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중국의 서민 경제 주변과 중국 내 청년들의 삶이 담긴 책을 소개해 올립니다. 책 제목에 ‘택배’가 담겨있어서 택배 이야기를 좀 써볼까 합니다. 한국과 접해 있는 중국과 일본 중에서 일본의 택배 이야기는 별로 접해보지 못했지만, 한국과 중국 이야기는 뉴스나 SNS로 자주 보게 됩니다. 중국의 택배 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500만 명 이상의 택배기사가 일하고 있답니다. 아마도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온라인 시장이 한국의 시장을 잠식하고 들어온 지도 꽤 되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택배 문화를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택배 종사자(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택배 노동자라고 표현하지만, 택배 종사자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에 대한 기본적인 대우와 예우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우는 기업이 해야 할 부분이고, 예우는 고객들의 몫입니다. 중국의 한 아파트(빈번한 사례지만)에선 택배기사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막는 바람에 60킬로가 넘는 물품을 어깨에 메고 계단을 오르는 영상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도 아파트 단지에 택배차가 못 들어오게 막는다든가, 승강기 사용 금지 또는 사용료 징수 등이 씁쓸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책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우선 필자가 이 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 책이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이 책 하나만으로 중국 내에서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쓰촨문학상, 중국청년작가상, 산렌도서상, 단샹제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것과 전 세계 16개국과 판권계약을 맺었고, 이 책이 한국판으로 번역되기 전까지 종합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라는 점입니다.
작가 후안옌의 간단한 이력서를 보면, 고등학교 졸업 무렵 호텔 종업원으로 시작해서 옷 가게 점원, 주유소 직원, 패스트푸드 배달, 아이스크림 도매점, 건축투시도 제작, 만화잡지 수습생, 애니메이션 잡지 편집, 인쇄소, 애니메이션 제작사, 옷 가게 창업, 온라인 쇼핑몰, 쇼핑몰 경비원, 베이커리 수습생, 식품점 운영, 물류센터 야간직, 택배기사(S사), 택배기사(핀쥔택배) 등 단기간만 했던 직업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단합니다. 필자 같은 경우는 한 가지 직업으로만 수십 년을 했더라도 쌓인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수많은 직업이라는 것은 매번 새로운 일과 사람을 만났다는 이야기겠지요.
광저우 물류센터 야간직 _1년의 야간 노동이 남긴 것 작가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잠시 쉬면서 온라인에 글을 몇 편 올렸는데, 광저우 근교 순더(順德)의 물류센터에서 야간직으로 일했던 경험담이 뜻밖에도 큰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 글을 읽은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베이징에서의 택배기사 경력도 써보라는 권유를 받게 됩니다. 책이 출간되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작가가 이 장의 부제로 1년이라고 적었지만, 사실은 10개월 정도라고 합니다. 물류센터가 가장 활발한 시간이 한밤중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저녁 7시에서 이튿날 아침 7시까지 근무한다고 합니다. 아마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겠지요. 작가는 그곳에서의 일상을 매우 세밀하게 기록합니다.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 팀장과 팀원들과의 관계, 팀원들 즉 동료들 간에서 선뜻 눈에는 안 띄지만, 소멸하지 않는 긴장감 등. 거대한 부두 같은 물류센터에서 1미터 높이의 시멘트 작업대에서 일을 합니다. 거대한 함석지붕 아래에 자리한 분류장은 축구장 8∼9개의 크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일은 비록 힘들었지만, 내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고 합니다. 내향인인 작가는 누군가와 말을 섞을 필요도 없고 머리를 쓸 필요도 없이 소매를 걷어올린 뒤 움직이면 되었기 때문이지요. 일은 몸을 혹사합니다. 광둥성은 1년 중 아홉 달이 여름이라지요. 낮에 뜨겁게 달궈진 함석지붕은 밤에도 별로 시원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출근한 지 한 시간 만에 땀범벅이 되었고 이튿날 아침까지 내내 땀을 흘렸답니다. 3리터짜리 물병을 사서 매일 한 병씩 비웠지만 밤새 소변을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이 전부 땀으로 배출되었기 때문이지요. 월 급여는 2020년 기준으로 업무 성과에 따라 4,300∼5,000위안이었다고 합니다. 물류센터 일을 그만두고 이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베이징의 택배기사라는 장까지 읽으면서, 솔직히 이 책이 왜 그리 인기가 있었을까? 중국 청년들이 그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물류센터나 택배 업무를 미리 알려줘서 좋았다는 이야긴가? 그렇다고 택배 산업의 정보가 막혀있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던 마음이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참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이구나. 어떤 면에서는 필자의 생각이나 성격과 겹치는 부분도 제법 있었습니다.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작가는 일과 사람에 대한 태도가 분명합니다. 일에 대해서 모르면 배워가면서 최선을 다한다. 잔머리를 굴리거나 요령을 부리지 않는다. 다른 동료가 무엇을 하든 나는 원칙대로 한다.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내가 편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힘들다 등등입니다. 사실 이러한 부분들은 모두 잘 알고 그렇게 하는 것 같으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나올 때는 일이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힘들게 해서 이직하는 경우가 많지요. 택배 업무를 하면서 부득이 만나게 되는 고객과의 마찰 이야기를 읽을 때는 진짜 힘들겠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지 감정노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메꿔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니 하루 일당, 한 달 월급이 한순간에 날아가네요.
“이제 나는 젊었을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나를 증명하려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도 않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오해를 살까 봐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충동은 맹목적이고 헛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기준에 따라 남을 판단하므로 진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진실함을 믿게 할 수는 없다. 반대로 진실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진실함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작가의 13번째 일은 쇼핑몰 관리 즉, 경비원이었습니다. 초과 근무 없이 하루에 여덟 시간을 일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 마음이 편합니다. 급여 부분은 월급 1,500위안이었다고 합니다. 작가도 동료들도 월급 1,500위안에 만족했다고 합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살자는 생각이었을까요? 아님, 그런 사람들만 모여 있었을까요? 난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후기에 적은 글 중에서 ‘일과 자유’에 대한 부분에 공감합니다. 일할 때는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일하지 않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나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분도 충족이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지요. 내가 보기에 저 사람 참 편한 일을 하면서 산다, 참 부럽다는 그 대상들이 진정 행복할까요? “자유란 무엇을 누리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의식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맞는 말입니다.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본인의 마음속에 설정해 놓은 범주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불행이라고 생각하곤 하지요. 이 책을 통해 중국 사회의 저변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국 청년들의 현재와 장래도 그리 밝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책에 실린 (비록 단편적일지라도) 중국의 상황을 보면 한편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