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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4.3  통권 284호  필자 : 김영철  |  조회 : 1542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역행인생(逆行人生, Upstream)》--존중과 안전

2024년에 상영된 이 영화는 쉬정(徐崢)이 각색 ·연출 ·주연을 맡았는데, 쉬정은 2018년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를 제작하고 주연을 맡아 제55회 대만 영화제 진마장(金馬獎)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주목받았다. 또한 2010년 《인재경도(人在囧途)》, 2012년 《태경(泰囧)》 등 코미디 시리즈에 주연 ·각색 ·연출을 맡아 흥행 기록을 경신하기도 하였다. 연기에서 연출까지 다재다능한 역량을 선보이고 있는 쉬정은 예술 작품성과 흥행 모두 인정받는 중국의 대표적인 유명 영화인이다. 

한국 매체에도 소개된 이 영화는 IT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승승장구하다가 회사의 감원 대상이 되어 배달 기사로 재취업에 도전하는 중견 간부 가오즈레이(高志壘, 徐崢 분)의 이야기다. 

권고사직을 받은 가오즈레이는 숙부 아들의 취업을 부탁하는 아버지를 안심시킨다. 그는 직장에서 위기에 몰려 재취업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일가친지의 취업을 도와주는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엮어내는 묘한 대조를 보이며 영화는 시작한다.

부하직원이 중요한 코드를 잘못 삭제해서 물의를 일으키자, 팀장인 가오즈레이는 자기에게 책임을 전가하라고 말하는 좋은 직장 상사이다. 가오즈레이는 입사하여 십여 년간 야근에 시달리며 회사에 헌신했지만, 만성 당뇨병을 얻었다고 푸념한다. 자기가 고안한 프로그램 때문에 권고사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가오즈레이는 재취업을 알아보려고 수많은 곳에 이력서를 돌리고 소개비로 많은 돈을 들였지만, 나이에 걸리고 제대로 된 대우도 받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뇌졸중으로 입원한 아버지의 병원비로 수십만 위안이 필요하고, 딸의 국제학교 등록금, 주택대출금 상환에 허덕이는 남편을 도우려고 아내는 드럼 교육을 다시 시작한다. 

궁지에 몰린 가오즈레이는 나이도 그렇게 따지지 않고 진입장벽도 낮으며, 성과급에 따른 소득도 높다는 유혹에 배달 기사에 뛰어든다. 

배달 주문 서비스사 간의 경쟁이 치열한 배달 기사는 매일 시간과의 전쟁을 치른다. 속도위반에 따른 안전 문제와 교통 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나는 법질서를 준수하여 영광입니다”라는 표어를 몸에 두르고 일하는 가오즈레이는 교통질서를 일깨우는 처벌을 받기도 한다.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는 배달 플랫폼은 배달 기사가 근무 인증을 위해 미소 짓는 장면의 사진을 찍어서 전송하게 했다. 스쿠터에서 넘어진 가오즈레이는 그 충격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미소 인증을 전송하려다 여러 번 실패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쓴웃음을 짓게 하였다.

기사는 배달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늘 걱정한다. 높은 건물에 배달 물건을 잘못 가지고 올라가기도 하고, 스쿠터 진입이 안 되는 학교는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고객이 주소를 잘못 알려주어 배달이 늦어졌는데도 오히려 나쁜 평점을 주겠다고 위협하자, 어쩔 수 없이 가오즈레이가 사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진다. 또 간신히 배달 장소를 찾았는데, 시간 지연으로 배달이 취소되어 허탈해하기도 한다.

고되고 위험한 직종으로 인식되는 배달 노동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아버지는 명문대를 졸업한 아들이 배달일을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뇌졸중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버지는 화가 나서 회복센터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며,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자기를 위해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생을 마감할 생각마저도 한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에게 지금 자신이 겪는 고생은 아버지 시대가 겪었던 것에 비할 바가 아니라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한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오자, 가오즈레이는 동료 다헤이(大黑, 馮兵 분)에게 부탁했다가 거절당한다. 처음엔 아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가, 나중엔 이전 회사의 회의실에도 떳떳하게 들어가 허리를 굽히고 좋은 평점을 구한다. 남들의 시선과 체면에 연연해하지 않고 생활의 위기를 직시하고 주어진 직업에 최선을 다했다. 

스쿠터가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종일 뛰어다녀서 발에 물집이 생기곤 했다. 딸에게는 마라톤을 뛰어서 물집이 생겼다고 변명한다. 가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의 무게와 무기력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동료를 경쟁상대로 조장하는 배달 플랫폼은 배달 기사를 동, 은, 금, 다이아몬드, 왕자 5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며 경쟁을 부추긴다. 배달 기사는 높은 등급일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배달 주문을 더 많이 받게 되고, 배달 속도도 빨라져서 월등한 성과를 내는 승자 독식 방식이다. 반대로, 일명 ‘쓰레기 주문’을 주로 받는 낮은 순위의 배달 기사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주문지를 다니면서 고생만 한다.

가오즈레이는 전동 스쿠터의 배터리를 두 개씩 싣고 다니며, 멀리 그리고 오래 다니려고 노력했다. 그는 식당에 가서는 사장님을 위해 손님이 식사한 그릇을 주방에 날라다 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이는 다른 경쟁사 기사보다 주문 음식을 빨리 건네받아 배달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기사는 호평을 받으려고 늘 고객에게 미소 짓고, “건강하세요”, “오래오래 사세요”, “쓰레기를 대신 버려드릴게요”라는 말을 쏟아낸다. 배달 기사는 육체노동자뿐 아니라 정신노동자이기도 하다.



차량과의 충돌사고가 빈번한 배달 스쿠터는 위험해서 심지어 장애를 겪기도 한다. 가오즈레이의 기사 동료 라오커우(老摳, 王驍 분)는 충돌사고로 차량 아래로 밀려들어 갔는데, 1만 5천 위안의 배상금을 받고는 기뻐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딸의 수술비를 보탤 수 있게 됐다고, 자기가 사고로 죽는 것보다 아내와 자식의 생계를 더 걱정했다. 

한 대학생은 학비를 벌려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신호위반으로 보험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점 식당을 운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열악한 경제 상황에 내몰려 배달일을 시작했는데 교통사고로 장애가 된 안타까운 사연도 언급했다.

시장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 배달 기사 사이의 경쟁을 조장하여 서로 간에 갈등과 반목을 일삼는다. 배달 순위 1위를 오랜 시간 혼자 차지한 몽골 남성 다헤이의 동료들은 비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동료들은 그를 이기적이라고 욕하고 구타를 가했다. 다헤이는 순수 자신만의 피와 땀으로 작성한 노트라며 억울해하고 분노했다. 결국 10여 년간 하던 배달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떠나면서 자신이 수년간 직접 그린 골목길 지도와 메모가 담긴 노트를 가오즈레이에게 전달했다. 가오즈레이는 이를 바탕으로 루루퉁(路路通)이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사내 배달 기사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게 했다.

아버지는 1977년 낯선 외지 광저우(廣州)에서 젊은 시절 분투하던 낡은 사진 한 장을 아들에게 보여주며, 고학력자인 아들이 하는 배달일을 뒤늦게 인정하며 부자 관계를 회복한다.

가오즈레이는 최고의 배달 기사를 뽑는 마지막 임무를 위해 분투하다가, 차와 충돌하여 부상을 당하고도 임무를 완수하여, 가장 나이 많은 신인 기사상을 받는다. 배달일을 하면서 인생의 슬럼프를 극복했고, 노력하고 수고하는 기사들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주택대출금 상환으로 허덕이던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던 날, 가오즈레이 온 가족이 이삿짐들이 널브러진 길에서 단란하게 식사하는 장면을 통해서 해피엔딩을 보여줬다.

또한 가오즈레이는 기사로 새로운 삶을 겪으면서 자기가 만든 휴대전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IT 회사에서 사용해 보겠다는 통지를 받는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그의 본업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영화에는 2023년 유행어 ‘쿵이지(孔乙己)의 두루마기(長衫·장삼)’를 인용하였다. 루쉰의 소설 《쿵이지(孔乙己)》에서 주인공인 쿵이지는 선비 옷인 장삼을 입고 다니며 생계도 유지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지식인으로 풍자된다. 이 유행어는 고학력에도 취업하지 못하는 현대 중국 청년 세대의 무력감을 표출했다. 양회(兩會)에서 대표위원이 공평한 취업 환경, 노동자 권익 보장 등을 건의했다.

이 영화는 중국 영화 플랫폼 더우반(豆瓣)에서는 25만 명이 참여한 평점에서 10점 만점에 6.6점을 받아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에서는 58만 명이 참여한 평점에서 8.4점으로 다소 높았다.

이 영화는 배달 기사의 삶을 세세하게 묘사하여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배달 기사의 어려운 실상은 간과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주를 이루었으며, 또한 고통/가난의 소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가오즈레이는 명문대 출신이고 대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며, 고급 주택에 살고, 딸은 국제학교에 다닌다. 네티즌은 배달 기사가 가오즈레이와 같은 배경을 가졌다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네티즌은 “웃는 이는 배우이고 배후에 웃지 못하는 이들이 진짜 배달 기사이다.” “가난한 이가 돈을 들여 영화관에 가서 부자가 자신의 생활을 연기하는 것을 본다”라고 풍자했다. 가오즈레이는 배달업계에서 성공하여 다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화이트칼라로 복귀하는데 현실과는 거리가 분명 있다.

사회 소외 계층을 이야기한 쉬정이 주연하고 제작했던 다른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에서는 사회 보장 제도의 미비와 같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켜 큰 호응을 받았다.

중국 배달업의 양대 산맥은 이른바 메이퇀(美團)과 어러마(餓了麼)이다. 주인공 가오즈레이는 파란색 유니폼으로 대표하는 어러마 대신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하여 메이퇀을 광고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사와 배달 플랫폼사 모두 투자나 협찬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영화에는 배달 기사인 가오즈레이가 학교나 주거 단지인 아파트에 들어가기가 까다로울 때를 대비해서 경비원에게 줄 작은 선물을 챙긴다. 경비원이 배달 기사의 출입을 제지하는 뉴스는 흔하게 등장한다. 영화 상영 기간에 발생한 2024년 8월 12일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시시세기센터(西溪世紀中心)에서 메이퇀 기사가 배달 도중 단지 내 울타리를 다소 손상하여 배달 기사가 보안요원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뒤 배달 기사들이 집단 항의를 했다. 관련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보안요원이 여대생 배달 기사에게 무릎을 꿇도록 강요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최근에도 중국에서는 배달 기사에 대한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소홀했던 배달 기사의 권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를 반영한다. 베이징은 ‘요우하오차오양(友好朝陽)’ 미니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 기사의 차오양(朝陽)구 아파트 출입 문제를 간편히 해결해 주었다(상관(上觀)신문, 2025. 7. 1.). 중화전국총공회(全國總工會, ACFTU)는 플랫폼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효율 대신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게 권장하였다(공인(工人)일보, ‌2026. 3. 23.). 직업적 고위험군인 배달 기사의 산재 권익 보호를 위해 충칭(重慶)의 한 기사는 입사 10일 만에 배달 중 교통사고로 4급 장애를 입었으나, 법원 조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182만 위안(약 3.4억 원)의 산재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는 판결 소식을 전했다(홍성(紅星)신문, 2026. 3. 24.).




한국도 배달 기사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2026년 대형 택배회사에서 택배 기사들이 명절 기간에도 일하여 휴식할 권리를 주장하며 항의하였다고 한다. 

혹자는 이 영화를 2019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영국 감독 켄 로치(Ken Loach)가 연출한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와 관련지었다. 중년 리키는 대형 물류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영업자 신분의 택배 기사가 되어 강도에게 폭행을 당했어도 산재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오히려 사고 과정에서 바코드 스캐너가 파손되어 1,000파운드가 넘는 회사의 손실까지 직접 배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안해요, 리키》가 배달 노동자의 권익에 대한 보편적 침해를 다룬 데 반해 《역행인생》은 알고리즘을 통한 효율 제고를 부추기며 배달 플랫폼사와 타협하고, 배달원의 안전에 대해 간과하고 중산층의 자기 극복의 낭만적 서사를 하여 현실 문제를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배달 기사에 관한 한국 영화 중 액션이나 SF 물을 제외하면 2023년 독립영화 《문 앞에 두고 벨 X》 정도가 배달 기사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배달 노동자의 현실을 본격적으로 다루어 사회적 공감대를 폭넓게 확장한 한국 영화 작품은 적은 편인 듯하다. 

배달 기사의 오토바이는 수많은 차량 속에 아슬아슬하게 질주하고, 낮 동안 운행하던 차량들이 거의 멈춘 어두컴컴한 야간에도 달린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엔 종이상자가 물에 젖지 않게 흰 비닐로 감싸서 배달해 주는 그분이 생각난다. 배달 노동자가 더 안전한 근무 환경 속에서 존중을 받고 경제적인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글로벌문화통상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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