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선네이하오(精神内耗)’는 2022년 중국 영상 플랫폼인 ‘B站’에 “고향에 3일 다녀왔더니, 둘째 외삼촌이 내 ‘징선네이하오’를 치료해 주었다(回村叁天, 二舅治好了我的精神内耗)”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다. 이는 말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고 피로하게 만드는 내적 갈등과 과도한 사고(Overthinking)로 인한 심리적 소진 상태를 말한다.
이런 정신적 피로는 개인 마음속의 생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불확실한 사건의 잠재적인 부정적 원인이나 결과를 반복적으로 숙고하고, 반성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처럼 과도하고 반복적인 사고는 개인적인 인지 자원을 소모하고 고갈시켜 정신적인 피로, 다른 일을 끝내지 못하게 하는 무능력과 미루는 습관 그리고 행동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불안과 우울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여기서 ‘소모’는 자원의 고갈을 의미하며, ‘정신적 피로’는 다양한 내적인 모순과 갈등으로 인해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의 지속적인 고갈 상태를 말한다. 내면의 욕구, 가치관 그리고 인지 사이의 모순과 갈등은 긴장과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긴장과 불편함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면 일련의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 이러한 상태를 ‘과도한 반추적 사고’ 또는 ‘불안성 사고 소모’라고 한다.
이런 정신적 피로의 핵심은 인지 편향에 있다. 개인은 부정적인 사건의 세부 사항에 몰두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 인지 재평가는 이런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정신적 피로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인지 왜곡에는 흑백논리, 부정적 상황의 심각성을 과장 그리고 자기와 관련 없는 일을 자기의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이 있다.
이런 것에 대한 올바른 대처는 자신이 마음속으로 세운 가정에 대해 질문을 통해 다시 검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거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감정에 의존하고 있는지 등을 질문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정적인 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반복함으로 인지 왜곡에서 크게 벗어나게 되며 징선네이하오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징선네이하오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불안한 사회, 치열한 경쟁 그리고 감정 소통 단절 등이 겹치면서 중국 MZ 세대가 크게 공감한 키워드가 되었다. 이런 표현은 단순한 기분이 아닌 현대인의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감, 심지어 신체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 된다.
실제로 의료계 연구에 의하면 지속적인 내적 소모는 우울증과 편두통 그리고 심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말을 ‘현대 직장인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现代职场隐形杀手)’라고도 말한다.
징선네이하오는 ‘이겨낼 수도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경쟁사회’에서 비롯된 심리적 딜레마를 반영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이겨낼 수는 없고, 누워서 쉴 수도 없는(卷不赢又躺不平)’ 구조라고 표현한다. 이는 한국의 ‘헬조선’, ‘N포 세대’라는 유행어와도 연관된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 심리와 사회 구조가 만든 집단적 피로감의 상징이다. ♣
♣ 사진 출처 | 바이두 ♣ 이주현 | BM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