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정이 인도네시아 메단(Medan)으로 온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6년 동안 A국에서 선교사역을 하다가 7년 차에 안식년을 맞아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후 코로나19가 터졌고, 그 이후로 가족들 비자발급이 어려워지면서 A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맞닥뜨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음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한국에 머문 지 3년 10개월이 지나고, 2024년 10월 24일 하나님은 메단 땅으로 저희 가정으로 인도하셨습니다.
메단은 수마트라섬 북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구 250만 명)이자 북수마트라의 수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국가일 뿐만 아니라 종교 다원주의 국가입니다. 국민의 약 87%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이지만, 헌법상으로는 이슬람을 비롯하여 불교,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 그리고 유교까지 6개 종교를 인정합니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종교 분포는 87.18%가 이슬람교, 개신교 6.96%, 가톨릭교 2.9%, 힌두교 1.69%, 불교 0.72%, 유교 0.05% 그리고 기타 종교 0.13%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인구를 가진 이슬람 국가(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13%)이지만, 국교는 아닙니다. 인도네시아는 종교 선택의 자유가 있으나, 신분증에 종교를 기재해야 하므로 종교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메단은 무슬림도 많지만, 그리스도인들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메단은 개신교 인구가 약 30%가 넘을 정도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그리스도인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모스크뿐만 아니라 교회 십자가도 많이 보입니다. 이곳에는 많은 개신교 교단이 있는데, 제가 소속되어 선교하는 교단은 인도네시아 감리교입니다. 인도네시아 감리교는 아시아감리교협의회 회원교회로서 현재 1연회, 2연회 그리고 화인(중국계 인도네시아인)연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북수마트라섬 메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화인연회는 화인교회들과 감리교학교(유치원〜고등학교)를 섬기고 있으며, 그 주변 섬 지역의 화인선교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2014년 기준, 감리교 화인연회에는 목사 71명, 전도사 24명, 총 95명이 있으며, 화인연회의 소속교회는 교회 70곳, 개척을 준비하는 교회 3곳, 선교기관 24곳, 교인 약 4,200명이 있습니다).
메단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화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전체에서 화인 인구가 가장 많이 살고 있음). 메단에 사는 화인들은 대다수가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 출신들입니다. 인도네시아어와 중국어뿐만 아니라 푸젠성 방언(푸젠화)을 주 언어로 사용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화인들은 이방 민족이라는 인식, 경제 상권을 갖고 있는 부의 이미지와 공산주의에 대한 이미지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억압과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수하르토 정권 때(1966〜1998년)는 약 30년 동안 중국어를 배우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2000년 초부터 자유롭게 중국어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50세 이하의 화인들은 중국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50세 이상의 화인들도 간단한 생활 언어만 합니다. 그래서 여유가 되는 화인 부모들은 자녀들은 중국이나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에 유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교인 자녀 중에도 여러 명이 있습니다. 화인들은 인도네시아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뿌리는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어에 대한 갈망이 큽니다.
그래서 이들은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중국어로 예배드리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에 중국어를 잘하는 목회자들이 많지 않습니다. 화인연회에 소속된 목회자 100여 명 가운데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목회자는 50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중에 중국어로 설교할 수 있는 목회자는 1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몇 목회자는 대만, 싱가포르,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갑니다. 그러다 보니 화인연회에서는 중국어 설교가 가능한 목회자가 필요했고, 감리교 선교사인 저는 인도네시아 감리교 화인연회와 연결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중국어를 잘하고, 중국어 설교를 잘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라 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저는 2024년 7월, 화인연회에서 파송 받아 MDC(Methodist Discipleship Church) 화인교회에 정식으로 부임하여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교회는 담임목사와 전도사 그리고 저까지 세 명의 사역자가 있습니다. 어른예배에는 120〜130명 정도 출석하고 있고, 주일학교는 10명 정도 모입니다. 성도들 대부분은 화인들이지만 바탁족(북수마트라에 사는 대형 집단 민족)들도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인교회이기에 다른 민족들을 적극적으로 교회 안에 정착시키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다른 민족들이 화인교회 안에 들어와 교회를 분열시키고, 어지럽게 하는 일들이 있었기에 되도록 화인들만 예배 참석을 권유하지만, 다른 민족들이 온다고 못 오게 하지는 않습니다. 주일예배는 오전 10시에 한 번 드리는데 인도네시아어, 중국어와 푸젠성 방언 세 가지 언어로 찬양과 기도, 예배를 드립니다. 처음에는 세 가지 언어로 예배드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점점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주일예배 설교와 수요기도회 설교를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모든 설교는 통역 설교로 진행됩니다. 설교자가 인도네시아어로 설교하면 중국어로 통역하고, 중국어로 설교하면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합니다. 통역 설교는 처음인 저는 제가 중국어로 말하고, 통역하는 분이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할 때 다음 한 문장을 준비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설교의 흐름이 끊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통역하는 분과 호흡이 중요한데, 3일 전에 설교문을 보내고, 주일날 만나 바로 잠깐 인사만 나누고 설교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통역하는 분도 매번 바뀌게 됩니다. 설교 내용도 중요하지만 통역 설교에 맞춰 설교문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로 준비해야 함을 느낍니다. 설교를 듣는 성도들은 사실 중국어로 설교를 듣기보다 인도네시아어 통역을 통해 설교를 이해합니다. 성도 중에 70%가 중국어를 못 알아듣고, 나머지 30%도 중국어 성경 말씀이 어렵기 때문에 설교를 다 알아듣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PPT를 사용하여 설교의 중심 내용을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설교는 청중과 호흡이 중요한데, 몇 번 설교하는 중에 그러한 호흡을 느낄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통역 설교의 한계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중국어로 설교하는 것이 과연 이들에게 필요할까? 인도네시아어로 설교하면 모든 성도가 다 알아들을 텐데, 또한 통역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절약되는데 왜 이들은 중국어 설교를 원하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뿌리와 정체성이 중국인이기 모국어인 중국어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중국어 설교를 준비할 때 좀 더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간단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설교문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어로 강연하는 강연자가 아니라 강단 위에서 선포되는 말씀이 언어를 뛰어넘어 말씀을 선포하는 저와, 말씀을 듣는 모든 성도에게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는 말씀이 선포되도록 더욱 기도로 말씀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곳 메단에서 매일 하나님께 묻습니다. “이미 이곳은 교회도 많고, 믿는 자들도 많은데 왜 이곳으로 보내셨습니까?” 지난 1년 동안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고, 사역을 시작하면서 정착하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싶고, 돌아가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내가 이들도 사랑한단다.” 그리고 “너희가 나를 위해 이 땅에서 예배해 주기를 원한단다.”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내가 여기서 설교를 잘해서 이들에게 칭찬받고, 더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오늘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이름을 높여드리고, 찬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저희 가정 선교의 우선순위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
♣ 이일형 | MDC 화교감리교회 협력목사, 인도네시아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