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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2  통권 274호  필자 : 김영철  |  조회 : 2366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단원인장구(但願人長久, Fly Me to the Moon)》_이주민의 결핍과 희망

홍콩의 여성 감독 주쯔옌(祝紫嫣, 1991〜 )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다. 감독의 반자전적인 이야기로, 자신의 단편소설 《여름날의 고별(夏日的告別)》을 각색한 이 영화는 여주인공 린쯔위안(林子圓)의 성인 시절을 직접 연기, 연출하며 일인 다역을 소화했다. 홍콩의 세계적인 감독, 관진펑(關錦鵬)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1997년, 2007년, 2017년 세 시기로 나눠서 이주민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감독 주쯔옌 역시 후난(湖南)성 헝양(衡陽)에서 태어나 1997년 부모와 함께 홍콩으로 이주하였다. 

1997년 후난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린줴민(林覺民, 吳慷仁 분)과 아내 저우란(周蘭, 周琳 분)은 초등학생 큰딸 린쯔위안(林子圓, 許可兒 분)이 광둥어를 할 줄 몰라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한다. 이때 둘째 딸 린쯔췌(林子缺, 彭頌晴 분)도 홍콩으로 데리고 온다. 쯔위안은 평소 아버지와 관계가 좋은 편이었지만, 교도소에 다녀온 뒤에도 여전히 마약을 끊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폭력까지 행사하는 아버지 때문에 점차 반항아로 성장한다. 쯔위안은 아버지를 닮은 이성 친구를 사귀다 헤어진다. 동생 쯔췌는 명문고등학교에 다니던 모범생이었지만 홍콩 신제(新界) 동북(東北) 개발에 따른 주민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가 법원 출석 통지서를 받는다.

성인이 된 쯔위안은 여행사 가이드로 일본, 태국 등지를 오간다. 쯔위안은 동생 쯔췌의 연락을 받고 아버지 린줴민을 만난다. 아버지는 후난에 계신 할머니가 넘어져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을 방문하기로 하였지만, 별안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쯔위안이 대신 홀로 고향을 찾는다. 

영화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시기인 1997년부터 시작한다. 어린 쯔위안과 아내 저우란은 교도소로 면회를 왔고, 얼마 뒤 남편 린줴민은 출소했다. 이들 부부는 어린 딸이 광둥어를 하지 못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어린 딸이 언제 고향 집에 돌아갈 수 있냐고 엄마에게 보챈다.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식당에 와서 친구 아후이(阿輝, 朱柏康 분)를 만났다. 린줴민은 닭발을 주문하고 쯔위안이 후난어로 ‘계조(雞爪)’라고 말하자, 광둥어로 ‘봉조(鳳爪)’라고 가르친다. 어린 소녀는 낯선 지역에서는 고향의 방언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에 적응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식당에 있는 전화기를 발견한 쯔위안은 후난에 있는 여동생 쯔췌에게 전화를 걸어 후난어로 말한다. 

“홍콩은 물가가 비싸지만, 딤섬이 맛있어. 네가 홍콩에 오면 같이 가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쯔위안이 들고 있는 수화기는 통화 연결음이 아니라 뚜-뚜-뚜… 소리만 들리는데, 말할 상대가 없는 어린 소녀가 느끼는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식료품 가게에 들렀다가 아버지는 큰딸이 초콜릿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을 알아채고 딸 앞에서 몰래 초콜릿을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는다. 초콜릿을 받고 좋아하는 딸에게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한다.



학교에서 반 친구가 쯔위안이 자신의 시계를 훔쳤다고 하자, 선생님은 쯔위안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엄마는 딸이 훔친 손목시계를 보고 야단을 치는데 남편이 이를 말리자, 딸에게 도둑질을 가르친 건 당신이라고 하자, 부부싸움이 벌어진다.

맥도날드에서 쯔위안은 후난에서 온 동생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는 배가 부르다고 말한다. 비좁은 방에서 부부와 어린 두 딸 그리고 아버지 친구 아후이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은 열악한 주거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콩의 ‘분할 임대(SDU: Sub-Divided Unit, )’라는 ‘쪽방’ 형태의 ‘당방(劏房)’은 관 크기만한 집, 주차 자리보다 작은 집을 뜻한다. 2024년 홍콩에는 11만 가구가 당방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2007년 고등학생이 된 큰딸 쯔위안은 교도소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쯔위안은 옷 가게에서 익숙한 듯 옷을 슬쩍 훔치고,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한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아이는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훔쳐서 쯔위안에게 주는데, 쯔위안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엄마는 저녁에는 두 딸과 한 침대를 쓰고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며, 손님이 식사하고 남긴 음식을 챙겨와 두 딸에게 나눠 준다. 동생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돈이 없어서 간식을 사 먹지 못하고, 새 교복 살 돈도 없어 언니의 돈에 손을 댔는데, 언니는 아버지가 마약을 사려고 자신의 돈에 손을 댔다고 화를 냈다. 아버지는 그런 쯔위안에게 손찌검했다. 심지어 이를 말리는 아내를 마사지 업소에서 깨끗지 못한 일을 한다며 의심하고 경멸했다.

아버지는 마약 금단현상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큰딸에게 돈을 구걸하자, 큰딸은 모른척하다가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넨다. 

쯔췌의 반 친구들은 신분증이 R자로 시작하는 대륙에서 온 여학생에게 손가락질했다. 쯔췌는 자신도 대륙에서 왔다고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체육 시간에 누구도 대륙에서 온 여학생과 한 팀이 되려고 하지 않자, 쯔췌는 자원해서 그녀와 한 조가 되었다. 

2017년 쯔위안은 중국 관광객을 데리고 일본 신주쿠(新宿)에 여행 안내자로 온다. 손님들은 일본, 태국 등지를 오가며 여행안내를 하는 쯔위안에게 광둥어, 표준 중국어, 일어 등에 능숙하다고 칭찬한다.

쯔위안은 함께 지내는 남자가 자신의 속옷을 손빨래하는 것에 화를 낸다. 둘은 애인도 아니고 결혼할 사이도 아닌, 그저 즐기는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 남자의 곁을 떠났다. 

쯔위안은 마약 때문에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아버지와 같은 이성 친구를 사귀고 만남을 지속하지 못한다. 하빌 핸드릭스(Harville Handrix)의 이마고(Imago)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와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나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해결하고자, 그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이성을 만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마고 일치(Imago Match)’ 현상으로,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 돌봄, 인정 등을 친구나 애인에게 받으려 하지만 부모와 닮은 그들과 비슷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헤어짐을 반복한다.

성인이 된 쯔췌는 혼자 교도소에 있는 60세가 넘은 아버지를 면회하였는데, 아버지는 고향 후난에서 백합화 필 무렵의 딸에 대한 추억을 신이 나서 들려주었다. 

쯔췌는 홍콩 신제 동북개발이 주민의 이익에 반한다고 시위하여 법원 출석 통지서를 받는다. 도시재개발은 주민들을 쫓아내고, 지역 사회를 허무는 것이라고 저항하였다. 홍콩 신제 동북개발을 반대하여 시위에 가담한 홍콩 대학생들이 국회에 진입한 이 일로 2017년 법원은 13개월 형을 선고했는데, 바로 이 사건을 영화에 반영한 것이다. 재혼한 엄마 저우란은 쯔췌가 대학에 다니고도 아버지처럼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 한다고 탄식했다. 

자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언니는 아버지처럼 도벽을 갖게 되고 아버지와 닮은 이성과 관계에서 힘들어했다. 동생은 아버지의 그늘진 삶과 이주민의 열악한 삶을 겪으면서 주변의 약자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동생은 고장 난 선풍기를 사용하는 아버지를 위해서 새 선풍기를 사다 주고, 언니와 아버지가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언니는 동생의 연락을 받고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연로하신 할머니가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셨다며 고향 후난에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큰딸 쯔위안이 생일이라고 돈을 쥐여주자, 쯔위안은 마음의 문을 열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었다. 

큰딸은 늙어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급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큰딸은 고향으로 갔다. 아버지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었는데도 홍콩으로 갈 용기를 내고, 두 딸을 낳아 키운 것은 가장 큰 용기였다는 말을 그곳 고향 사람에게서 전해 듣는다.

영화의 제목은 북송 시대 시인 소식(蘇軾)의 사(詞) ‘수조가두(水調歌頭)’에서 유래했다. 소식은 북송 신종(神宗) 희녕(熙寧) 9년(1076) 미저우(密州: 현재 산둥의 주청·諸城)에서 7년 동안 못 본 아우 소철(蘇轍)을 그리워하며 이 사를 지었다. 소식은 변법(變法)을 추진한 왕안석(王安石) 등 집권 세력과 정쟁에서 밀려 지방관을 자청해서 항저우(杭州)에서 다시 미저우에 태수로 왔다.

영화의 제목은 이 사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 사의 하편(下片)에 “사람에게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이 있듯이, 달에도 흐림과 맑음, 둥글거나 이지러짐이 있으니 이 일은 자고로 온전하기 어려워라 다만 사람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내며 천리 밖에서도 아름다운 보름달을 함께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랄 뿐(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人長久, 千裏共嬋娟)”이라고 했다. 

두 딸의 이름에 있는 ‘원(圓)과 결(缺)’이란 두 글자는 ‘둥글고 이지러지는 달’의 모습을 말한다. ‘희망과 결핍’의 두 글자는 사람도 둥근달이나 초승달처럼 이별의 아쉬움이나 만남의 기쁨에 감정이 교차함을 의미한다. 중국 사람들은 중추절에 보름달처럼 둥근 탁자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풍속이 있는데, 이 역시 이런 의미를 잘 드러낸 것이다. 

고향 후난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가족은 흐르는 물에 떠다니는 꽃 같은 신세로 애달프고 고달프다. 표류하는 이주민들은 토착민의 배척과 빈곤에 시달리고,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과 물질의 결핍, 인간관계의 상처를 겪는다. 이주민들은 물질적·정신적 결핍에서 벗어나 평안하길 희망한다.

소녀와 청소년 그리고 성인, 세 시기의 20년 동안 자매들은 홍콩 반환 시기에 대륙에서 홍콩으로 이주하여 이방인으로 살다가 다시 도시재개발로 쫓겨날 이주민의 상황을 지켜본다.

영화에는 후난어, 광둥어, 표준 중국어, 일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가 나오는데 이는 이주민들의 표류하는 삶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부부, 부모와 자식, 약물중독, 이주민, 대륙인과 홍콩인, 형제, 고향과 타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무기력하게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하지만 아버지만을 탓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환경이 실존하였다. 두 자매가 학교와 사회에서 겪은 소외감 역시 아버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두 딸은 아버지의 사랑과 화해를 갈구하다가 허망하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과거의 아름다운 꿈은 추억으로만 간직한다. 세상의 이주민 가족에게 온전한 사랑과 삶의 여유가 깃들길 갈망한다. ▦








▦ 사진 출처 | 바이두
▦ 김영철 | 한양대학교 글로벌문화통상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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