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논단 통신】 오늘날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정의와 사회적 돌봄에 부응할 것인가는 지속적으로 신앙 공동체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만에 거주하는 역사학자 싱푸쩡(邢福增) 교수는 화인(華人)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과 성찰을 분석하며,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이 공리적인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그리스도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화푸중심(世界华福中心)의 팟캐스트(podcast) ‘사명 받은 제자들(使命門徒)’에 출연한 싱푸쩡 교수는 지난 50년간 화인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에 관해 이야기하며, 제1차 로잔 세계복음화대회(Lausanne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의 선언문인 ‘로잔언약(The Lausanne Covenant)’을 소개했다. 그는 ‘로잔언약’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룬 부분이 오늘날에도 화인교회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겼다.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은 과거 화인교회의 구원에 대한 해석은 주로 개인이나 교회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교회는 사회 참여를 수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으며, 이를 선교의 도구로만 간주하여 사회 참여와 그리스도의 대계명과의 연관성을 간과하였다고 지적했다.
싱푸쩡 교수는 당시 로잔언약의 중국어 번역에 많은 문제가 있었고, 비록 현재의 번역본은 수정되었지만 역시 최상의 번역은 아니며, 중국어 번역은 원문의 의미를 약화했다고 생각했다. 영어 원문은 ‘social action(사회적 행동)’과 ‘social involvement(사회적 참여)’를 포함하고 있어 더 다층적인데, 중국어 번역을 할 때 ‘사회적 돌봄(社會關懷)’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1970년대의 교회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행동에 대한 견해가 보수적이었기에 관련 번역이 화인 사회에 더 수용적이었을 것이며, 이러한 문제는 당시 교회가 사회적 돌봄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미 하나의 돌파구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화인교회는 이 부분(사회적 책임이 교회 사명의 일부인지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여러 갈등을 빚고 있다. 싱푸쩡 교수는 “로잔언약이 우리가 로잔언약의 사회적 책임 부분을 완전히 돌파하거나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성찰하게 한다”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로잔언약은 화인교회가 ‘선교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행동을 해야 하며, 사회적 책임과 복음 전도는 둘 다 교회가 이루어야 할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사회적 돌봄을 실천하는 것은 본래 그리스도인에게 속한 사명의 일부라고 일깨워 주었다. 더 나아가 로잔언약은 ‘화푸선언(華福宣言)’의 교회와 사회적 책임에 관한 부분에도 영향을 끼쳐 교회 공동체들이 사회 속에서 솔선수범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하도록 격려했다.
개인의 회개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제도적 죄 싱푸쩡 교수는 중요하지만 잊힌 책으로 펑웨이원(馮煒文)이 쓴 《시정, 죄인, 범죄자(市井、罪人、被罪者)》를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이 죄로 인해 깨진 사회적 관계를 구조적 관점에서 조명한다고 언급하며, “하나님과 사람들의 관계 단절은 사회 제도, 조직, 가정을 포함한 삶의 다양한 영역에도 스며든다”라고 말하며, 이 죄로 가득한 제도는 우리를 억압하여 죄 아래 있는 자가 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런 죄는 자신의 힘으로 회개함으로써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 참여를 통해 사회적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당시 펑웨이원이 소속된 홍콩기독교산업위원회(Hong Kong Christian Industrial Committee)가 1970년대에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입법 추진을 하고,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여 범죄자들이 제도적 죄악의 속박과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구조적 정의에 대한 관심은 더 많은 사람이 주목해야 할 주제이지만 이미 ‘잊혔으며’, 개인 구원과 사회적 복음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복음의 다양성을 간과하게 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묻는 말에 싱푸쩡 교수는 《제자도의 대가(作門徒的代價, The Cost of Discipleship)》를 추천했다. 저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나치 저항운동에 나섰고, 순교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본회퍼의 삶과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 본회퍼가 값싼 은혜를 비판한 이유와 제자도의 대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보편적 화인교회 안에는 일종의 공리적 신앙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런 공리적 신앙 태도는 정말 고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명 받은 제자들’ 진행자인 둥자화(董家骅) 목사는 순교의 개념을 일상생활로 확장하며, ‘순교’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주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원은 값싸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며, 제자로서 우리는 개인적인 추구를 내려놓고 천국의 가치를, 우리를 통해 드러내야 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유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하나님의 나라에 헌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본회퍼의 삶의 이야기와 그의 책은 우리가 공리적 신앙에 대해 바로잡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사에서 얻는 경험, 신앙의 개인성과 공공성의 균형 싱푸쩡 교수는 이어서 1950년대 선교를 통해 제국주의를 선양했다는 이유로 중국을 떠난 기독교 선교사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한 선교사의 말을 인용했다. “종교가 단지 개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면 끝이지만, 개인 차원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If religion end with the individual, it ends, if it does not begin with the individual, it never begins).” 그는 이것이 매우 깊은 울림을 준다고 했다. 종교는 개인에서 시작하지만, 성장하지 않고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공공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종교가 개인적 차원의 의미를 간과한다면 그 가치와 의미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사적 사건은 당시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직면했던 어려움을 보여준다. 당시 선교사들은 기독교의 독특성을 유지하면서 중국 사회와 문화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싱푸쩡 교수는 오늘날 교회가 신앙의 개인성과 사회성의 균형이라는 과제에 직면할 때, 과거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직시하고, 신앙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와 사회 속에서 그 공공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를 바랐다. ♣
♣ 출처 | <시대논단> (2025/8/15) ♣ 번역 | 장요한·자원봉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