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기도회가 많이 열리는 달
<중주> 가족 여러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여러분의 사랑 가운데 <중주>가 매달 중국복음화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기 위해 애쓰며 올해의 반을 잘 달려온 것을 감사드립니다.
어느 선교단체와 함께 DMZ 기도회를 갖기 위해 김화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안보와 관계있는 곳들을 찾아가는 것을 보통 ‘안보관광’이라고 하지요. 이런 곳들은 대개 DMZ 가까운 곳에 있는데 교회나 선교단체에서는 이런 곳들을 방문하는 것을 ‘DMZ 기도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중주> 가족들 가운데도 DMZ 기도회를 다녀오신 분들이 여럿 계실 것입니다. DMZ 기도회에서는 평화를 위해, 통일을 위해 그리고 북녘의 복음화를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하게 됩니다. DMZ 기도회를 다녀온 분이 “참 현장감 넘치는 기도를 했습니다.” 하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6월에는 DMZ 기도회를 갖는 교회나 선교단체가 많습니다. 6‧25전쟁이 일어난 달이기 때문이지요. 제가 방문하게 된 김화에는 DMZ의 정중앙인 승리전망대를 비롯해서 분단 현실을 알려주는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저희는 그 가운데에서 청양리에 있는 ‘저격능선 전투전적비’를 찾기로 했습니다. 6‧25전쟁이 교착상태에 들어간 1952년의 10월 14일부터 11월 24일까지 42일간 국군과 중국군은 이 전적비에서 바라보이는 오성산에서 정말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전적비에는 그때 전투의 모습과 사상자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안보관광단지 대부분은 북한군을 상대로 싸운 곳들인데 이곳은 중국군을 상대로 싸운 곳이어서 다른 곳들을 찾을 때와는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자연히 이곳에서 벌어진 전투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애를 쓰게 되었습니다.
오성산의 지하 만리장성
이곳에서 벌어진 싸움을 국군과 UN군은 ‘저격능선 전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오성산 중턱에서 중국군 저격수들이 아군을 많이 괴롭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오성산 전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오성산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김정일도 이곳을 다녀간 일이 있고 김정은도 최근에 방문했는데 그때 남쪽 초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왔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곳에서의 싸움을 ‘상감령 전역(上甘嶺戰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상감령은 오성산 중턱에 있는 고개의 이름인데 중감령도 있고 하감령도 있다고 합니다. ‘전역(戰役)’은 “국가 간에 또는 규모가 큰 단체 간에 서로 무력을 사용하여 싸우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말인데 중국에서는 전투보다는 규모가 크고 전쟁보다는 작은 싸움을 이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상감령 전역에서 자기들이 대승을 거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단결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 ‘상감령’을 꺼내 든다고 합니다. 그때 나라를 위해 어려움을 이기며 단결해서 싸운 것을 잊지 말자는 뜻이겠지요. ‘상감령 정신’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네요. 이곳에서의 싸움을 소재로 해서 1956년에 《상감령》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지금도 중국의 대표적인 애국영화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그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알려주는 분이 있어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때 중국군은 지하 참호들을 구축해 놓고 싸웠는데 그 지하 참호들을 연결하면 만리장성만큼 길어서 ‘지하 만리장성’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상감령》을 통해 그런 모습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앞부분에 지하 참호에서 미모의 여군이 영화의 주제가인 ‘나의 조국’을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궈란잉(郭蘭英)이라는 가수가 여군으로 분장한 것이라고 하는데 “큰길에 거대한 파도가 치네/ 바람에 벼꽃 향 강 양쪽으로 퍼지네/ 우리 집은 강가에 언제나 뱃사람의 노랫소리 들리고…”라고 시작되는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노래의 끝부분에 “승냥이 이리 오면 엽총으로 맞이해야지…”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승냥이와 이리는 미국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오래전에 미국과 중국의 공식적인 회합 자리에서 중국 가수가 이 노래를 불러 말썽이 일어났던 것을 인터넷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 단순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목만 없다면 그 노래는 서정성과 호소력이 풍부한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 산 맑은 강을 보며
저격능선 전투전적비를 찾았습니다. 동북쪽으로 상감령을 품고 있는 오성산이 잘 보입니다. 그 밑으로는 한탄강의 지류인 화강(花江)이 흐르고 있습니다. 철원군은 그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쉬리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쉬리는 잘 아시는 대로 아주 맑은 물에서만 사는 물고기입니다. 20여 년 전에 이 물고기 이름을 제목으로 한 첩보영화가 나왔는데 ‘한국 영화의 천만 관객 시대를 연 르네상스적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지요. 아름답고 평화롭게 여겨지는 곳이기 때문에 70여 년 전에 여기에서 그런 혈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게 여겨졌습니다. 영화 《쉬리》를 보며 ‘아니, 여러 사람이 피를 흘리는 내용인데 왜 맑은 물에만 산다는 고기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만들었지?’ 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전적비 안내판에는 이 전투에서 중국군 피해 14,857명, 아군 피해 4,830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중국 측 자료에는 숫자가 다르게 나옵니다). 전적비 앞에서 푸른 산 맑은 강을 보며 70여 년 전에 있었던 그런 싸움이 일어나는 일이 다시는 없게 해 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사태, 대만해협에 감돌고 있는 긴장 그리고 이 땅 한반도의 문제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문득 이사야서 52장 7절의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라는 말씀이 귓전에 크게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소식을 전하고 평화를 공포하라는 사명을 받은 일꾼들입니다. 특히 중국을 향해서 말입니다. 복된 좋은 소식, 구원, 하나님의 통치 모두 우리가 힘써 그 땅에 전해야 할 것들입니다.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며 ‘아름다운 발의 소유자’라는 말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더욱 부지런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다짐을 <중주> 가족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이 달의 ‘발행인 통신’에 담아 보내드립니다.
이번 호는 “선교중국의 길, ‘오늘’에 달려 있다”를 기획 글로 보내드립니다. 그렇지요,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고, 오늘이 중요합니다. 이번 호의 기획 글이 바로 오늘, 지금 중국을 주께로 이끌기 위해 더욱 힘쓰겠다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의 상반기, 참 감사했습니다. 하반기에 사랑 어린 동행이 더욱 긴밀해지기를 부탁드립니다. ▩
♠사진 설명 및 출처 | (위) DMZ 북쪽의 오성산과 저격능선, 삼각고지(철원 승리전망대 관측) 중국은 상감령으로 표시[중앙일보] (아래) 저녁능선 전투전적비[출처: 유엔평화기념관] ♠유관지 | 중국어문선교회 고문, 웹진 <중국을주께로> 발행인, 용산감리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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