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을 보면,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 액수가 45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3년 전인 1991년(44억)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정점을 찍었던 2021년 3,441억 달러와 비교하면 7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중국 시장이 외국 기업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중 경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내에 생산기지를 두면 대중 제재와 관세 전쟁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보니 인도, 동남아, 멕시코 등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더군다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공 때문에 중국이 바싹 긴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 《추월은 없다》의 저자 이호철 교수는 정치경제학과 국제정치학 전공자입니다. 학자와 관련 업무 종사자로서 여정을 돌아볼 때, 여러 가지 변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앞으로 긴 시간 경쟁하고 가끔 다투기도 하겠지만 완전히 남남으로 갈라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결별보다는 공존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자는 미·중관계의 미래와 그 상황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엄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고 분석, 예측합니다. 왜 미·중관계를 주목해야 하는가? 21세기 전반의 국제정치는 미·중관계의 영향력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중관계는 글로벌 차원에서뿐 아니라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의 안보 지형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북핵과 한반도 평화, 남북한 관계, 한반도의 분단과 미래 통일, 한·미동맹, 한·미·일 관계, 동중국해와 중·일관계 등 관심 깊게 들여다볼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중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놓았습니다. 미·중관계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을 첫 번째 목적으로 했습니다. 아울러 미·중관계에 따른 세계질서의 주요한 변화에 대한 전망, 미·중관계의 전개에 따른 세계질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길을 탐색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학술 연구서 형식을 취했지만, 일반 독자들이 미·중관계와 세계질서 그리고 한국 외교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학술적 형식을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추월은 없다’라는 짐작하는 바와 같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그 시한을 일단 2050년까지로 설정합니다. 2050년까지 미·중관계 전망 시나리오 1, 2를 주목합니다. 시나리오 1은 2030년대 후반까지 중국이 부분 세력 전이를 실현하고 군 현대화를 완결하는 경우,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전략경쟁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시나리오 2는 현재 국면에서 IMF를 비롯한 전문기관들의 경제력 예측을 근거로 미·중관계는 시나리오 1보다는 시나리오 2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일은 없고 세력 전이 또한 실현되지 않는 경우를 염두에 둔 상황입니다. 어느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던 전략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투는 것만 구경할 것이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아래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중관계는 중요한 축이고 한·미동맹은 핵심 축이다. 어느 국가도 외교의 대상을 사전에 한정하거나 미리 선택하지 않는다. 한국은 한국 외교의 두 축인 미국, 중국과 안보 이익, 경제 이익을 비롯한 이익을 최대한 공유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실천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을 거듭 묻는다면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입장을 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의 ‘입장’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공식 문건과 최고 지도자의 연설을 분석해서 리더십, 상호 인식, 전력, 국내 정치를 중심으로 미·중관계를 들여다봅니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중국은 예상보다 빨리 훨씬 확장된 야심 찬 목표들을 내세웠습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중국의 꿈’, 중국의 핵심 이익을 전제로 미국과 대등한 협력관계를 제안했던 ‘신형대국관계’, 당(唐)대의 육상실크로드를 복원하고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지정학적 공간을 확장한다는 ‘일대일로’ 전략, 다극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신형 국제관계’로의 전환을 주도, 남중국해의 군사화와 해군력의 증강 등에 이르는 확장된 대담한 국가전략 목표들을 내세웠습니다. 이를 통합해서 이름을 붙이면,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진핑이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한 연설에서 중국의 꿈을 제시합니다. “나는 굳게 믿습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에 소강(小康)사회 완성이라는 목표가 꼭 실현될 것입니다. 중국 건국 100주년(2049)에는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화한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라는 목표가 실현되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이 꼭 이뤄질 것입니다.”
미국과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201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어떤 세력도 중국과 중화민족의 부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3기 집권을 시작한 2023년 인민정치협상회의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봉쇄, 포위, 압박하여 국가 발전에 중대한 장애가 되고 있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을 향하는 인식과 전략은 무엇일까요? 미국의 백악관이나 국방부의 국가안보 전략은 구조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 세력 변동에 대한 전략적 인식에 근거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균형이 불안정하다는 인식하에 미국에 유리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이 이 지역에서 세력 우위를 차지하려는 현상 변경을 차단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을 ‘단기적으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세력 우위를 추구하는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로 규정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국내 정치 행위자 차원에서 국내 정치적 요인 또한 미·중 간 전략경쟁을 더욱 가열시켜 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023년 통상적인 두 번의 주석직 임기가 만료되나 집권 2기를 시작했던 2018년에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집권으로 가는 길에 시진핑 지도부는 강경한 대미전략을 펼칩니다. 미국과 대등한 위상으로서의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당 안팎에 새깁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부각하고자 애씁니다.
미국 행정부는 국가안보 전략에서 밝혔듯이 미·중 간 경쟁의 한 측면을 민주주의에 대한 권위주의 체제의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민주주의가 미국식 ‘코카콜라’는 아니라고 맞받아칩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국내 정치 또한 미·중 간 전략경쟁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모두 내부 결집이나 유권자 결집을 위해 상대국을 활용함으로써 전략경쟁을 가열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록 미·중 간의 갈등 측면보다는 규모가 작을지라도, 대한민국의 남북 간의 갈등과 위기감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현재 아니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을 맞설 수 있는 국가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과 중국이 강대국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두 나라가 자신들의 힘과 덩치만 믿고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하긴 중국민들조차도 한국에 대해 불만 사항이 생기면 “소국 주제에…” 어쩌고 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이긴 합니다. 아무튼 지구상에 전쟁과 분쟁으로 어린이나 노약자 등 갈등과 전혀 관계없는 이들이 피해받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