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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  통권 280호  필자 : 변성래  |  조회 : 1582   프린트   이메일 
[책 속의 중국]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
_임춘성 / 그린비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일까요? 우선 사회주의, 사회주의국가의 개념을 정리해 봅니다. 사회주의는 사유 재산 제도를 폐지하고 생산 수단을 사회화하여 자본주의 제도의 사회적·경제적 모순을 극복한 사회 제도를 실현하려는 사상 또는 그 운동입니다. 아울러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사회 민주주의 따위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하여 가는 과도기적 단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신민주주의 혁명의 성공으로 1949년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인민공화국)이 자본주의를 뛰어넘어 사회주의로 진입했습니다. 제국주의와 봉건제를 ‘비판’하며 건국한 인민공화국의 출현은 반봉건, 반식민지 사회가 사회주의국가로 변모했다는 맥락에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회주의 30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개혁개방 단계로 접어든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이 쏠렸지만, 현재 중국을 사회주의 사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많은 학자가 ‘중국 특색의 신자유주의’, ‘국가 발전주의 모델’, ‘국가 신자유주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나아가서는 ‘얼룩덜룩한 자본주의’, 심지어 ‘국가자본주의’ 등의 용어로 현재의 중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당-국가 체계(party-state system)’라는 명명은 중국 통치의 내부 메커니즘을 가리키는 용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외에서 ‘관료주의 국가이며 압축적 성장을 추구하는 개발주의 국가’로 평가되는 중국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많은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혐중론자들이 지적하는 노동 착취와 민주 노조의 부재 등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에 공통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의 비판 사상
중국 관련 인문학자인 저자는 이 책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을 통해 21세기 문명 전환 시대의 중국 사회변동(social change)을 정리했습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비판 사상(critical thoughts)을 중심으로 분석, 고찰합니다. 중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첨예한 화두를 미래 세대에게 제시하고 있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살펴봅니다.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비판 사상을 비판’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중국을 사회주의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오쩌둥(毛澤東) 시기의 중국도 액면 그대로의 사회주의였을까요? 저자는 1949년 이후 지금까지의 인민공화국 역사를 ‘국가사회주의’에서 ‘포스트사회주의’로 이행하는 하나의 시간대로 설정합니다. 나아가 인민공화국 수립이 신민주주의 혁명의 결과였고, 신민주주의 혁명은 또한 태평천국운동, 변법유신, 신해혁명 등 근현대 사회주의 유토피아 운동의 연장선에 있기에, 이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요구합니다. 

리쩌허우의 적전론과 인류학 역사본체론 
리쩌허우(李澤厚)는 자신의 사상 체계를 구축한 몇 안 되는 사상가 중 한 명입니다. 1980년대 중국 젊은 지식인들의 사상적 지도자였던 그의 사상 체계의 핵심은 ‘인류학 역사본체론(이하 ‘역사본체론’)’입니다. 그의 미학과 철학, 사상사 등은 모두 역사본체론을 원심으로 삼아 바깥으로 확장한 동심원 구도를 이룹니다. 리쩌허우는 미(美)의 원시적 형성 과정을 ‘의미 있는 형식’으로 해석합니다. 아울러 미와 심미의 공통 특징을 ‘적전(積澱)’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적전이라는 단어를 필자는 ‘앙금이 쌓여서 형체를 이룬다’로 풀어봅니다. 리쩌허우는 자연 형식 속에 사회 가치와 내용이 적전되고, 감성적 자연 속에 인간의 이성적 특성이 적전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리쩌허우 사상의 핵심어는 ‘적전’이라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의 사상 체계에서 적전이 무소불능(無所不能)의 권능으로 사용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적전은 문화 심리구조의 형성 원리이기도 합니다. ‘경험이 선험으로 변하고, 역사가 이성을 건설하고, 심리가 본체가 되는’ 인류학 역사본체론의 요점도 적전설을 전제로 합니다. 리쩌허우의 적전은 긍정적인 것이 축적되고 침전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것의 적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부정적인 것이 적전되어 선험이 되고 본체가 된다면 인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면에서 리쩌허우는 낙관적인 전제에서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그는 서양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근현대화한 인민의 생활을 중국식으로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이를 ‘전환적 창조’라고 부릅니다. 

쳰리췬, 왕후이, 쑨거의 비판 사상 
쳰리췬(錢理群)은 중국 근현대문학 연구와 20세기 중국 지식인 정신사를 대표하는 학자입니다. 쳰리췬의 학술 열정은 루쉰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루쉰에 동일시하는 과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루쉰은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심지어 그의 학술적, 정신적 삶을 규정합니다. ‘신좌파’의 기수로 일컬어지는 왕후이(汪暉)는 영어권에 가장 많이 소개되었고 한국에서도 명성을 얻은 중국학자입니다. 루쉰(魯迅) 연구에서 시작해 사상사와 사회과학을 넘나들고,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를 사유하며 티베트와 오키나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문, 사회과학 학자입니다. 쑨거(孫歌)는 다케우치 요시미 등을 통해 일본 근현대 사상사의 심층에 들어갔다 나오는 귀중한 경험을 통해 ‘냉전 구조의 동아시아 시각’이라는 인식론을 정립합니다. 

쳰리췬은 중국의 사회주의 경험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산당이 주도한 사회주의국가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민간 사회주의 사조와 운동’입니다. 저자는 왕후이를 분석하면서 왕후이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귀착점은 마오쩌둥의 반제 반봉건의 이중 과제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후이의 공적은 루쉰을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루쉰 연구의 상당 부분이 편협하게 텍스트에 갇혀 있었던 상황을 역사 과정에 놓고 관찰한 것이 왕후이의 장점입니다. 쑨거의 동아시아 인식론에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적습니다. 쑨거의 시야가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하다가 서유럽의 합리적 핵심까지 놓쳐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원톄쥔, 추이즈위안, 장이빙의 비판 사상 
원톄쥔(溫鐵軍)은 사상가, 이론가, 정책가, 활동가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삼농(三農) 선생’으로서 중국의 농민, 농업, 농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적 가치를 추구하고 제국주의 및 신자유주의를 비판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국가주의적 입장이 내재해 있다고 평가됩니다. 추이즈위안(崔之元)은 ‘자유사회주의’를 주장했습니다. 20세기 후반을 지배했던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의 경쟁이 자본주의의 승리로 귀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또한 신자유주의와 결합함으로써 출로가 보이지 않는 지구적 상황에 직면해 추이즈위안이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입니다. 장이빙(張一兵)은 20세기 말 ‘마르크스로 돌아가자’라는 구호를 제기했는데, 그 목적은 동일성을 요구하는 강제적인 정치 이데올로기의 환상에서 벗어나 당대 세계적인 사상 맥락과 새로운 텍스트 독해 방식으로 마르크스를 자리매김했습니다. 마르크스를 역사적인 원초적 학술 맥락으로 돌려보내는 동시에 마르크스가 새로운 발전과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도록 이론 지평을 정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중국 인식 
저자는 중국 연구를 수행하는 목표 가운데 하나를 한국인의 중국 인식을 심화하고 확대하는 것에 둡니다. “한국인의 중국 인식을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면 큰 흐름은 전통 중국에 대한 관습적 존중으로부터 서양의 중국 위협론의 영향을 받아 중국 혐오로 나아가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 ‘균형 잡힌 중국관’을 가지고 맹목적인 ‘혐중’을 반대하며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공정한 이해와 동행’을 추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지향하고 달성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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