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대만 타이베이(台北)시에 있는 징메이푸인탕(景美福音堂)과 삼일교회는 대만 남부 자이(嘉義) 지역에 있는 구린(古林)교회로 단기선교를 다녀왔습니다. 한 달 전부터 구체적인 사역 계획을 세우며 준비했지만, 연계 교회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세부 사역의 결정과 준비가 다소 늦어졌습니다.
우리 팀은 어르신 사역과 청소년 캠프 그리고 코리안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어린이와 유아 다섯 명을 포함한 우리 팀 선교대원 스무 명은 첫날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버스로 함께 이동할 다른 팀의 도착이 늦어지고 교통체증까지 겹치면서, 아침에 집을 나선 지 14시간 만인 밤 9시가 훌쩍 넘어서야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 주신 늦은 저녁을 서둘러 먹은 뒤 예배당에 모여 함께 예배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구린교회 목사님과 중학생부터 청년까지 다섯 명의 다음 세대가 나흘 내내 저희 곁을 지켰습니다. 처음에는 곁에서 사진을 찍으며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사역을 돕는 것은 물론, 힘든 뒷정리와 청소 그리고 쓰레기 정리까지 묵묵히 섬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 다섯 명 외에 구린교회 성도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어르신 사역과 청소년 캠프 신청자도 각각 다섯 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낙심되었습니다. 우리는 40명분의 선물과 청소년 캠프에서 함께할 워십댄스 등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기에 더욱 속상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도 주님께서 우리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역을 이어갔습니다.
둘째 날 저녁 코리안 파티에는 구린교회 성도들과 장로님도 참석하셨습니다. 특히 장로님은 그 시간이 무척 감동적이고 좋았다고 말씀하시며, 다음 날 선교대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에도 참석하셨습니다. 토요일 코리안 파티에는 친구분들도 데려오겠다고 하셨고,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주시며 선교대원들을 섬기셨습니다. 교회 안에 조금씩 활기가 도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큐티 시간에 징메이푸인탕 황(黃) 사모님은 “새로운 사람이 몇 명 오는가 하는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이 교회가 하나 되어 더욱 단단히 세워지는 게 주님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사역일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선교를 한다면서도 우리의 지혜와 우리의 능력으로 계획하고 준비한 일들을 너무 앞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이곳에서 그분이 원하시는 일을 감당하는 것이 바로 선교임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 10개월 동안 구린교회에는 담임목사님이 부재중이었습니다. 그동안 교회 청소년과 청년들이 돌아가며 앞장서서 말씀을 나누며, 예배의 자리를 지켜 왔다고 합니다. 7월에 새로 부임하신 담임목사님은 교회에 적응하시며, 이일 저일로 분부한 가운데 계셨고, 아직 개인 짐조차 옮겨오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50여 명의 선교팀을 맞이하는 일이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구린교회로 부임하기 전 목사님은 두 차례 구린교회에서 설교했는데 두 번째 설교하러 오셨을 때, “목사님처럼 찬양을 인도하고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한 학생의 고백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목사님은 구린교회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확실히 알았다고 합니다.
담임목사님이 계시지 않은 10개월 동안 돌아가며 말씀을 나누고 예배의 자리를 지킨 청소년과 청년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교회를 지켜 온 이들을 보며 대만의 다음세대가 더 기대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코리안 파티를 앞두고 다 함께 드린 예배는 더 특별했습니다. 국적과 언어 그리고 문화는 달랐지만,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되어 전심으로 드린 예배는 은혜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주님도 이 예배를 기뻐 받으신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게 했습니다. 구린교회 안에서 귀한 믿음으로 자라나는 대만의 다음세대가 뜻을 정한 다니엘처럼 더욱 아름답고,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사역을 마치고 떠나는 날, 우리가 탄 버스를 바라보며 축복송을 불러 주던 구린교회 목사님과 청년들의 마지막 모습에 모두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우리를 대만 남부의 구린교회로 이끄신 이유가 바로 목사님과 청년들, 지극히 작은 이들 때문이었구나.’
그곳에서 믿음을 지키고 주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며 자라고 있는 대만의 다음세대를 만날 수 있어,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이 배우고 감사한 선교사역이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선교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질지는 우리가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비록 지금, 내 눈에 기대했던 열매가 보이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그 자리에서 충실히 감당하는 것, 그것이 선교임을 다시 배웠습니다.
뜨거운 여름,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우리를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이번 선교에서 배운 마음을 잊지 않고 일상에서도 선교적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기도와 물질로 함께해 주신 덕분에 모든 사역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김혜지 | 삼일교회 집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