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동역자 여러분, 평안하신지요?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의 소망입니다. 부활절이 지난 지가 벌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시간이 빠릅니다. 저희는 고난 주간을 은혜 가운데서 보내고, 부활절 예배도 감사히 드렸습니다. 부활절에는 인도네시아 감리교 화인연회 감독님께서 오셔서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저와 아내(반주)는 특송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함께 찬양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설교만큼이나 특송의 기회도 많이 주어지는데, 박자도 음정도 변변치 않은 저에게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는 자리를 허락해 주시는 것이 참으로 주님의 은혜입니다. 예배 마지막 순서에는 모든 성도가 한 분씩 나와 강단 앞 십자가에 백합을 꽂으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배 후에는 한 성도의 귀한 섬김으로 온 성도들에게 부활 달걀을 나누어 드리며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주일 사역을 모두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마음속을 지나갔습니다. 개신교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임에도 불구하고 예배의 분위기는 보통의 주일예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부활절 예배에 출석한 성도의 수가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올해 부활절이 중국의 청명절(4월 5일, 조상의 묘를 돌보고 성묘하는 중국의 4대 전통 명절 중 하나)과 겹쳤기 때문입니다. 성묘를 위해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난 성도들이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청명절은 공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곳 화인(華人)들은 중국의 명절과 절기를 빠짐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부활하신 예수님보다, 주일을 성수하는 것보다 가족 모임과 민족 고유의 명절을 지키는 일이 더 우선시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모든 성도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인도네시아 땅에서 살아온 화인들의 아픈 역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1740년 네덜란드 식민 정부에 의한 화인 대학살, 1965년 9월의 정변, 1998년 5월의 반화인(Anti-Chinese) 폭동 등 깊은 상처를 품고 살아온 화인들에게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생존과도 같은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 나라의 자녀로서의 정체성보다 중국 혈통의 민족적 정체성이 더 강하게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신앙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8개월간 사역하면서 느낀 것은 믿음이 성장하지 못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성도들을 말씀으로 가르치지 않았고, 신앙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성도가 복음이 무엇인지, 신앙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화인교회조차 성경공부가 없다는 사실이 이곳 신앙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7월 이곳에 부임한 이후부터 성경공부와 새신자 양육 과정이 세워지기를 꾸준히 기도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4월 초에 담임목사님께서 저를 부르셔서 성경공부를 준비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드디어 하나님의 때가 온 것인가?’ 하는 마음에 기도 응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막상 준비를 시작하려니 이곳 성도들의 형편에 맞는 교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주변 선교사님들께 도움을 구하여 여러 교재를 추천받았고, 그중 두 가지를 선정하여 성경공부 계획안을 목사님께 제출하였습니다. 벌써 3주가 지났지만, 아직 답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만약 이곳에서 성경공부가 시작된다면, 그것은 화인연회 교회들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어 성경공부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좋은 열매가 맺힌다면 다른 교회에서도 성경공부 요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통역을 통해 진행해야 하기에 말씀이 얼마나 잘 전달되고 이해될지 걱정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성경공부의 시작이 담임목사님의 목회적 결단에 앞서 몇몇 성도들의 자발적인 요청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에 갈급한 영혼들이 이미 이 안에 있다는 것이 저에게 큰 기쁨과 소망이 됩니다. 성경공부 계획안이 잘 통과되어 하루빨리 시작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4월 21일에는 화인연회 1지방 감리사님(지방장)께서 오셔서 우리 교회 감사(監査)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역자들(담임목사, 전도사, 저)과 평신도 임원 12명이 함께 모여 지난 한 해(2025년 7월부터 현재까지)의 예배와 행사 그리고 인원 현황 등을 보고하고, 감리사님의 평가와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 감리교회는 별도의 직분 체계 없이 2년마다 임원단을 구성하여 목회자를 도와 교회를 운영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감사에 이어 전도사 진급 여부를 결정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임원들이 한 분씩 돌아가며 전도사의 사역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이후에는 저와 담임목사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평가 시간에는 사역자들은 잠시 자리를 피해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처음이었기에 낯설고, 궁금한 마음에 전도사에게 물어보니, 매년 감사 때마다 사역자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해당 교회 평신도 임원들이 사역자의 사역 내용, 성도들과의 관계 그리고 인격과 성품 등을 한 분씩 이야기하며, 내년에도 이 교회에서 사역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목회자가 한 교회에 오래 머물면서 생길 수 있는 매너리즘이나 권위 남용을 방지하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역자들이 성도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여, 균형 잡힌 양육과 훈련을 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곳 목회자들은 예배 준비와 설교 외에 별다른 사역을 거의 진행하지 않습니다. 심방은 성도가 아파서 기도를 요청할 때만 이루어지고, 정기적인 심방은 없습니다. 감리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속회(소그룹 모임)도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요 저녁 기도회와 주일예배, 이 두 번의 모임이 신앙생활의 전부인 셈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인도네시아 감리교 화인연회는 감독이 사역자를 파송하는 감독 파송제를 시행하고 있어, 매년 6월 중순 연회에서 다음 사역지가 발표됩니다. 부임한 지 1년 만에 다른 교회로 파송될 수도 있으며, 이는 담임목사, 부목사 그리고 전도사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연회 때 사역지 발표가 있는 그날은 사역자들에게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이러한 조직 체계와 제도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분열이 생겨나기도 하고, 본질인 복음보다 형식과 외적으로 보이는 것을 더 중요시합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나님이 나를 이곳으로 부르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들은 이곳에 온 이후 단 한 번도 제 마음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난번에도 나누었듯이,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예배하며, 제 삶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오래 다녔지만, 복음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이 이런 것임을 삶으로 보여주는 선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수요 저녁 기도회를 마치고 성도들과 교제하는 자리에서 한 성도가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곳에 온 이후 처음 받아 본 질문이었습니다. “한국이 여기보다 살기도 좋고 사역하기도 훨씬 좋은 환경일 텐데, 목사님은 왜 여기에 오셨나요?”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과 이 영혼들을 사랑하셔서 저를 이곳으로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선교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이들에게 저희 가정이 이곳에서 사역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예배의 제단을 쌓으며, 조급함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자 합니다. 저희 가정이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날마다 나를 부인하고 내 안에 예수님만이 주인 되는 삶을 통해 조금씩 이 땅의 영혼들이 말씀을 갈급해하고 복음을 갈망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
♣사진 출처 | (위) 픽사베이 ♣이일형 | MDC 화교감리교회 협력목사, 인도네시아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