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러·우 전쟁 파병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제한에 따른 외화벌이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움직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해외 북한 노동자 파견은 대북제재로 인해 금지되었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결의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375호는 해외에서 북한 노동자의 신규 허가를 금지하였다. 뒤이어 2017년 12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서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이내로 송환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렇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외에서 외화벌이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의 관련 실태 연구에 따르면 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 북한의 노동자 파견 규모는 약 113,700~147,600명 선으로 추정되었다.1) 이 숫자도 상당한 규모이지만 정은이(2024)2), 박종철(2024)3)은 현지 연구를 통해 2016년 기준 중국에만 15만 명가량의 북한 노동자가 체류했으며 2024년 기준으로도 12만 명가량의 노동자가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거기에 러시아와 기타 지역을 포함하면 북한의 노동자 파견은 여전히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하여 특별히 그들을 통한 북한의 외화벌이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따른 인권 침해의 관점에서 논의가 되어 왔다. 올해 초에 있었던 임금체불에 반발한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사태로 볼 수 있듯이 북한 노동자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시기를 중심으로 북한 해외 노동자의 실태를 살펴보고, 전망 및 선교에 대한 제언을 나누고자 한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해외 북한 노동자 파견 유엔 차원에서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에 대한 제재가 부여되었지만,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은 계속되었다. 그 이유로는 가장 먼저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를 위한 중요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 중국의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으로 송금한 송금액의 규모가 북한의 대중 수출 금액을 초과하는 수준일 것으로 분석되었다.4) 2019년 자강도 도무역관리국 외화벌이 연간 계획분에 따르면 도의 외화벌이 수입의 20%를 노동자 해외 파견 수입액이 차지하고 있었다.5) 해외 파견 노동자를 통한 외화벌이가 북한의 경제에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당국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 처지에서도 해외 노동자 파견은 새로운 기회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외 노동자 파견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성분 토대가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단계마다 수십에서 수백 달러의 뇌물이 요구된다. 게다가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을 주민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뇌물을 고여가며 선발 과정에 참여하는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없고 벌이가 마땅치 않은 북한의 현실 때문이다. 특히 여의찮게 상당한 빚을 지게 될 경우, 일반적인 임금 노동으로는 이를 갚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이를 청산하기 위해서 해외 파견을 선택하기도 한다.6)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번 해외 노동자로 파견을 갔다 오면 거기서 멈추기보다는 2~3회 이상 해외 파견을 이어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재차 출국하는 경우, 당위원장의 추천만 있으면, 최초 출국할 때 이미 취득한 관련 문건이 있으므로 몇 단계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미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노동자의 경우 어느 정도 재력이 있다고 인식이 있고, 재차 해외 파견을 지원하는 노동자 역시 신속하게 해외 출국을 희망하기 때문에 첫 번째 파견에 비해 더 많은 뇌물을 당비서에게 바친다고 한다.7)
수용국 역시 북한 노동자 공급이 절실하다. 북한 노동자들을 주로 고용하는 중국의 동북 지역이나 러시아 극동 지역은 청년 인구 감소로 충분한 노동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해외 인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다.
이에리아, 박수성(2022)8)의 러시아 연해주 지역 북한 노동자 현황 연구는 북한 노동력이 절실한 연해주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 결의 이후 북한 노동력에 대한 제재에 따라 각 지역의 북한 노동자 쿼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기존 체류자의 체류 기한을 1년으로 단축하고 기한이 만료된 노동자의 비자 연장을 불허해 북한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송환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에 따라 연해주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건설 노동력의 약 80%를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던 상황에서 1만여 명이 떠난 북한 노동력을 베트남과 인도 및 옛 CIS권 국가 출신자들로 보충하려고 애썼지만 2020년 닥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이마저도 마땅치 않았다. 게다가 북한 노동력은 ‘중국인들도 (일하기를) 거절하는 노동현장에서 가장 저렴한 노동력으로 주로 (공익사업을 포함한) 예산 지원을 받는 시설물 건설, 주거용 건물 수리 및 건설, 어업 분야에서 수요가 많았기에’ 대체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현지의 평가이다. 결국 연해주의 노동시장은 인력 부족과 임금의 대폭적 상승이 일어났고, 귀국하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으며, 일감을 찾아다녔던 북한 회사는 일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은이, 박종철(2024)9)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북한 노동자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 부모들은 자식에게 고된 노동을 시키려 하지 않으며, 젊은 세대 또한 3D 업종에 종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접경 도시는 젊은 인력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면서 젊은 인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북한 노동력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계약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1일 노동시간이 상당히 길고 계절적 제약 요인도 덜 받아 납기나 공사의 마감 기간을 앞당겨 이를 통해 사업자는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또한 이직률도 낮아 사업가에게 안정적인 생산과 이익을 보장하여, 기업의 미래에 대한 설계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큰 우위가 있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마스크와 방호복 생산 등으로 동북지역 봉제업체들이 때아닌 특수를 맞았는데, 몰려드는 일감을 감당하는 데에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의 역할이 컸다. 그렇기에 제재 이후에도 중국 기업들은 북한 노동력 수용을 위해 복잡한 수속 절차와 제재 우회 경로 개발 등에 상당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에 대한 제재에 따라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가 아닌, 좀 더 비용을 들여서라도 제재를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치는 높아졌지만 개선되지 않은 북한 노동자의 처우 북한 노동자가 절실한 현지의 상황과 대북 제재로 북한 노동자 확보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북한 노동자의 가치는 상승했지만, 그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러시아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재 이행에 따른 노동자의 귀국과 코로나19로 인한 대체 노동력이 부재한 가운데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했지만, 노동환경은 북한 노동자 철수 이전의 집체 노동 상황과 별다른 차이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 대유행은 노동자 이동의 자유를 통제하는 명분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작업 현장을 옮길 때조차 관리자가 동행을 했고, 코로나 감염의 우려가 건설 현장은 물론 여가 생활에서 외부 출입을 금지하는 이유가 됐다. 또한 노동자 개인의 ‘청부’ 활동이 제한되었다. 청부는 러시아 회사와 북한측 사업소가 정식 계약을 맺어서 작업에 투입되는 집체노동과 다르게 개인적으로 계약을 맺어 일하는 일종의 가외 노동을 뜻한다. 국경 봉쇄로 가족에게 송금할 기회가 사라졌고, 청부가 불가능해 추가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은 연해주에 잔류한 노동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10)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19 감염증 방역에 필요한 물품 생산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하루 기본 12시간 노동에 야근까지 하면 새벽 2, 3시까지 일해서 코피를 터트리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노동자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상당수가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장시간 근무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봉제업체에 일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허리와 목, 무릎 등에 고질병을 달고 살아가며 적절한 치료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하루 3교대로 8시간씩 일하는 데 반해 북한 여성 노동자들은 교대 없이 한 사람이 장시간 일을 하고 있어 몸에 엄청난 무리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된 근로 여건 외에도 선교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본적인 생필품이나 위생용품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거주지의 위생 여건도 열악하여 생활에 큰 불편과 건강 악화를 겪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공장의 인력 수요 증가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손재주가 좋은 젊은 북한 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인건비를 인상해 주었다는 소식도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의 60~70%를 ‘충성자금’ 명목으로 북한 당국에 납부하고 있다 보니 실제적인 북한 노동자들의 인건비 상승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11)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었음에도 이들 중 상당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대 젊은 여성이 대다수로 점하는 이들 노동자가 중국에 체류한 지도 2024년 기준으로 4~6년을 지나게 되었다. 오랜 해외 노동에 지친 이들은 시급하게 북한 내에서 가족상봉을 희망하고, 또한 북한 기준으로 결혼 적령기가 넘음에 따라서 결혼을 위하여 귀국을 희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국경 부분 개방 이후에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들의 귀국이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12)
안타까운 것은 대북 제재에 따른 북한 노동자에 대한 제재 조치가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리 제재 이전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대부분 파견국에서 공식적으로 3년짜리 노동비자를 받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해외에 체류했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 이후 파견국에서 노동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되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단기 비자인 학생비자나 관광비자를 발급해 편법으로 노동을 지속하였다. 단기 체류 비자로 일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비자 갱신을 위해 잦은 이동을 하거나 거주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다. 공식적인 노동자 신분이 아니다 보니 파견국에서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코로나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의료적 처치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했다.13) 거기에 더해 외부의 시선을 피하고자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하게 되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환경이 더욱 악화하는 역설적 현상도 일어났다.14) 이러한 가운데 장기간 본국으로의 송환이 미루어지고 밀린 임금마저 제때 받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났던 24년 초 파업사태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권 침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외 북한 노동자를 위한 인권 활동은 제한적이다. 북한 노동자를 둘러싼 안보(제재)와 인권의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이전에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을 강제 노동에 해당하는 인권 문제로 제기하고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회원국과 북한 당국에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이 안보의 문제로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되면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은 이제 그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금지된 행위가 되었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이 더 열악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권 침해를 개선한다는 발상 자체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을 인정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제재 레짐에서는 성립될 수 없는”15) 악영향을 불러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앞으로의 전망 이러한 해외 북한 노동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은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을 금지한 유엔의 대북제재는 러우 전쟁을 기점으로 그 효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북한이 러·우 전쟁에 대규모 군대를 파병하기까지 이르렀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파병의 대가로 참전 방식에 따라 연간 3억 2천만 달러에서 13억 4천만 (4,451억 원~1조 8,638억 원)의 직접적 외화 소득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16) 이러한 북한의 파병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 관계뿐 아니라 북한이 외화 획득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러우 전쟁의 종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대규모 파병과 무기 수출로 이익을 얻어온 북한에 새로운 외화벌이 활로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역시나 해외로의 노동자 송출 확대이다. 특히 전쟁 이후 재건 사업을 위한 노동력으로 북한의 노동자들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재건을 위해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17) 이미 지난해부터 돈바스 지역 재건사업에 북한 노동자가 투입되고 있다는 보도도 전해진다.18)
기존 해외 노동자 파견 사업도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의 경우 상당수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예상보다 훨씬 긴 기간을 체류하고 있으며 본국으로 귀국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들의 귀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북한 당국의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북한의 귀국 노동자를 대체할 재파견 요구와 유엔 제재를 준수하려는 중국 당국의 입장 차이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19) 하지만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러우 전쟁 종전 등의 움직임 속에서 북·중관계도 다시금 개선의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북한의 노동자 재파견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거나, 관광비자나 도강증 등 우회 수단을 통해 북한 노동자들을 수용하는 방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통제를 완화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선교적인 고민과 기도 북한 입장에서 해외 노동자 송출은 양날의 검이다. 한 편으로는 외화벌이의 중요한 통로로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당국이 최근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웠던 외부 정보와 문화의 유입을 경계하는 눈치이다.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십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노동자들이 일시에 귀국할 때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파장에 대해 북한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그에 따라 북한 당국은 해외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엄격한 사상 문화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소위 일컬어지는 3대 악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비롯하여 주민 상호 감시와 신고 의무를 제도화한 군중신고법 등이 해외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20)
이러한 북한의 우려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 대한 선교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록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어그러지기는 했지만,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은 보통 일회성을 끝나지 않고 2~3회에 걸쳐 이어진다. 또한 한번 파견 시 기본적으로 3년을 체류한다. 기간으로만 따지면 최소 3년에서 거의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을 북한 밖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상 문화적 영향력을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외부 세계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충분한 시간이다.
선교적 관점에서 우리는 이들이 단순히 외부 문화만 경험하고 돌아가는데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 노동자에 대한 접촉이 매우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내지로의 접근과 비교할 때 해외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은 선교에 훨씬 좋은 여건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생활 여건도 매우 열악하고 여러 면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복음 전도는 한계가 있더라도 고된 타지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등의 관계 맺기와 인도적 활동을 통한 간접적인 복음 전파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제재 레짐 아래에서 북한 노동자들 운신의 폭이 더 제한받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의 작은 손길이 이들에게는 큰 도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관계를 맺게 된 노동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신뢰를 쌓는다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받은 친절과 도움의 이유를 깨닫게 되고 복음의 텃밭이 기경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를 활용하여 이들과의 접촉점을 만들고, 선교의 얼굴을 하지는 않았지만, 선교적인 활동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관계를 맺을 창의적인 방법들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선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접촉점을 개발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각 지역 및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북한 노동자 선교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집체 노동이 주가 되는 지역도 있지만 청부 활동이 활발한 지역도 있고 또 임시 비자나 통행증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노동 활동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도 있다. 이러한 북한 노동자의 다양한 활동 양태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선교의 접촉점을 만드는 작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향후 러우 전쟁 종전에 따른 돈바스 지역 재건 등을 생각할 때 북한 선교를 위한 해외 교회와의 연계 및 타지역 한인 선교사들이 북한 선교에 참여하도록 동원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북한 선교의 과제가 될 것이다.
해외 북한 노동자 문제는 북한의 외화벌이라는 측면에서는 정치적인 문제, 북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인권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북한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북한의 영혼이라는 측면에서는 선교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 송출은 북한 당국이나 주민들, 그리고 수용하는 지역과 기업들 모두가 원하는 일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북한 노동자들이 어려운 노동환경 속에서 받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고, 더 나아가 생명 되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돕는 일에 한국교회가 더 큰 관심과 사역, 기도로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 ♣
[미주]
1) 이상신, 오경섭, 임예순, “북한 해외노동자 실태 연구”, KINU 정책연구시리즈 16-04, 통일연구원, p. 20. 2) 정은이(2024), “송금(Remittance)이 북한 가계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 중국 체류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사례를 중심으로”, 통일문제연구 제36권 2호 (제82호), pp. 75-80. 3) 박종철(2024), “중국의 북한 해외파견노동자에 관한 연구”, 민족연구 84호, pp. 146-149. 4) 정은이(2024), 앞의 글, pp. 86-88. 5) 정성준(2023), “북한노동자 해외파견 이면에 있는 북한-러시아 비공식 경제협력체계”, 평화통일논총 제2권 제1호(2023), pp. 195-197. 6) 정은이, 박종철(2024), “김정은 시기 북한 해외파견노동자의 발생 요인에 대한 실증 연구 – 국내 선발의 메커니즘과 수용국 회사의 편익을 중심으로 -” 한국동북아논총, 제29집 제4호 (2024), pp. 97-98. 7) 위의 글, pp. 97-100. 8) 이애리아, 박수성 (2022),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북한 노동자 현황 연구 – 2017년 유엔 대북제재 이후를 중심으로”, 현대북한연구, 25권 2호 (2022), pp. 182-226. 9) 정은이, 박종철(2024), “김정은 시기 북한 해외파견노동자의 발생 요인에 대한 실증 연구 – 국내 선발의 메커니즘과 수용국 회사의 편익을 중심으로 -” 한국동북아논총, 제29집 제4호 (2024), pp. 93-120. 10) 이에리아, 박수성(2022), 위의 글, pp. 210-214. 11) 최영진(2021), “코로나시기 동북아접경지대에 북한노동자의 고용위협-체류와 송환”, 평화학연구 제22권 4호 (2021), pp. 43-46. 12) 박종철(2024), 앞의 글, pp. 150-151. 13) 이지연(2024), “유엔에서의 인권과 안보의 동학: 북한 해외 파견 노동 사례 분석”, 문화와 정치 제11권 제4호(2024), pp. 270-274. 14) 정은이, 박종철(2024), 앞의 글, p.118. 15) 위의 글, p. 273. 16) 임수호(2024), “용병인가, 동맹군인가: 북한군 러시아 파병의 득과 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INSS 이슈브리프 627호(2024.11.18.). 19) 박종철, 앞의 글, pp. 150-152. 20) 황현욱(2024), “북한 〈군중신고법〉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 해외 파견 노동자 사례를 중심으로”, 북한법연구 Vol. 32 (2024 Dec), pp. 205-244.
* <북한개발소식> 2025년 4월호(통권 234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 사진 설명 및 출처 | (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의 북한 노동자들 (사진=VOA) ♣ 한국오픈도어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