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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4  통권 286호  필자 : 이일형  |  조회 : 1393   프린트   이메일 
[선교현장 이야기]
정전, 일상의 작은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배운 시간

샬롬! 동역자 여러분, 평안하신지요? 5월 한 달도 정말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5월 10일은 어버이 주일이었습니다. 원래 중국교회에서는 보통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키는데, 우리 교회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기리는 어버이 주일로 예배드렸습니다. 이날은 예배에 오시는 모든 부모님께 한국처럼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렸습니다. 특별히 제2 감리교학교 교장선생님(감리교 목사)을 모셔서 어버이 주일에 맞는 가정에 관한 설교를 들었고, 예배 뒤에는 모든 부모님께 교회에서 준비한 선물(마트 상품권)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마친 뒤 함께 점심을 먹고,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성도들과 함께 요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 교회는 매년 5월에 요양원이나 고아원을 찾아갑니다.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가득 들고 방문하여 그들을 격려하고 주님의 사랑을 전하며, 복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올해는 요양원 방문을 결정하였고, 한 달 전부터 성도들 모두가 마음을 모아 헌금한 재정으로 요양원에서 필요한 생필품과 점심 식사를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교회 성도들과 함께 요양원에 도착해 짐을 나르고 그들과 함께 찬양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곳은 생각보다 훨씬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이었는데(어르신들은 대부분 화인), 마당에 지붕만 얹어놓은 공간에서 모여 찬양했습니다. 무척 더운 날씨에 야외였던 탓에 선풍기 몇 대로는 흘러내리는 땀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품고 함께 찬양하며 그분들께 주님의 사랑과 축복을 전했습니다. 

목사님의 부탁으로 중국어 찬양을 부르는데 기타를 치며 찬양하는 순간, 갑자기 스콜(세찬 소나기)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30분 동안 굵은 비가 내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제 목소리는 점점 묻혀 갔고, 있는 힘을 다해 목청껏 불렀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그분들과 함께 찬양하고 교제하며, 몇몇 분들을 위해 기도해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목은 쉬고 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렇게 지역사회를 섬기고, 나아가 복음을 전하는 데 힘쓰는 화인교회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인도네시아는 5월 14일을 예수님 승천일로 지냅니다. 공휴일인 이날 각 교회에서는 예수 승천 기념예배를 드립니다. 인도네시아 감리교 화인연회도 두 달 전부터 예수 승천일 기념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오전 6시 30분부터 12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행사장을 빌려 5,000여 명이 함께 메단 시내 5km를 걷고 예배드리는 행사였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당일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메단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행사였습니다. 걷기 행사를 하는 동안 도로 통제까지 이루어지고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현장이 연출되며 행사는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예수님의 승천을 기념하고 예배드리는 모습이 감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라기보다, 우리의 숫자와 재정을 과시하려는 행사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시며 제자들에게 맡기신 “가서 제자 삼으라” 말씀하신 지상 대명령의 선포와 그에 대한 순종의 결단보다, 함께 모여 즐기는 축제처럼 보여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이렇게 큰 행사를 한 것이기에 앞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화인연회가 더욱 하나님을 알리고 전하는 귀한 도구로 쓰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예수승천일 기념행사

                                   ▲예수승천일 연합기념예배


5월 22일 저녁 6시 44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전역을 강타한 대규모 정전(Blackout)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수마트라 북부, 중부, 남부를 연결하는 핵심 송전망에 연쇄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날 저희도 저녁을 먹고 잠시 쉬던 중 갑자기 정전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많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한두 시간 정전되는 것은 잦은 일입니다. 폭우로 나무가 쓰러져 전선이 끊기거나, 지역 전력 부족으로 정부가 일시적으로 공급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곧 들어오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도 전기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지만, 너무 더워서 가족이 모두 차를 타고 동네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사방이 완전한 암흑이었습니다.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전기는 내일 아침에나 들어올 것이라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샤워하고 누웠지만 더위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지쳐서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어느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인터넷도 되지 않아 현재 상황을 살펴볼 겸 아침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습니다. 모든 도로의 신호등이 꺼져 있었고, 주유소마다 차와 오토바이가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발전기를 돌릴 기름을 사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정전이 일상인 이곳 사람들은 저마다 발전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전이 되면 발전기로 버팁니다. 사람들이 주유소로 몰린다는 것은 이 정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뜻이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는데, 저희가 들어서자마자 수십 명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다들 자리에 앉자 가져온 멀티탭으로 핸드폰과 노트북을 충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정전 사태가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저도 겨우 거기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악천후와 낙뢰로 수마트라 전력 공급의 핵심 송전선에 문제가 생기면서 섬 전체가 정전되었고, 현재 복구 중이나 언제 전기가 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점심이 지나도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교회에 출근해야 했기에 가족 모두 충전기, 노트북, 여벌 옷 등을 챙겨 교회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교회는 오전 11시(23일)부터 전기가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교회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각자 볼일을 보았습니다. 다음 날이 주일이었던 터라 저는 설교 준비에 집중하면서 SNS로 계속 상황을 주시했습니다. 

오후 5시, 우리 동네에 전기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짐을 싸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막내 찬유(6살)가 얼마나 기뻐했던지 “할렐루야!”를 계속 외쳤습니다. 22시간 만에 돌아온 전기였습니다. 주일에 교회에 가보니, 어떤 성도님 댁은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전기가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이후에도 25일까지 순환 정전이 있을 수 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25일)까지 다행히 추가 정전은 없었습니다.

수마트라섬 전체가 이토록 오랫동안 정전된 것은 이곳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 했습니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큰 재난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현지인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살아가더라는 것입니다. 반면 저희는 계속 걱정하고, 초조해하고, 불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서 못 살겠다, 너무 힘들다, 이곳을 떠나고 싶다”라는 마음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그날 저녁 전기가 들어온 후 잠자리를 준비하고 가족 모두 함께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22시간 동안 불평하고 짜증 내며 이 땅을 향해 나쁜 마음을 품었던 죄를 회개했습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고,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 속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를 온 가족이 함께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큰 짜증을 안 부리고, 잘 버텨주고 따라와 준 것도 고마웠습니다. 차에 기름이 충분히 있어서 밥을 먹으러 나갈 수도 있었고, 교회로 잠시 피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였습니다.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일상의 작은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를 온몸으로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희 가정은 이 땅에서 하루하루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산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으로 저희를 부르셨고, 하나님과 함께라면, 앞에 놓인 어떤 산도 능히 넘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앞으로 다가올 6월 한 달도 주님과 함께 승리하는 한 달 되기를 소망합니다. ♣





♣사진 설명 | (위) 수마트라섬 전체 정전
♣이일형 | MDC 화교감리교회 협력목사,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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