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되자 청년 실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높은 임금의 안정된 일자리는 급감하고 있다. 최근 중국 청년들은 한 가지 직업을 갖고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가지 직업과 신분을 가지고 다양한 삶을 살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생활하는 청년들을 ‘셰강(斜杠) 청년’이라고 부른다. ‘셰(斜)’는 ‘기울다’, ‘강(杠)’은 ‘막대기’라는 뜻으로, ‘셰강’은 ‘막대기가 기울다’ 혹은 ‘사선(/)’이라는 의미다. ‘셰강 청년’이라는 단어는 영어의 ‘슬래시족(slashers)’을 중국어로 의역한 신조어다. ‘슬래시족’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르씨 알보허(Marci Alboher)가 2007년에 쓴 《한 사람/다수의 직업(One Person/Multiple Careers)》이라는 책에 나오는 ‘슬래시(slash)’라는 개념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 사람이 다양한 직업과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지칭한다.
‘셰강 청년(슬래시족)’들은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 많은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슬래시(/)를 사용하여 여러 개를 표기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직업은 교사/프로그래머/요가 강사/여행가이드다. 그래서 이들을 슬래시족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들은 투잡, 쓰리잡을 뛰거나 더 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잡족’, ‘쓰리잡족’으로 불리거나 혹은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N잡러’, ‘멀티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르씨 알보허는 그의 책에서 “오늘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기술을 습득하고 여러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9시에 출근, 5시에 퇴근하는 근무제도는 시대에 뒤처진 지 오래되었다. 우리는 ‘슬래시 커리어(slash careers)’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후 그녀가 언급한 ‘슬래시 커리어’는 ‘다양한 전문가’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1970~8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안정적인 직업과 안정된 수입을 지향하는 반면, 199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한다. 슬래시(셰강) 개념이 중국으로 들어온 이후 이는 청년 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생활 태도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중국에서 셰강 청년은 점점 대중화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다. 2020년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사회조사센터가 18~35세 청년 1,9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3%가 주변에 셰강 청년이 있다고 답했다. ‘2019년 셰강 청년 금융 수요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젊은이들 중에서 두 가지 이상 직업을 가진 자(슬래시족) 혹은 창업자는 8,000만 명이 넘었다.
중국사회과학원대학교 경제학과 황징바오(黄敬宝) 교수는 중국 청년들이 새로운 직종을 선호하거나 여러 가지 직업을 갖는 이유를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하였다. 즉 경제적 이유와 비경제적 이유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직업은 새롭거나 더 높은 소비 수요를 의미하며, 더 큰 성장 잠재력과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경제적 측면에서는 “청년들이 갖고 있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직업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신생 직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 이유는 업계의 변화가 빠르고, 직업 발전이 불안정하며, 사회적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도 젊은이들의 새로운 직업에 대한 열정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0명의 청년 응답자 중 96.1%는 기회가 되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62.5%의 응답자는 새로운 직업이 다양한 각도에서 개인의 가치를 넓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중국에서 셰강 청년이 많아지는 이유는 우연하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발맞추어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셰강 청년들은 사회 구조의 변화, 고용 상황의 변화 및 직장 안에서의 격렬한 경쟁,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불안정해진 노동시장 등에 직면하면서 직장 생활에 점점 더 무력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부 젊은이는 주요 직업에서 오는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부업으로 새로운 다른 일을 찾게 되었고, 한 가지 직업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통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성장과 발전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잃어버렸던 사회적 가치의 정체성과 자아 정체성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셰강(슬래시)을 하면서 표기하는 하나하나의 직업은 한 사람의 신분을 단순히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새 시대의 젊은이들이 경제적 독립을 전제로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일종의 열망이며 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개척한 제2, 제3의 직업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자아실현에 중점을 둔 것으로 현대 사회 젊은이들의 이상과 가치 추구 사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슬래시(셰강)라는 개념이 중국에 들어오게 되자 중국 청년 문화와 맞아떨어졌고,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생활방식이 되었다. 셰강 청년의 출현은 단일 고용노동 모델을 전복시켜 인적 자원의 흐름을 변화시켰고, 인력의 반복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또한 기존 조직 운영, 조직이 인재를 유치하는 수단 심지어 사회보장 시스템까지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산화 시대를 맞이해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셰강 청년들이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시대는 인류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젊은이들은 집안의 배경, 인맥, 재력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경제적 기반, 실력과 재능에 의지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실력을 얻으려면 탄탄한 지식 기반과 다양한 기술 보유가 필요하다.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에서는 관광 서비스, 교육 사업, 스포츠 및 피트니스, 식당 등에 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하였다. 그들은 인터넷 관련 기술을 갖춘 사람들을 고용하여 중간에 해당 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쉽게 여러 회사에 고용될 수 있다. 심지어 대기업의 전산기술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많은 소규모 회사의 제품을 생산하고, 운영하며, 행정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다.
셰강 청년들은 오피스 빌딩의 사무직, 헬스장 트레이너, 요가 강사, 라디오 MC, 프리랜서 작가, 프로그래머 등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일을 같이 하고 있다. 샤오후이(小辉)는 낮에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퇴근한 뒤에는 라디오 MC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중 직업에 대해 ‘일과 취미를 절충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중국학을 전공한 그에게 출판사 업무는 전공과 잘 맞아떨어진다. 출판업계 발전을 이해하고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또 라디오 MC는 자신의 취미를 충분히 만족시키면서 급여도 받을 수 있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인민일보 해외판>(2021년 2월 8일 자)은 베이징(北京)대학의 연구원 진거(靳戈)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진거 연구원은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멀티 생활’을 선택하는 이유는 본업에서 오는 경제적 보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취미 생활에 더 깊게 파고들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청년들 중에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여러 방면으로 발전시켜 각기 다른 직업을 통해 훈련하고 성장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직장에서 그럭저럭 참고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가 자신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면 일에 대한 열정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들은 마음에 드는 일을 찾을 때까지 ‘경주로’를 갈아탄다. 업무가 애초에 그들이 생각했던 것이 아니면 빠르게 퇴사한다. 진거 연구원은 청년들의 ‘빠른 퇴사’ 뒤에는 사회 환경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신흥 업계가 불러온 ‘부의 신화’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르게 연봉을 올릴 수 있는 ‘급행열차’에 탑승할 것인가에 대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다원화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빠른 퇴사를 부추긴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 상황을 돌아보면 경제성장의 둔화, 고지가와 고물가, 모바일 문화와 테크놀로지가 주도하고 있다. 갈수록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실용주의 마인드를 가진 중국의 청년 세대들은 여러 가지 직업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소득을 보장받으며 자아를 실현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과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이해서 오직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통해 다양한 직업과 신분을 가지고 돈도 벌고, 자율적이면서도 다양한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길이 많은 젊은이에게 열려 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길 빌어 본다. ▦
♣사진 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