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간 양안관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반국가분열법’ 제정 방침으로 다시 꼬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과 티베트, 신장 위구르자치구 등의 독립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키로 했다. 오는 3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공식 법제화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행보에 대해 주시해왔다. 지난해 말 입법원 선거에서 민진당(民進黨)이 압승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대만 독립의 열기가 잠시 식었을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천 총통이 2006년 독립헌법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2008년 5월 새 헌법을 시행하는 대만 독립시간표를 제시하는 한 갈등의 불씨가 꺼지기 어렵다.
이와 관련,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하며 대만의 안전보장을 명문화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 Act)’을 제정했다. 지난해 400 대 18의 압도적 표결로 대만관계법 준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대만관계법 제2조는 대만 유사시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건의, 대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참전 조항이 들어있다.
미국은 양안문제에 있어 일본카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주일 미군 재편문제를 논의하면서 양안간의 분쟁발생시 일본의 군사협력, 즉 군사개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1999년 체결한 미․일 방위협력에 대한 관련법에서 일본 주변에서 무력분쟁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하나의 중국’ 입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만에 공간을 확보해주는 전략을 갖고 있다. 대만에 첨단무기를 판매하는 등 경제적 실익도 확보한다. 즉,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국가화를 견제하는 자기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외교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특수한 양안관계 남북한 관계가 근본적으로 이중적 구조를 지니고 있듯이 양안 관계 역시 단선적 시각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틀 속에 갇혀있다. 중국은 대만 통일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방식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대만이 계속 독립을 시도하려고 할 경우,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양안문제에 외세가 개입할 경우, 대만이 무조건적으로 통일 협상을 지연할 경우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최근 남아시아 재해 지원과 관련해서도 양안은 서로 경쟁하며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재해지원금으로 26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대만은 500만 달러를 내놓으며 ‘재해지원 1회전’에서 대만이 한발 앞섰다. 그러나 해일 피해가 늘어나면서 중국은 지원금을 6,300만 달러까지 늘렸다. 대만도 5,000만 달러로 늘렸다.
현재 양안관계는 대만을 흡수 통일, 민족적 통일을 달성하려는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 정부, 독립국가 건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민진당 등 대만 내 독립세력, 대만을 중간지대로 운용하려는 미국의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양안관계의 핵심적 쟁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하나의 중국’ 원칙이다. 중국은 유일한 합법정부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입장이며 대만은 미래의 통일 중국의 한 지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만은 하나의 중국은 낡은 과거의 이념이며 이제는 두개의 중국을 선언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둘째, 한 국가 두 체제를 의미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을 둘러싼 통일 방식 논쟁이다. 중국은 홍콩식 일국양제 시스템이 대만 통일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지방정부가 되는 이런 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셋째, 중국의 ‘무력 사용 불(不)배제 원칙’이다. 이 때문에 대만은 양안 문제를 풀기 위해 배후의 미국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용미(用美)를 통한 대응전략이다. 향후 15년간 약 22조원에 달하는 미국산 무기 구입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최대 무기 공급자이자 보호자이다.
중국과 미국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경쟁자’ 관계로 변화됐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이 유지됐지만 대만 문제로 또다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으며 미국은 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의회의 ‘미․중 경제 안보 검토위원회 보고서’나 국방부의 ‘중국 군사 백서’ 등은 중국 부상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다.
‘반국가분열법’은 양안간 갈등의 핵 폭풍 오는 3월 제정될 반국가분열법은 일종의 중국판 국가보안법으로 양안관계에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화둥사범대 교수이자 전인대 위원인 저우훙위 교수가 지난해 3월 제10기 전인대 제2차 전체회의에서 정식 발의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영국 방문 중 화교들의 환영행사에서 대만과의 통일법 제정 건의를 받고 진지한 검토를 다짐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천 총통의 독립기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총체적 반격의 일환으로 반국가분열법 제정을 추진해온 것이다.
이 법안에는 대만이 명시돼 있지 않으나 이 법의 제정 목적이 국가재통일에 있는 만큼 주요 타깃은 대만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마카오 주권회복 5주년 기념식을 위해 마카오를 방문, 반국가분열법의 내용을 공개하고 대만과의 평화통일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법안은 대만에 대해 2020년 말까지 통일에 동의하되 그동안 어떤 독립운동도 포기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법은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진압하는 법적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반면 중국 주권이 이미 미치고 있는 홍콩과 마카오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만은 격앙된 분위기다. 반병탄(倂呑)법으로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법 제정 의도가 향후 대만 무력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을 찾으려는데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뤼슈롄(呂秀蓮) 부총통은 “중국은 이 법으로 대만을 합병하려는 의도를 전세계에 드러냈다.”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므로 분리 따위의 말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법적 제소와 함께 국제사회에 우리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진당은 대만의 미래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반병탄법 초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총선 후 대 중국 유화정책을 표명했던 제1야당 국민당도 담화를 통해 “이 법은 고압적인 수단으로 통일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대만 국민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야당인 친민당 뤼쉐장 원내부총무는 “대만해협의 평화를 50년 보장하자는 내용을 담은 ‘양안 화평촉진법’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반국가분열법에 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양안관계는 물론 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주의시장경제가 더욱 심화될수록 민주화 및 정치개혁 요구 역시 중국에게는 큰 짐이 되고 있다. 불만이 터져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만들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애국주의 교육과 국가주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대만문제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대응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설정한 ‘임계선’을 넘는다면 반드시 대응할 것이다. 즉 대만에 “벼랑에서 말을 세우거나(懸崖勒馬)” 아니면 “불놀이로 자신을 태우거나(玩火自焚)”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할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대만에 ‘잘못된 신호(錯誤的信)’를 보내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압력을 가할 것이다. 사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외교․경제적 압력 하에서, 양안의 충돌발생 위험을 바라지 않는 미국의 입장 하에서 독립선포라는 극단적 행동 선택이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에 대한 보다 현실․실용적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갈등 속에서도 음력설인 춘제(春節․2월 9일)를 앞두고 양안 간에 전세기를 띄우는 협상이 진행됐다. ‘양안 간에 항공기를 띄우자’는 중국의 제의에 대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양안 간 항공협의가 급속도로 진전된 것이다. 양안 간 딜레마의 한 단면이다. 이진숙/북경대 정치학박사 Can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