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은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 등의 절기를 지키면서 일 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생애, 십자가의 죽으심, 부활과 성령의 강림을 기억하고 지키도록 돕는다. 이러한 절기들 가운데 성자와 성령에 대한 절기들과 함께 삼위일체 신앙을 더욱 분명히 하도록 돕는 창조절을 지키게 되었다. 성령강림절 이후 기간이 일 년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그 기간의 하반기에 창조절을 지킴으로써 성부, 성자, 성령이 교회력 안에 분명히 드러나게 된다. 창조주 하나님에게 초점을 맞추는 기간인 창조절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창조세계를 보전하고 회복시키려는 교회의 결단이 담겨 있다.
창조절은 매년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계속되며, 세계 22억 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간에 창조세계를 위해 기도하고 돌보도록 초대받는다. 1989년 동방 정교회에서 에큐메니칼 총대주교 디미트리오스 1세에 의해 9월 1일이 창조세계를 위한 기도의 날로 선포되었다. 2001년에는 다른 주요 유럽 기독교 교회에서,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채택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창조절(창조 시기라고도 함)’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창조절은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중심으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 가족을 하나로 묶는 일치의 시간이며, 이 기간에 각 교단, 교회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창조절 기도회와 창조를 돌보기 위한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교회 창조절운영위원회는 창조절을 기념하기 위한 자료들을 제공하며, 세계교회협의회, 루터교세계연맹,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운동, 성공회환경네트워크, 로잔/세계복음주의연합 창조세계돌봄네트워크, 세계개혁교회연맹, 중동교회협의회, 유럽기독교환경네트워크, ACT Alliance, A Rocha International, 세계감리교협의회, Christian Aid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위기와 그와 연관된 창조세계의 파괴가 지구 공동체의 생존에 무서운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경외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점점 더 많이 창조신앙을 바탕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생태적 전환을 위해 연대하고 동참하고 있다.
해마다 세계교회 창조절운영위원회는 창조절 주제를 제안한다. 최근 몇 년 간의 창조절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2018년 함께 걷기(Walking Together), 2019년 생명망(Web of Life), 2020년 지구를 위한 희년(Jubilee for the Earth), 2021년 창조세계 모두를 위한 집(A Home for All), 2022년 창조세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Listen to the Voice of Creation), 2023년 정의와 평화가 흐르게 하여라(Let Justice and Peace Flow).
올해 2024년의 주제는 “창조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To Hope and Act with Creation)”이고, 상징은 로마서 8장 19-25절에서 영감을 받은 “소망의 첫 열매”이다. “창조세계와 함께”는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하여 창조된 질서 전체, 즉 우주 전체를 인정하며, 우리의 신학적인 존중, 경외심, 책임, 자연세계와 상호의존성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창조세계가 해산의 고통 가운데 탄식하고 있고(롬 8:22), 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롬 8:19). 희망의 첫 열매들(롬 8:23-25)을 맺는 기도와 행동이 필요하다.
창조절을 지키면서 우리는 인간과 지구, 인간과 다른 생물,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깨진 관계를 회복하고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우리의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땅과 생계를 잃고 있는 공동체, 사라지는 생물종과 생태계, 채굴과 화석연료 산업의 희생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창조세계를 돌보는 가운데 기독교 공동체의 적극적인 희망이 있다.
성 어거스틴이 한 말이라고 전해지는 구절이 있다. “희망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분노와 용기다. 현실에 대하여 분노하고, 현실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용기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도전에 응답하는 노력 가운데 우리와 함께 계신다(롬 8:23).
올해 창조절은 특별히 화석연료 비확산조약(FFNPT)에 참여하도록 권한다. 이 조약은 국가, 시민 사회, 종교단체를 하나로 모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화석연료 비확산조약 발의(The 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 Initiative)는 모든 사람을 위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석탄, 석유, 가스의 확장을 종식시키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과학이 보여주는 바에 따라 기존 생산을 공평하게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는 세계적인 노력이다.”
9월 21일은 개인, 커뮤니티, 조직 및 모든 정부 기관이 화석연료 비확산조약을 지지하는 글로벌 행동의 날로 예정되어 있다. 지지 서명은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예정된 다음 유엔 기후 변화 회의인 COP29에서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된다. (참고: https://fossilfueltreaty.org/faith-letter에서 제공하는 신앙 편지(Faith Letter)를 통해 화석연료 비확산조약을 지지할 수 있다).
*이 글은 창조절 안내서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하였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제공하는 창조절 안내서 번역본을 다운받을 수 있다(창조절 주제 소개 및 창조절 기도회, 교회학교 활동 등을 포함하여 신학적 이해와 구체적인 실천을 돕는 글 등이 실려 있다). *참고: 9월 1일에 진행된 창조절 기도회 Prayer Service for Creation Day
【2024년 창조절 기도문】
만물의 창조주이신 삼위일체 하나님, 우리를 공동의 집에서 살아가는 우주적 가족으로 지으시고, 창조하신 이 세계의 모든 다양성 가운데 자신을 드러내신 당신의 선하심을 찬양합니다. 당신이 창조하신 지구를 통해 우리는 사랑과 양분, 보금자리와 보호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께서 선물로 주신 어머니 지구와 깊이 연결되어 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 방임과 학대가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의 상실, 인류와 모든 동료 피조물들의 고통을 초래했습니다. 지구와 모든 피조물의 탄식, 그리고 우리 안에 거하시는 희망과 정의이신 성령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당신 창조의 영으로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셔서, 그리스도의 구속 능력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희망을 알게 하옵소서. 성령의 탄식으로 우리 안에 당신을 충실하게 섬기려는 마음을 일으켜 주옵소서. 창조세계에 귀 기울이며 치유하게 하시고, 모든 창조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여, 희망의 첫 열매를 맺게 하옵소서. 사랑이 많으신 창조주 하나님, 우리로 하여금 탄식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시고, 구원자이신 예수님과 같은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하옵소서. 당신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피조물이오니, 우리에게 이 지구와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갖게 하옵소서. 모든 생명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현정 | 한국에클레시아생명학연구원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