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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3  통권 263호  필자 : 이현아  |  조회 : 2035   프린트   이메일 
[생태선교_함께 생명을 향하여]
녹색교회: 이 시대 교회의 신앙적 응답

지금 인류는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생태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삶을 위한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고 자연에 기대어 살면서도 그에 대한 감사와 경외심을 잃고 모든 것을 화폐로 치환하기 위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착취해 왔던 우리의 지난 삶의 대가는 혹독하다. 수십만의 생물종이 사라졌으며 폭염, 한파, 태풍, 홍수, 산불 등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기후 현상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물 부족, 사막화, 해수면 상승, 농업 시스템의 붕괴, 식량 부족 등으로 매년 수천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각종 질병과 낯선 감염병의 잦은 출현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소요와 분쟁으로 이어져 국내외 정의와 평화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여전히 물질과 소유, 소비 중심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 것인지, 아니면 돌이켜 길을 찾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생명 중심의 문명을 새롭게 일구며 살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이 선택에 있어 우리는 그리 자유롭지 않다.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존중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생명의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우리의 생각과 신념, 제도와 실천 등 모든 면에서의 깊은 성찰과 전격적인 전환을 요구하지만, 우리 삶을 둘러싼 인간중심의 문명과 경제성장 중심 체제는 너무 견고하다. 자연을 착취하며 부를 쌓고 편리함을 도모하는 일에 우리는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다. 문제는 이 점에 있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서 살아간다고 고백하면서도 이 세계를 자신의 소유물로, 자신의 풍요와 편리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며 살았다. 이 세계를 하나님이 거주하시는 곳으로 고백하면서도 이 세계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존중을 잃어버렸다. 저명한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의 “교회가 직면한 큰 문제는 우리의 신앙이 우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살도록 이끄는가의 여부다”라는 말은 이 시대에 창조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깊이 성찰해 봐야 할 타당한 지적이다. 과연 그리스도인들이 경제적, 물질적 풍요로움이라는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풍조로부터 돌아서서 ‘마음을 새롭게 하고 변화를 받아’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하나님의 뜻을 따라 새로운 방식의 삶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깊은 성찰과 각성, 실제적인 순종이 어느 때보다 간절히 요청되는 때이다. 

한국의 녹색교회운동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따라 새로운 방식의 삶을 제안하고 실현하고자 애쓰는 교회들의 운동이다. 녹색교회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8년이다. 21세기라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녹색교회21’이라는 의제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의 주도로 한국교회 안에 세워졌다. 이는 1992년 열린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한 환경보전을 위한 ‘의제21’에 대한 교회적 적용으로서 교회는 사회를 상대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회심을 선포할 뿐 아니라, 스스로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창조세계를 파괴했던 주체로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이로부터 돌아서야 한다는 자각에서 비롯되었다. 이 자각 위에서 교회는 교회 내에서 행해지는 선포와 예배, 교육, 봉사, 친교, 선교 등의 여러 활동이 하나님의 ‘정의, 평화, 창조세계의 보전(JPIC)’이라는 가치를 선포하고 실현하는지를 점검해야 했다. 1998년부터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중심으로 전국의 교회를 순회하며 녹색교회21 의제를 교육하고 실천을 독려한 결과 2006년 최초의 녹색교회 세 곳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후 매년 환경주일을 맞아 창조세계를 보전하고 생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는 각 교단의 대표적이고 모범적인 교회들을 '녹색교회'로 발굴하고 시상함으로써, 2024년 현재 전국에 130개의 녹색교회가 세워졌다. 



녹색교회의 핵심이 되는 고백과 다짐은 녹색교회 점검표의 기준이 되는 ‘녹색교회의 열 가지 다짐’에 잘 나타나 있는데, 이는 1998년에 제정된 녹색교회21 의제에서 발전한 형태로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1) 

예배
1. 우리는 세계를 창조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을 예배한다.
2.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사람과 창조세계가 한 몸임을 고백한다.
교육
3. 우리는 창조세계를 경외하며 신비와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4.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삶을 가르친다.
조직
5. 우리는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한 모임을 조직한다.
6. 우리는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는 일에 협력한다.
친교
7. 우리는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넘지 않는 생활을 한다.
8. 우리는 은총의 에너지를 통해 탄소배출 없는 삶을 도모한다.
선교
9. 우리는 지역사회의 환경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모은다.
10. 우리는 지구적 생태정의를 위한 평화의 순례에 동행한다. 

이러한 공동의 다짐 위에서 선정된 녹색교회들의 활동과 실천은 교회가 위치한 지역의 특성, 관심의 방향과 역량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환경주일 성수를 비롯하여 생태영성의 고양을 위한 예배와 교육에 힘쓰는 교회, 친환경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을 통해 생명밥상운동을 주도하는 교회, 재활용 및 새활용 공방(녹색가게)이나 제로웨이스트샵, 자원순환센터, 생태도서관 등을 운영하여 지역에 생태환경 인식 확산과 실천을 돕는 교회, 에너지 전환을 위한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교회 내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며 교회 공간 자체를 푸르게 가꾸어가는 교회, 사막화를 막기 위한 나무심기, 생명의 산과 강 살리기, 탈핵이나 생태환경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일에 앞장서는 교회 등이 있다. 이러한 녹색교회들이 모여 2018년 ‘녹색교회네트워크’를 조직하였는데 녹색교회 간의 친교와 교류를 도모하며 녹색교회의 다양한 사역을 한국교회와 사회에 알리고 신학화하는 일을 목표로 현재 활동하고 있다. 

이상의 역사와 활동을 토대로 신학자 정원범은 녹색교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녹색교회란 생명, 생태, 성장, 사랑, 양육, 치유, 회복, 새롭게 함, 다시 태어남, 관대함, 조화, 균형, 상생, 공존 등의 녹색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교회라고 할 수 있고, 신학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하나님사랑, 생명사랑(생명존중), 이웃사랑, 자연사랑의 정신을 가지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공존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이다. 요컨대 녹색교회란 마을공동체, 지구공동체의 회복과 창조질서의 회복을 위해 공적 책임(생태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교회를 말한다.”2)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라는 초월적 비전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하나님 나라로 대표되는 종교적 피안의 세계는 현실과 다른 종류의 삶, 다른 종류의 존재 방식에 대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우리의 귀한 종교적 자산이다. 우리는 본래 하늘의 존재들이며, 우리에게는 다른 종류의 삶에 대한 비전이 있고 그것을 이 땅에서 이룰 사명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이다. 그 사명으로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문명, 성장 이데올로기, 돈의 가치에 경도되어 있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새로운 생명, 대안적 삶을 선제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다. 

하나님 나라는 이웃 생명들을 짓밟고 획득한 경제적 풍요를 통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여 창조된 모든 생명이 자신의 생명을 풍성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교회는 ‘녹색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생태위기로 고통받는 시대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신앙적 응답일 것이다. ▩


미주
1) 이 각각의 다짐에 5개씩의 실천 방향을 제시하여 현재 50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녹색교회 점검표가 완성되었다. 
참고자료: https://greenchrist.org/archieve/?mod=document&uid=5467
2)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교회네트워크 편,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녹색교회 길잡이-녹색교회의 신학과 영성, 그리고 목회 이야기》 (2023, 비매품), 24.





 ▩ 사진 출처 | (위) 전농감리교회
https://jnch.or.kr/pages/greenchurch2024.7.2.접속. 
(아래) https://www.facebook.com/100064402610694/posts/847257367431009/
2024.7.2. 접속

 ▩ 이현아 목사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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