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분류보기 > 전체보기 
북쇼핑
2025.8.4  통권 276호  필자 : 석은혜  |  조회 : 1644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중국의 짝퉁 문화, 산자이(山寨)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산자이(山寨) 문화’, 즉 ‘짝퉁 문화’이다. 어느 날 상하이의 거리에서 한 대학생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멀리서 보면 애플 아이폰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로고가 살짝 비틀려 있었다. ‘HiPhon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그 핸드폰은 애플을 닮았지만 애플이 아닌, ‘산자이(짝퉁) 핸드폰(手机)’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중국을 ‘짝퉁의 천국’이라고 비하한다. 그러나 ‘산자이 문화’는 단순한 ‘짝퉁’을 넘어, 기존의 것을 모방하면서도 나름의 창의성을 더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산자이(山寨)’는 원래 ‘산적들의 소굴’ 또는 ‘산채’라는 뜻으로, 옛날 나라의 통제를 벗어나 살던 도적들이 산속에 세운 거점을 뜻했다. 현대 중국어에서 산자이는 ‘비공식적, 비정규, 모방, 복제’의 의미로 확장되어 정품이 아닌 모조품, 짝퉁, 혹은 창의적으로 변형된 제품을 일컫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중국의 유명한 소설 《수호전(水浒传)》에서 108명의 영웅이 양산박(梁山泊)의 산채에 모여 정부 권력에 대항하며 힘없는 백성들을 돕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류 사회와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풀뿌리 문화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이 용어가 신조어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중국 내 모방과 복제 산업의 급성장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수요와 사회적 분위기가 결합해 있다. 

‘산자이’라는 단어는 광둥어(广东语)에서 유래되었다. 산자이는 2003년 중국 남부의 광저우(广州)시와 선전(深圳)시 등지의 소규모 공장에서 외국 유명 브랜드의 휴대전화를 복제하여 생산한, 이른바 ‘산자이 핸드폰’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핸드폰의 외관만 복제하다가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제품에는 없는 새로운 기능을 첨가함으로써 재창조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다른 제품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산자이는 ‘합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브랜드’를 뜻하게 되었다. 2008년 중국 중앙텔레비전방송국(中央电视台, CCTV)에서 ‘산자이 문화’를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산자이 문화는 단순한 제품 복제를 넘어, 예술, 대중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모방과 유사품 생산을 통칭하는 문화 현상으로 확장되었다.

중국의 산자이 문화는 경제와 법 그리고 사회문화가 얽혀 만들어 낸 복합적인 산물이다. 그 핵심에는 욕망과 접근성의 불균형이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도시 중산층은 빠르게 팽창했다. 루이뷔통 가방, BMW 차량, 아이폰, 디즈니 만화는 그들의 ‘로망’이 되었지만 가격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다. 이에 기업들은 진품과 흡사하지만 훨씬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수요를 채웠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산자이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들은 원래 정품을 만들던 공장에서 파생된 인력과 기술이 있었으므로 ‘가짜 같지 않은 가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 중국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적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미흡했다. 일부 지방 정부는 이러한 모방 산업이 고용과 세수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묵인하거나 장려하기도 했다. ‘잘 만든 짝퉁’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정책과 자본의 사생아였던 셈이다.

중국 산자이 문화의 영역은 갈수록 점차 확대되었다. 처음엔 가방과 핸드폰이 가장 대중적인 형태의 가짜 명품이었다.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샤넬과 같은 브랜드는 물론, 애플의 아이폰까지 똑같은 외관과 로고를 달고 등장한 짝퉁 제품들이 거리 곳곳에 넘쳐났다. 심지어 ‘LV’ 대신 ‘LVL’ 혹은 ‘GUGGI’ 같은 절묘한 변형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기술도 발전해 왔다. 2000년대 중후반 중국에서는 ‘산자이 핸드폰’이 하나의 사회 현상이었다. 아이폰이 등장하자마자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춘 수백 종의 유사 제품들이 등장했고, 이름도 HiPhone, ‘Samsing’, ‘Nokla’처럼 재치 있게 비틀어서 사용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도 모방은 익숙한 전략 중 하나이다. 랜드로버의 ‘이보크’를 모방한 ‘랜드윈드 X7’, 포르쉐 카이엔을 연상케 하는 중국 SUV 브랜드들, 심지어 BMW나 벤츠의 디자인을 노골적으로 흉내 낸 차들이 국내 시장에 버젓이 판매되었다.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를 모방한 ‘파울로 페드로’는 로고와 디자인까지 거의 동일하게 베껴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까지 운영한다. 가격은 정품 대비 1/5~1/10 수준이다. 나이키의 대표 농구화 브랜드를 모방한 차오단(乔丹)은 중국 전역에 6,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상표권 분쟁에서 패소했음에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산자이 문화는 점점 확대되어 유럽 도시 전체까지 ‘재현’하기 시작했다. 저장(浙江)성에는 파리 에펠탑을 본뜬 주택 단지가 있고, 광둥성에는 베네치아를 모방한 쇼핑몰이 있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이 공간들은 ‘짝퉁’이 물건을 넘어서 문화로 진입한 단적인 예다. 더 나아가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심지어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한국, 일본, 미국 콘텐츠를 거의 동일하게 복제한 사례도 수없이 많다. 한국의 ‘무한도전’, ‘런닝맨’, ‘1박 2일’ 등은 중국 내 유사한 포맷으로 리메이크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정식 라이선스 계약 없이 무단 모방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런 산자이 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도 없지 않다. 첫째, 창의성과 기술혁신의 동력을 약화했다. 오로지 남이 만든 것을 베끼는 데 급급한 산업 구조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지연시켰고, 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둘째, 국제적 신뢰도가 추락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말은 한때 싸고 품질 낮은 짝퉁의 대명사였다. 외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제품을 경계했으며,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협업에 신중히 했다. 셋째,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해 국제 사회와 갈등을 일으켰고, 이는 분쟁으로 이어졌다. 애플, 삼성, 디즈니, 현대차 등 수많은 기업이 중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미국과 무역 분쟁, 기술 제한 등으로 번지며 국제 정치적 갈등 요소로 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자이 문화를 단순히 ‘나쁜 것’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사실상 산자이 문화는 중국식 창조성과 실용주의의 표현이었다. 제한된 자원과 조건 속에서 최대한 유사하게 그러면서도 싸게 만들어 내는 기술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일부 학자들은 산자이 문화를 ‘민중적 창의성의 발현’, 또는 ‘글로벌 자본주의 권위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공식 브랜드와 권력을 갖지 못한 소규모 제조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산자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몇몇 ‘산자이 기업’은 오늘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짝퉁 취급을 받았던 샤오미, 화웨이, 오포(OPPO) 등은 이제 독자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했다. 비록 모방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창조로 나아간 사례들이다.

산자이 문화의 극복을 위한 중국의 해법과 대책은 무엇인가? 최근 중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빅테크 기업들은 독자적인 특허 개발에 수십억 위안을 투자하고 있으며, 짝퉁 제품에 대한 온라인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교육 개혁을 통해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이 필요한데, 최근 중국은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과 디자인 권리 보호에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른바 ‘중국 제조 2025’ 정책은 더 이상 모방 국가가 아닌, 혁신 국가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진품과 짝퉁의 차이를 인식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지켜 가는 문화가 확산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중국 자체 브랜드들이 모방에서 벗어나 고유한 정체성과 기술력을 갖추도록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디자인 권리 보호, 창업 지원, R&D 세제 혜택 등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산자이(山寨)’에서 ‘창의(創意)’로 전환해 가는 길목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


* 이 글은 챗지피티의 자료를 근거로 해서 썼다.







♣ 사진 출처 | (위) [바이두>바이커]  (아래) 了不起的挑战图片_百度百科 [2025.7.14. 접속함]

♣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인쇄하기   메일로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