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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4  통권 285호  필자 : 변성래  |  조회 : 1473   프린트   이메일 
[책 속의 중국]
《한국에게 중국은 감정이다》_말해지지 못한 감정의 역사, 한국인의 불안이 축적된 이야기
_박은혜 / 좋은땅
 
한국 동아시아연구원의 ‘동아시아 인식조사 자료(2025년)’를 보면 우리 국민이 중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가 66%로,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은 중국에 비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25%에 그쳐, 한국인의 대중(對中)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임을 보여줍니다. 중국에 좋은 인상을 갖는 이유로는 ‘거대 시장으로 경제적 기회가 크기 때문에’가 71%로 가장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면, 좋지 않은 인상의 이유로는 ‘국민성과 행동이 비호감이기 때문’이 58%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정치체제가 공산당 일당지배 체제이기 때문’이 40%, ‘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보복 때문’이 37%로 뒤를 이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주로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되나, 부정적 인식은 국민성-정치체제 등 사회적, 구조적 요인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 《한국에게 중국은 감정이다》로 들어가 봅니다. 지은이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박은혜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중국으로 건너가 학부부터 법학 박사 과정까지 중국 현지에서 수학했습니다. 박사 과정 중에는 상하이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강의를 맡아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의 사회, 문화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후 중국 비즈니스 쪽으로 방향을 틀어 현재는 중국에 기반을 둔 한국 기업에서 인사, 조직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보낸 햇수보다 중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깁니다(26년간). 주변 사람들이 처음에는 언제 다시 한국 가느냐고 물었다가 이제는 “중국 사람 다 되었네”라는 소리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중국인과 결혼했습니다. 지은이가 중국인과 결혼을 결정하고 지은이 어머니에게 그 마음을 전했을 때, 깊은 상처와 감정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엄마는 내가 중국인과 결혼하겠다고 처음 말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 마음은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나는 눈빛과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실망감, 당혹감 그리고 어쩌면 그 너머의 무언가… 슬픔인지 분노인지, 아마도 그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었던 것 같다.” “왜 하필이면 중국 사람이야?” “내 딸이 왜 그 사람을 선택했을까?” 아마도 이런 장면들이 지은이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한 동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은이는 다양한 각도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한국인의 기질과 ‘이웃’을 대하는 방식을 시작으로 역사 속 한국과 중국의 기억 더듬기, 한국인들이 중국과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일본. 조선족, 중국인 그리고 미디어 등 일상에서 체감되는 중국, 좀 더 시야를 넓혀 유럽에서는 인종, 민족 간에 혐오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에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앞서 인용한 ‘중국에 대한 한국인’ 자료를 보면서, 그렇다면 중국은 한국인에 대해 어떤 마음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자료에서는 비슷한 수치에 한국과 중국의 위치만 바뀐 듯합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오래된 그림자 
지은이가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았다고 표현 한 부분에 공감합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잔잔한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던 시기도 있었고, 존경과 신뢰라는 바람을 받아 순항하던 때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배는 언제든 폭풍을 만날 수 있는 항해를 계속해 왔습니다.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감정이 결코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중국을 향해 문화적 뿌리를 떠올리며 익숙함을 느끼고, 어떤 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반감을 먼저 느낍니다. 이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조공 질서와 사대관계라는 이미 사라진 제도가 남긴 정서적 유산이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공산당 정부가 중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언젠가 인터넷상에서 중국과 한국의 네티즌들이(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고 사소한 일로 기억합니다만) 충돌이 일어났을 때, 중국 젊은이가 한국의 네티즌들을 향해 조공하던 때를 기억하라고 대응했습니다. 지금 시대가 어떤 때인데 조공 이야기를 꺼내나 하고 황당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공 질서와 (중국에 대한) 사대관계는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 제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오래된 질서가 남긴 감정의 구조는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합니다. 이 감정의 유산은 정치와 외교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세계 속에서 자신을 위치 짓는 방식에까지 깊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은이가 책의 제목을 《한국에게 중국은 감정이다》라고 지은 듯합니다. 

일상에서 체감되는 중국 - 조선족, 중국인 그리고 미디어
지은이는 조선족에 대한 한국 사회의 감정은 언제부턴가 ‘이해’가 아니라 ‘이미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황해》는 조선족을 한국 대중문화의 중심 무대로 끌어올린 첫 작품입니다. 이전까지 조선족은 뉴스의 사회면이나 통계 속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존재였지만, 이 영화 이후 그들(조선족)은 하나의 ‘얼굴’을 갖게 됩니다. 이 ‘얼굴’은 복잡한 설명이나 맥락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거칠고, 가난하며, 언제든 폭력으로 돌변할 수 있는 존재, 관객은 이 얼굴을 이해하지 않아도 되었고, 오히려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황해》는 약 157(2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초대형 흥행작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가 남긴 감정의 잔상은 그 어떤 천만 영화보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영화는 조선족 사회의 구조나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생존의 압박과 불법체류, 범죄와 살인을 숨 쉴 틈 없이 연결합니다. 화면은 늘 어둡고, 인물들은 쫓기며, 폭력은 설명 없이 터집니다. 이 영화가 강력한 이미지로 재생된 것은 조선족을 악으로 단순화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영화는 그들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려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관객은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인간’을 만납니다. 설명은 최소화되고 감정은 최대화됩니다. 그 결과 조선족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반응의 대상으로 바뀝니다. 이후 조선족은 대중문화 속에서 하나의 장르적 기호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별도의 설정 없이도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이미지는 이후 반복 재생산되기에 최적의 형태를 보입니다. 

공포는 어떻게 중국을 향하는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중국인을 둘러싼 공포는 범죄 통계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이 한국인을 납치해 장기를 판다”, “무비자로 들어온 중국 범죄 조직이 사람을 노린다”, “인육을 판매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라는 말들이 온라인과 일상 대화 속에서 반복됩니다. 이 이야기들 대부분은 확인되지 않았거나 과장된 루머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그럴듯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확산한 중국인 납치설, 장기매매설, 인육설은 중국 사회의 실상을 설명하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는 듯합니다. 불안정한 미래, 경제적 위기, 치안에 대한 불신,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에 대한 공포가 중국이라는 대상에 투사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 공포의 원인이라기보다 공포가 향하는 가장 편리한 방향이 되었습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해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와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언제나 이성보다 감정이 이깁니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지고, 더 깊은 이해를 얻을 것입니다. 결국 배움과 경계, 사랑과 비판이 공존하는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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