 새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 수요기도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고, 몇몇 성도는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왔습니다. 주일예배를 비롯해 그 어떤 예배와 모임에서도 성경책을 들고 오는 성도를 본 적이 없었기에 정말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컸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준비한 내용을 나누고 조별 토의를 거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도들이 적극 질문했고, 제 언어 실력이 부족해 바로 답하지 못한 부분들은 통역을 맡아주신 담임목사님이 답변과 보충 설명을 잘해주셨습니다. 보통 한 시간 정도 진행되던 수요기도회가 이날은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남은 질문들은 다음 성경공부 때 다루기로 했습니다. 

성경공부가 끝난 뒤 담임목사님은 크게 만족하셨습니다. 사실 이 성경공부는 몇몇 성도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인데, 담임목사님도 이 시간을 통해 큰 도전을 받으신 듯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성경공부는 목사님이 직접 준비하겠다고 하셨고 매달 돌아가며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지금 진행되는 방식은 제가 생각했던 성경공부라기보다는 신앙 토론에 가까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것만으로도 감사했으며, 이번 성경공부를 통해 하나님은 제게 두 가지 소망을 주셨습니다. 말씀에 갈급한 성도들이 있다는 것과 담임목사님 안에 성도들에게 성경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열정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사실 목회자는 당연히 성도들을 가르치고 양육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멈춰 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지금 이와 같은 선교지의 상황에서 선교사인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지금 내가 성경공부를 다 인도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결국 현지인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게 현지 동역자들을 세우는 일이 사실 더 중요하기에 지금 이렇게 된 것도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였습니다. 

선교사는 현지에서 이방인이며, 비자 문제 하나로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지금 성경공부를 하면서 성도들을 가르치고 변화의 길로 인도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들을 계속해서 양육해야 할 현지 목회자에게 목회적 열정과 사명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중요한 저의 사명입니다. 아무리 제가 다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고 붙들려고 하지 말고, 그 자리에 현지인 지도자를 세워 교회가 복음 안에서 건강하게 세워질 때, 조용히 떠날 수 있는 선교사가 되기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8월 12~13일, 외부 강사 목사님을 초청해 진행한 부부 세미나
다른 교회 성도들도 함께 참석해서 말씀 안에서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 두 사람이 한 몸이 될지로다”(창세기 2:24)라는 말씀처럼, 각자의 가정이 말씀 위에서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을 맞아 진행한 전교인 야유회
8월 17일은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인데, 한국의 광복절과 같은 날입니다. 교회에서 한 시간 거리의 넓은 공원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레크레이션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점심을 나누고 교제하며 돌아왔는데, 웃음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8월 24일 월요일 오전, 전도사님의 전화
약국을 운영하는 한 성도의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서른일곱 살의 청년은 다리를 다쳐 석 달 가까이 집에서 회복 중이었고, 한 달 전에는 완전히 회복되어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우리 교회에 나와 예배드린 청년이었습니다. 이 가정은 아버지만 우리 교회에 나오셨고, 어머니는 아직 신앙이 없으셨습니다. 여섯 달 전, 청년이 다쳤을 때 목사님과 함께 병문안을 가서 그때 처음 만나 기도했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세상을 떠나기 2주 전부터 다쳤던 다리 부위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고, 병원에서 재수술 중 갑자기 소천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을 미리 알았더라면 함께 기도하고 더 마음을 썼을 텐데, 청년의 아버지는 그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셨고, 부고 소식조차 다른 성도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그날 겨우 청년의 아버지와 통화가 되어 장례식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신호 대기 중이던 나의 차를 뒤에서 트럭이 들이받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온 뒤 처음 겪은 교통사고였습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다행히도 다친 곳은 없었고 두통과 어지러움 정도였습니다. 차 범퍼가 찌그러졌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이라면 보험사에 연락해 처리하겠지만, 이곳은 그런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대개 당사자끼리 합의를 하는데, 언어도 아직 유창하지 못하고, 상대의 형편(노동자)을 알기에 합의하여 돈을 요구하기도 어렵고, 저 역시 장례식장으로 서둘러 가야 했기에 그냥 괜찮다고 하고 인사만 나누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뜻밖의 부고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사고까지 겹치니 처음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운전해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님은 그저 눈물만 흘리셨고, 저 역시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어서 그저 곁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기도하고 돌아왔습니다. 청년이 예수님을 영접했는지 마음에 걸렸었는데, 예전에 다른 교회에 다니며 세례받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최근 수술을 받기 전 다른 교회 목사님이 병문안을 가서 신앙고백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이별,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을 알기에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마음의 위로를 얻었습니다. 

비자 연장 문제, 오롯이 하나님께 맡겨 드리며
집에 돌아와 그날 하루를 되짚어보았습니다. 차가 망가진 것은 속상했지만,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자 감사였습니다. 사실 메단에서 1년 9개월 동안 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은 기적입니다. 매일 운전하면서 몇 번의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지켜 주신 하나님은 이번에도 다치지 않게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사고를 통해 저를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그동안 이 가정에 더 깊은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상황을 살펴 함께 기도해야 했었는데, 정작 저의 문제 해결에만 몰두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깨닫게 하셨습니다.

사실 지금, 저희 비자 연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희는 종교비자로 이곳에 머물고 있고, 매년 연장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8월 초 비자 연장을 돕는 대행사로부터 후원자 측의 서류 사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감리교는 1연회, 2연회, 화인연회 이렇게 세 연회로 나뉘어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감리교를 하나의 종교단체로 보기 때문에 그동안 모든 행정은 1연회에서 처리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소속 연회와 관계없이 1연회 감독님이 비자 관련 서류에 사인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모든 연회의 감독이 새로 바뀌면서 새 1연회 감독님이 2연회와 화인연회 소속 선교사들의 서류는 각 연회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결국 화인연회에서는 아직 저의 비자 연장을 새롭게 처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되었고, 지금은 화인연회가 다시 1연회 감독님께 요청을 넣어야 하는 처지인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달 내내 사역도 바쁜 가운데 이 비자 문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알아보느라 마음을 많이 썼습니다. 돌아보니 이 땅과 맡겨주신 영혼들에 대한 관심보다 저의 비자 문제에 더 집중하고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선교사에게 비자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비자가 없으면 더 이상 이곳에서 사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지나며 하나님은 제가 자신의 문제에만 매여 있었음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비자는 정부가 내어주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나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나올 상황이라도 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부분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음을 저는 믿습니다. 아직 당장 떠나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에, 오히려 저에게 맡겨주신 이 영혼들에 더욱 관심을 두고 기도해야 함을 다시 깨닫습니다. 저희 비자 만기일은 10월 24일까지입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대로 잘 진행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 땅에서 허락하신 그날까지, 맡겨주신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기를 소망합니다. ♣









♣사진 설명 | (위) 첫 성경공부 (아래) 부부세미나 
♣이일형 | MDC 화교감리교회 협력목사,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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