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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7.5  통권 287호  필자 : 변성래  |  조회 : 1152   프린트   이메일 
[책 속의 중국]
《주식회사 차이나》
강일우 / 펜타클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8분, 베이징(北京)올림픽의 서막이 울려 퍼졌습니다. 중국인들의 8자 사랑은 유별납니다. 8자가 여러 개 들어간 전화번호나 차량 번호판은 고가에 거래됩니다. 마트 매장에는 8자가 들어간 가격표가 많습니다. 8자 마케팅입니다. 유명한 호텔의 전화번호는 대개 8888로 끝납니다. 중국인이 8(八, bā)을 좋아하는 이유는 “돈을 번다”라는 뜻을 가진 ‘파차이(發財, Fācái)’의 ‘파(發, Fā)’와 음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8자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필자의 손녀가 생각납니다. 올해 중1인 제 외손녀는 8월 8일 저녁 8시(몇 분인지는 잊었습니다만, 8분은 아니고요)에 태어났습니다(자연분만). 제 딸에게, 아마 중국 같으면 제왕절개로 날짜와 시간을 맞췄다고 할 거라는 말을 했었지요. 지난 뉴스를 보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과 아울러 ‘올림픽 결혼’과 ‘출산’이 붐을 이루었는데, 특히 출산은 인위적인 제왕 절개수술로 산모와 아기의 건강이 위협당하거나 의료진의 부족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해 2008년 미국과 유럽에는 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금융위기가 닥쳤기 때문입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많은 미국인이 집을 잃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이 흔들릴 때, 중국은 오히려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재정지출로 경기부양에 나서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중국인들의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이 세계를 향해 존재감을 한껏 과시한 절묘한 기회였습니다. 2008년이 세계 패권의 저울추가 기울어진 결정적인 해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물론 중국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지요.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이 탐욕스러운 빚잔치 끝에 파산 위기에 몰려 비틀거릴 때, 그동안 묵묵히 하청공장 노릇을 하며 창고에 달러를 산더미처럼 쌓아둔 중국이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때부터 중국의 공기가 완전히 바뀌어서 “서양 놈들 별거 아니네? 이제 우리 자본과 우리 방식이 세계의 표준이다”라는 거만한 자신감이 폭발한 겁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언대로 몸을 한껏 낮추고 있던 겸손한 판다가, 드디어 두둑한 돈주머니를 믿고 사나운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분발유위(奮發有爲)
뜻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도광양회는 ‘칼날의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려라’는 뜻입니다. 덩샤오핑이 남긴 생존 전략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돈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은 이제 주먹을 쥐고 새로운 구호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분발유위. 떨쳐 일어나, 우리가 마땅히 할 일을 하겠다!” 이제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하고 힘도 쓰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바다 한가운데 암초를 메워 인공섬을 만들고, 활주로를 깔아 군사기지를 세웠습니다. 주변국이 항의하면 강하게 맞받아칩니다. “이 바다는 원래부터 우리 거야. 어쩔 건데?”

이 책의 제목이 《주식회사 차이나》로 되어 있어서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 설명을 듣다 보니 그럴듯합니다. 지은이 강일우 작가는 대륙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간판 뒤에서, 세계에서 가장 무자비하고 치밀한 ‘초거대독점 기업’처럼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그려줍니다. 독특하지만 사실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산당 최고지도부는 절대 권력을 쥐고 국가의 방향을 통제하는 ‘총수와 이사회’로, 국유기업과 지방정부는 중앙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실적을 내는 ‘핵심 사업부와 지역 거점’으로, 거대 민간기업과 부호들은 당의 허락과 묵인 아래에서만 부를 누릴 수 있는 ‘하청업체이자 파트너사로’, 14억 인민은 이 거대한 제국을 굴러가게 하는 피땀 어린 ‘노동자이자 든든한 내수 소비자’로 묘사됩니다. 

이제 중국이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동안 많이 컸지요. 중국이라는 나라가.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핵심 이권을 싹쓸이하며 자기편으로 만들고,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리며, 급기야 세계 최강국 미국의 패권에 정면으로 맞붙는 유일한 적수가 되었습니다. 수천 년간 아시아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했던 화려한 제국이, 서구 열강에 처참하게 수탈당했던 ‘치욕의 100년’을 뼛속 깊이 되새기고 있었겠지요. 드디어 “원래 내 자리였던 세계 1등의 패권을 기필코 되찾겠다”라는 집착과 생존 본능의 폭발로 보입니다. 

2026년 5월 14일 자 뉴스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하면 (중미) 양국 관계는 총체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라며 반대로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부딪치거나(碰撞) 심지어 충돌(衝突)할 것이고, 중미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어 표현 ‘팽당(碰撞)’과 ‘충돌(衝突)’은 모두 ‘부딪침’을 의미한다지요. ‘팽당’이 비교적 표면적이고 가벼운 부딪침을 뜻한다면, ‘충돌’은 보다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대결에 가까운 의미라고 알고 있습니다. 미중(美中) 간의 만남에서 대만 문제는 거의 빠짐없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번에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중 강도가 높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 등을 거론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아직 그가 시 주석에게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편전쟁과 불평등조약에서 G2까지 
이 책의 판형은 182*257mm이나 두께는 200쪽에 불과합니다. 아편전쟁 이야기부터 중국이 G2로 부상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이 책만큼 간결하고 선명하게 정리한 책을 아직 못 만나봤습니다. 아편전쟁이 터지기 50여 년 전부터 시작됩니다. 1793년, 영국사절단이 건륭제를 만나러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의 배에는 산업혁명의 결정체인 최신식 시계, 망원경, 증기기관 모형 등이 잔뜩 실려 있었습니다. 물건은 둘째 치고 ‘예법 문제’에서 부딪혔습니다. 콧대 높은 영국 사신이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 무릎을 세 번 꿇고, 머리를 아홉 번 땅에 찧는)’를 받아들일 리가 없지요. 시간이 흘러 중국 남부의 개항장인 광저우 항구. 영국 상인들은 중국 시장을 보며 침을 흘립니다. 차이나의 도자기와 비단이 인기 품목입니다. 중국의 차(茶)도 빼놓을 수 없지요. 당시 영국에서는 ‘티타임(tea time)’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영국이 중국에서 열심히 물건을 사 오는데, 중국은 영국에서 제작되는 물건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눈더미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에 다급해진 ‘신사의 나라’ 영국은 아주 비열하고 치사한 꾀를 냅니다. 바로 식민지 인도를 이용한 삼각무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제 덩어리 ‘아편’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편전쟁’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1842년 8월 난징에 정박한 영국 군함에서 중국 역사상 최초의 불평등조약인 난징조약이 이뤄집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역사)는 익히 알려진 사건들입니다. 태평천국과 서구 열강의 침탈, 신해혁명과 군벌 시대, 국공합작과 중일전쟁, 국공내전과 두 개의 중국, 한국전쟁과 냉전, 광기의 시대인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그리고 획기적인 변화의 시대이기도 한 미국과 핑퐁외교와 유엔 입성,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 그리고 거대한 용의 시대인 G2로 마무리됩니다. 원래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집되었으나, 글자도 크고 그림과 사진이 곁들여있어 중국의 역사가 궁금한 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입니다.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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