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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5  통권 289호  필자 : 오픈도어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  |  조회 : 1184   프린트   이메일 
[선교일언]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한반도 통일

올해 3월 북한은 헌법을 개정했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총 9차 례 헌법을 개정한 북한이지만,1) 이번 개정은 특별히 큰 이목과 관심을 끌었다. 헌법 개정 내용에 ‘두 국가론’을 구체화한 영토 조항이 신설되었고, 통일 관련 문구가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개정 헌법은 제1장 제2조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아) 연방, 남 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라고 영토 조항을 신설하였다. 이와 함께 기존 헌법 9조에 있었 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 쟁”한다는 문구가 삭제되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통일’은 과거 1972년 7.4 남북 공동 성명에서 합의한 통일 원칙이다. 

이러한 헌법 개정은 소위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불리는 북한의 새로운 노 선에 따라 남북 관계가 근본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경로를 걷게 되었음을 보 여주는 상징적인 일로 평가된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는 2023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 계’로 규정하면서 처음 제기되었다. 이후 북한은 대대적으로 대남 조직을 통 폐합하고, 한반도 이미지도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만을 표기한 것으로 교체하며,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을 비롯한 통일 관련 구조물을 철거하는 등 이를 반영한 실제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헌법 개정에서 관련 조항이 삽입됨으로써 ‘적대적 두 국가론’은 북한의 단기적인 전략이 아닌, 장기적인 노선의 변화임을 확실하게 하였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국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남과 북이 별개의 두 국가와 같은 관계였던 만큼, 이를 확인하는 차원일 뿐이라고 보기도 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하는 평화적 두 국가론, 또는 한조관계론 등이 이야기되기도 한다. 또 다른 방향에서는 북한의 두 국가론을 인정해서는 안 되며, 한민족과 통일에 대한 개념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랜 기간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 온 교회와 성도들에게,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남북 관계의 변화는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어떤 경로로 나오게 되었는지, 앞으로의 남북 관계는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언급한 것은 2023년 12월이지만, 그 이전부터 북한의 통일 정책은 변화를 보여왔다. 2019년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모든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2019년 12월 정면돌파전을 선언하였다. 이후 2020년 6월 9일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으며, 6월 16일에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대남 강경 노선을 보여왔다. 특히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사업총화보고에서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통일과업 부분에서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표현이 삭제되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북한이 통일을 대하는 관점이 변화하였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2)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남한과의 체제 경쟁의 열세를 인정하고 통일 담론을 핵 보유 담론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 것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이와 함께 북한 내부 정치적으로 남한을 적대국으로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변화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박형중(2026)3)은 남북 관계가 2018년 이후 새로운 장기 국면에 진입하였다고 평가했다. 과거 북한은 대남 우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통일을 통해 자신에 대한 안전보장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체제 경쟁에서의 열세, 미국과의 회담 실패, 그리고 북중러 연대의 점진적 강화 등에 따라 통일 서사 대신 핵 억제력 서사로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핵 억제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영구 적대 병존한다는 노선으로 전환하였고, 이러한 노선 아래에서는 한국이 반드시 적대적 국가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필연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의 적대성이 감소하면, 북한의 정권 안보의 정치적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황수환(2025)4)은 지위 위협이라는 개념을 통해 북한의 행동을 분석하였다. 지위 위협은 기존에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개인이나 집단이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 자신의 지위가 불안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며, 주로 물질적 위협(희소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경제적 경쟁)과 상징적 위협(사회문화적 적대와 편견)으로 나타난다. 황수환은 여기에 외교적 위협을 더해 북한의 행동을 분석하였다. 북한이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자신들이 이기거나 우위에 서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였고, 이로 인한 물질적, 상징적, 외교적 위협을 느꼈으며, 심리적으로 느끼는 위협을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는 각각 물질적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 활동 증가와 경제 정책 노선 전환을, 상징적 위협에 대해서는 주민통제 강화와 남한 흔적 지우기를, 그리고 외교적 위협에는 진영화 된 국제질서 속에서 안보 보장을 위한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로 외교활동의 보폭을 확장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제기한 궁극적 목적은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정당화, 대남 무력사용에 대한 정당성 확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내부결속 합리화, 국제적 고립 타파 및 주권 국가로서 국제적 지위 인정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5)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제기한 ‘두 국가론’과 유사한 사례는 과거 동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동독의 ‘두 국가론’은 통일 여력 미비, 서독과의 경제 격차, 주민의 서독 동경 등 모든 여건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동독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제기되었다. 1960년대 후반 동독은 자신의 주도로 통일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통일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1969년과 1974년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헌법 제1조의 ‘통일’과 ‘국적’ 내용을 삭제하였다. 빌리 브란트(Willy Brandt)의 ‘신동방정책(Die neue Ostpolitik)’으로 동서독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동독은 서독이 동독을 법적으로 승인하기를 요구하여 양국 간 기본조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6)

북한의 실제적인 위협
이렇듯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통해 남북 관계를 과거와 같이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을 추구하는 특수 관계’가 아닌 교전국, 적대국으로 남한을 대하겠다는,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남 대적 투쟁 원칙에 입각한 공세적인 대남 통일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북한에게는 남한을 군사적으로 타격하거나 남한에 핵을 사용하는 일도 같은 민족에 대한 공격이 아닌 적대국에 대한 정당한 군사적 행동일 뿐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2023년 군 지휘훈련과 작전회의에서 남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부 목표가 표시된 지도를 공개하였으며, 8월에는 남반부 점령을 가상한 ‘전군지휘훈련’을 실시하였다. 더 나아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하는 문제를 언급하였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이라는 표현을 동시에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렇듯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더 노골적이면서 실제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태원7)은 이번 헌법 개정으로 기존 남북 관계의 패러다임이 뿌리째 흔들렸다고 평가한다. 핵 지휘권이 헌법적 권한으로 규정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졌으며, 두 국가라는 헌법적 규정은 한국을 패싱하는 북미간 직거래 환경을 더욱 공고화하였고, 그간의 교류 협력 자산이 소멸하면서 향후 남북 관계가 재개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기초 위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북한의 두 국가 노선을 공식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이를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정하고 ‘비적대적 평화 공존’을 단기 목표로 설정하고 장기적인 통일 담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박원곤8)은 북한의 실제적인 핵 위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은 단순한 통일 포기 선언이 아닌, 남북 관계를 핵 대 핵의 적대적 국가 관계로 재편하는 과정이다. 북한은 현재 대한민국을 별개의 교전 국가로 규정하고, 유사시 적대국에 대한 군사적 승리와 영토 완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남한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의 위협에 대한 억제와 자위권 확보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한국을 핵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독립적 적대국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한국은 기존의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와 평화공존 담론에만 머물기보다 억제·관리·위기대응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남북 관계를 단순한 ‘통일·대결’ 이분법이 아닌 장기적 관리 대상으로 재규정하는 전략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다. 

박형중9)은 북한 정권은 한국이라는 적국이 없다면 내부 정치적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북한은 남북이 영구적으로 적대하며 병존하는 상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전략을 추진할 것이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남북 관계는 전면전은 발생하지 않지만 ‘차가운 평화’10) 조차도 오기 어려운 ‘냉전의 지속’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여전히 약자인 북한으로서는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 ‘우발적 핵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협(The Threat That Leaves Something to Chance)’을 지속 유지하는 것이, 우세하지만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한미를 견제하고 제압하는 방도이기 때문이다.

엇갈리는 평화와 통일
이렇듯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기존의 남북대화와 통일 논의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북한이 통일 논의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남북이 통일을 논하는 근본 이유였던 ‘민족’ 개념을 버린 만큼, 남북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당장의 평화가 심대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통일을 논하기 이전에 국가 대 국가로서 평화를 이루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명림11)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이야기하기 이전부터 ‘한조관계’라는 개념을 제시해 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남(한국)과 북(조선)은 그동안 같은 민족으로서 가진 동질성보다는 상이성과 대결성이 오히려 두드러져 온 반면, 한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은 각각 이념과 민족을 근거로 남북 관계를 민족 내부의 문제로 이해하려 한 것을 중대한 패착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남과 북이 ‘민족 내부’나 ‘특수 관계’에 매몰되기보다 보편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상호 국가성과 주권성을 인정하면서 서로 적대, 간섭, 충돌하지 않는 원칙과 정책을 펼치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데 더욱 유리하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그는 별도의 칼럼을 통해 자신의 ‘한조관계론’은 한국과 북한이 서로를 외국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공존을 위해 상호 국가성과 주권성을 존중하며 서로 적대·간섭·충돌하지 않는 관계를 이야기한 것이며, 통일 역시 미래로 유예하는 것이지 영구 폐기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리고 이번 북한의 헌법 개정과 적대적 두 국가론은 공존을 위한 ‘두 국가론’이 아닌 ‘두 외국론’이라고 비판했다.12) 

반면 비록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더라도, 우리는 기존에 북한과 합의한 ‘특수관계’를 유지하며 헌법이 부여한 영토조항과 통일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손선홍13)은 동·서독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여 ‘사실상의 두 독일 국가’를 인정하는 국제 환경에서도 서독은 동독을 승인하지 않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유지했으며, 또 기본법의 취지를 살려 서독으로 오고자 하는 동독 주민을 모두 받아들이는 등 정책을 꾸준히 유지했기에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한국 역시 북한과 합의한 ‘특수관계’를 유지하며, 헌법에 규정된 영토조항을 유지하고 평화통일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하는 ‘평화적 두 국가론’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해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이다. 그렇지만 기존 헌법의 통일조항과 영토규정에 위배된다는 점, 비록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통일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호응하는 모양새가 되어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 등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여러 논의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교차하는 상황의 이면에는 ‘평화’와 ‘통일’이 서로 상충하는 가치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과거에는 남과 북이 모두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가운데 서로 다른 방식일지언정 통일이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의 진전임에 이견이 없었다. 그렇지만 북한이 ‘민족’과 ‘통일’을 폐기하면서 통일은 모두가 동의하는 의제가 아닌, 한 편이 거부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으로 받아드리는 의제가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 논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양상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평화와 통일이 상호 배타적인 개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평화를 위해 통일을 포기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이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분단의 장기화 또는 영구화를 한반도 평화의 진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전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대체하는, 통일과 평화를 연계 또는 포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명규14)는 통일·평화·번영을 한데 묶으면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조를 개선하되 그 한계를 뛰어넘고, 두 국가론이 가지는 오류와 위험을 피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진 발전 동력과 융복합적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전망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두 개의 코리아를 인정한 위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는 논의를 찾아가자는 ‘코리아 공동체’를 제안하였다. 그에 따르면 코리아 공동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교통, 관광의 제반 영역이 서로 다른 수준과 속도로 통합되는 공동체이다.

김병로는 같은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을 이룬다는 ‘민족론’에 비해 ‘두 국가론’은 서로 다른 국가가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 해야 하므로 통일로 가는 길이 조금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럽연합(EU)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독립국가연합(CIS) 등 국가연합 방식의 결속체가 존재했던 만큼 유럽형 국가연합 방식의 통일을 추구한다면 두 국가가 ‘연합’의 방식으로 국가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았다.15)

이런 맥락에서 통일국가로 단번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한국(남한)과 조선(북한)이 국가연합 방식의 통일을 우선 추진하고, 최종적인 통일 국가의 형태는 다음 세대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통일 국가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북한의 국제화를 유도하고, 핵 문제와 평화 체제 및 경제협력 등 세 개의 차원을 연계한 ‘복합평화기획’을 펼치는 ‘창조적 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16) 이 외에도 송인호17)는 한반도라는 민족, 역사, 문화적 공통점과 한반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전제 및 목표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보편적 가치의 측면을 모두 담아낸 명칭인 ‘한반도가치공동체 통일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통일의 비전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단순히 전략적인 차원을 넘어 남북 관계와 통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 온 교회와 성도들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먼저 짚어볼 점은 북한에서 제기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 과연 받아드릴 수 있는 주장인지의 여부이다. 한편에서 보면 여러 학자가 지적하듯 남과 북은 오랜 분단을 거치며 상당히 이질적인, 어찌 보면 다른 민족에 가깝다고 할 만큼 많은 차이점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치·군사적으로 남과 북은 여전히 전쟁 중인, 휴전 상태의 교전국이다.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적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의 마음에는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우리와 관계없는 또는 적대적인 국가와 민족이라고 말할 수 없는, 민족과 동포 의식을 가지고 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오랜 분단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은 있으나, 한민족으로써의 동질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음을 우리는 그간의 접촉과 만남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 주민들은 오랫동안 남과 북을 한민족으로 여기고 통일의 희망을 품고 살아왔다. 이와 관련하여 탈북민 출신 현인애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장은 현재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 논의는 절망적인 북한의 삶 속에서 통일을 통해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북한 주민들의 희망을 꺽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탈북민 입장에서 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남한이 북한 주민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두 국가 논의가 북한 주민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기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18)

특별히 교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역사적으로 한국 교회는 그 시작부터 현 북한 지역으로부터 뿌리를 내렸으며, 그 영향력이 오늘날까지 미치고 있다. 한반도의 첫 선교사인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 복음이 처음 들어온 경로, 최초의 개신교 교회 등 한국 기독교의 뿌리는 북한 지역이 중심이었다. 주요 교단, 교회, 신학교가 북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월남민 교회가 남한 복음화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이뿐 아니라 분단 기간 동안에도 고난의 행군 당시 많은 북한 동포를 섬길 수 있었다.


현재도 북한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와 사역자들이 있으며 북한 안에도 민족과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지하교회 성도들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한국의 주요 교단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남한 지역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교회로 인식하고 이를 구조적으로 유지해 왔다. 이렇듯 한국 교회의 뿌리와 역사를 생각한다면 남과 북을 단순한 별개의 국가 또는 적대적 국가로 보는 관점은 교회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글에서는 남북 관계와 통일에 관하여 정치·외교적 차원과 교회적 차원을 구분 지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정치·외교적 차원에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증대되는 위협을 무시할 순 없다. 북한의 적대성을 완화하고 위협을 잘 관리하기 위한 평화적 노력이 요구된다. 다만 남과 북을 법적으로 분리된 국가로서 인정하거나 이를 반영하여 헌법 개정 등 주요 제도를 수정하는 데까지 이르는 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남과 북을 별개의 국가로 공식화하는 일은 한반도의 분단을 영구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또한 남한과의 영구 대결을 원하는 북한의 전략에 오히려 호응하는 꼴이 되어 이후의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모양새가 연출될 우려도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통일의 시기가 왔을 때 남한이 주변국에 비해 가지는 연고권에 대한 문제도 있다. 실제적으로는 헌법의 조항을 근거로 부여되는 탈북민에 대한 지위나 탈북민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슈를 고려해 볼 때, 평화를 위해 남과 북이 상호 주권성과 국가성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법적인 차원의 것이 아닌 ‘사실상의’ 관계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교회적 차원에서는 한국 교회가 통일을 포기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 북한의 사회와 사람들, 그리고 지하 성도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한국 교회는 오랜 기간 민족 복음화의 비전을 교회의 시대적 사명으로 여겨왔다. 또한 북한의 폭정과 억압으로 인해 고통받는 지하 신자들에 대한 동포 교회로서의 책임이 있다. 사회적으로 남한에서 이야기되는 ‘두 국가론’ 논의의 이면에는, 통일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여론이 높아지고 북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견 서로 무관한 존재가 됨으로써 두 국가 사이에 평화공존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모 학자가 이야기하듯 “한국은 지금까지처럼 자유·인권·민주주의·평등·복지의 길로 (더) 나아가면 된다. 조선의 세습·수령체제·일인지배·강제수용소·일당독재는 그들의 선택이다”19)라는 의견이 대중들에게는 더 공감을 받는 입장일 수 있다. 앞으로 정치, 외교적인 환경의 변화 속에서 통일의 희망이 더욱 희미해지고 사회적으로 통일에 대한 논의가 더 약해지는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일어나는 억압과 폭력, 박해에 대해 단순히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교회가 택할 행보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마주하게 되더라도 교회는 꾸준히 북한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시대적 사명과 북녘의 형제자매들을 저버리는 일일뿐 아니라, 진정한 평화는 무관심이 아니라 만남과 소통, 이해를 위한 노력으로라야만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정치적인 현실을 초월하여 통일과 선교에 힘써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그동안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통일' 담론을 폐기했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뤼드거 프랑크(Ruediger Frank)20)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은 한반도 통일의 유일한 지지국임을 자처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한반도의 특정 지역이 아닌 한반도 전역을 하나의 교회 공동체로 하는 정체성을 지켜왔다. 이러한 정체성과 동포 의식은 한국 교회의 뿌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북한으로부터 시작된 ‘적대적 두 국가’ 논쟁이 한국 교회에 기존의 사회적 통념에 따른 통일 논의를 넘어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확인하고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쇄신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믿음 안에서 정치적 현실을 넘어 평화와 통일, 북한을 향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사역하며 나아가는 것, 그리고 남과 북의 교회가 하나 되어 한반도와 열방을 섬기는 '한반도 교회 공동체'를 꿈꾸는 것, 바로 이것이 오늘 한국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일 것이다. ♣


미주
1) 김일기, 김인태 (2026), “북한의 개정 헌법 분석과 정책적 고려사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INSS전략보고 No.398 (2026년 6월), p. 1.
2) 권숙도 (2024), “‘적대적 두 국가’ 개념을 통해 본 북한 통일정책의 전환”, 대한정치학회보 32집 4호 (2024년 11월), pp. 136-137.
3) 박형중 (2026),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기 국면”, EAI 동아시아연구원 (2026.6.24.), pp.1-10.
4) 황수환 (2025),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왜 제기했을까?: 지위위협 요인을 중심으로”, 북한연구소 북한학보 vol.50, no.1, pp. 97-126.
5) 위의 글, p. 156.
6) 손선홍 (2025), “북한의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선언과 우리의 대응 – 동독의 ‘두 민족 두 국가론’과 비교”, 외교 제152호 (2025.1), pp.176-179.
7) 하태원 (2026), “북한 ‘두 국가론’ 헌법화와 새로운 남북관계 구상”, 세종연구소 세종포커스 (2026.05.18.), pp. 1-5.
8) 박원곤 (2026), “통일에서 점령으로: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 EAI 동아시아연구원 (2026.05.18.), pp. 1-8.
9) 박형중(2026), 앞의 글.
10)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양측의 기본적 합법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낮은 수준의 제도화를 이루는 것.
11) 박명림 (2020), “한국과 조선: 한조관계의 역사·이론·방향 – 남북관계의 종식을 위하여”, 동방학지 제190집 (2020년 3월), pp. 25~65.
12) 박명림, “‘한국과 조선’: 바른 두 국가관계를 향해”, 중앙일보 (2026.06.12.), www.joongang.co.kr/article/25436106>
13) 손선홍 (2025), 앞의 글.
14) ‘2026 통일과나눔 컨퍼런스’ 3부 ‘통일론의 혁신 모색 - 새로운 비전을 향하여’, www.tongnas¬tory.com/news/articleView.html?idxno=1717>
15) [특별대담] 김병로 교수 “차기 정부, 한반도 안정화하는 일 급선무”, 뉴스파워 (2025.05.10.), www.newspower.co.kr/61402>
16) 김병로 외, 「분단의 고난과 통일의 비전-21세기 한반도 통일 선교와 신학」, 서울:도서출판 동연 (2026), pp. 42-44.
17) 송인호 (2024), “동서독 관계가 주는 시사점”, 세종연구소 2024년 제1차 세종특별정책포럼 자료집, p. 38.
18) [에디터의 Q] "김정은 두 국가론에 대한 동조, 통일 바라는 북한 주민 희망 꺾는 것", 조선일보 (2026.05.10.), 
20) Ruediger Frank(2024), “North Korea’s New Unification Policy: Implications and Pitfalls”, 38North (2024.01.11.), www.38north.org/2024/01/north-koreas-new-unification-policy-implications-and-pitfalls/>
<1883년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 소래마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소래 교회>

* <북한개발소식> 2026년 8월호(통권 250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사진 설명 | (위) 평양 통일대축전과 제10차 범민족대회를 기념하기위해 2001년 8월 14일 준공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이 철거를 지시하면서 2024년 초 철거되었다. (아래) 1883년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 소래마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소래 교회
♣오픈도어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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