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분류보기 > 전체보기 
북쇼핑
2023.5.3  통권 249호  필자 : 쑨빈  |  조회 : 2011   프린트   이메일 
[선교나침반]
‘사랑’만이 길이다

우리는 전쟁 수단을 결코 무력(武力)과 군사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비(非)무력, 비(非)군사 심지어 비(非)살상, 무혈(无血)의 방법도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군사적 수단에 의한 전쟁은 전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심리전·여론전·기만전·문화전·법률전·금융전·네트워크전·디지털전 등 24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차오량(乔良)과 왕샹수이(王湘穗)의 공동 저작 《초한전(超限战)》의 일부 내용이다. 1999년 1판이 출간된 뒤 2000년 장쩌민(江泽民)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초한전》은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군사사상의 중대한 발전이자 성숙한 결과라고 극찬했다. 《초한전》에 대한 관심은 중국을 넘어 미국에도 미쳤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대학은 필독서, 정식 교재로 각각 채택했고, 존스홉킨스대학은 5년간 매년 한 차례 초한전 세미나를 개최했다. 왜 그랬을까? 중국 특색의 새로운 전쟁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한전》의 셈법은 군사력만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따라 수단은 무제한적, 실용주의 사고를 바탕으로 적국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대국가들이 지키는 전쟁 원칙과 교리·교본은 물론 선전포고 같은 형식과 전쟁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즉, 모든 곳이 전쟁터다. 낡은 규범에 매달려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정보·수단·기술·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상대방의 사기를 꺾고 고립시키거나 무기력하게 할 수 있다면 욕설·비난·거짓말·마타도어(matador: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하기 위한 정치가들의 흑색선전) 등 비대칭 변칙전쟁은 얼마든지 정당하다.

《초한전》을 토대로 상상해보면 중국이 유라시아-유럽을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중남미·아프리카·중동 등 제3지대에 공들이고 세계 곳곳에 공자학원을 세워 지원, 운영,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인문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미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는 중국 특유의포석이라는 장기 전략임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미국 내 스파이 풍선 사건, 중국 비밀경찰조직 운영 의혹에 대한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의 폭로 등이 그 실체의 일부라고 중국전문가들을 평가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보도가 그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가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이용해 중국에 반대하거나 비우호적인 인사를 위협하는 활동을 해온 중국정부 주도의 912 특별 프로젝트팀의 실체가 보도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검사가 이 같은 활동을 해온 중국 공안부 소속 요원 34명을 궐석 기소하면서 제출한 고소장과 관련자 진술서에 이 팀의 활동이 상세히 기술됐다. 이들은 트위터·유튜브 등에 개설한 가짜 계정을 통해 중국공산당과 정부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적극 전파했는가 하면 이른바 ‘중국의 적’들을 겨냥해서 강도 높게 공격했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라고 주장하거나 중국의 남중국해 확장 야심을 비판하는 세력, 톈안먼(天安门) 사태를 포함한 중국 인권을 문제 삼는 인사들이 주된 표적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공격 대상에는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자 중 한 명과 2020년 중국에서 탈출한 바이러스 학자가 포함됐다. 이 바이러스 학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나올 수 없다면서 중국 우한(武汉)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논문으로 발표한 옌리멍(阎丽夢)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때 중국의 부동산 재벌이었다가 미국 도피 이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집중 폭로해온 궈원구이(郭文貴)도 공격 대상이었다.912 요원들은 2020년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해 숨지게 한 사건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맞불을 놓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 공격에는 영어 또는 중국어 등이 함께 활용됐다. 미국 검찰 당국은 912 특별 프로젝트팀의 활동이 베이징(北京) 공안국 사무실에서 이뤄졌다고 특정하고, 요원들이 각자 여러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필요에 따라 행동했다고 폭로했다. 912 특별 프로젝트팀이 언제부터 가동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미 당국이 러시아·중국을 포함한 외국 세력의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 사용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당시를 전후해서는 912 요원들의 활동 흔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의 임무가 외국에 있는 중국 정부의 적을 위협하고 외국에 피난처를 찾은 반(反)중국 인사들의 중국 비판 목소리를 약화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912 특별 프로젝트팀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중국에국경을 초월한 탄압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없으며, 이는 미국이 조작한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답했다.



대외적으로 이럴진대 중국 내부에서는 어떠하겠는가? 전쟁은 또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해킹을 간첩 혐의로 처벌할 수 있고, 안보·이익 침해 등 법 적용을 확대시킬 반(反)간첩법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령 제4호인 중화인민공화국반간첩법(中华人民共和国反间谍法)은 간첩 행위를 다섯 가지로 정의했던 지난 2014년부터 시행 중인 기존 법안에 사이버 스파이 행위까지 추가했다.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시행하거나 타인에게 시행을 교사 혹은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외 기구·조직·개인과 결탁해 국가기관·기밀관련부서·핵심정보인프라 등의 네트워크를 공격·침입·방해·통제·파괴하는 등의 활동을 간첩 행위로 정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나 이익에 관련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이 보호 대상으로 규정돼 유출 시에는 처벌받는 정보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국가 안보 당국의 권한도 강화됐는데,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인물의 소지품이나 전자기기 등을 강제로 조사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단속 시스템도 강화했다. 중국 국민이나 조직은 간첩 행위를 발견했을 경우 통보해야 한다. 우편 택배 등 물류업자나 통신업자의 간첩 단속 활동에 대한 기술적 지원도 의무화했다. 

반체제 인사는 물론 외국의 언론인과 기업인, 학자들에 대한 감시, 단속을 넘어 간첩으로 처벌할 근거가 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반간첩법 위반으로 추방된 외국인은 10년간 중국 입국이 금지된다. 속속 완비하는 고강도 사회통제 시스템이 종교활동 규제를 1차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든 영역을 통제하기를 원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지난 3월 23일 종교 업무를 총괄하는 당중앙 통전부 부부장 겸 국가종교사무국장에 임명된 칭하이(青海)성 시닝(西宁)시 서기 출신 천루이펑(陈瑞峰)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그는 추이마오후(崔茂虎) 통전부 부부장 겸 국가종교사무국장이 지난 3월 18일 심각한 법률·기율 위반 혐의로 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조사 대상에 올라 해임됨에 따라 중용됐다. 

A.D. 64년 이후부터 4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기독교 신앙을 지키려면 자신의 목숨을 잃어도 아까울 게 없다고 각오해야만 했다. 순교자의 피가 교회의 씨앗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강력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의 숫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람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1차적으로는 하나님이 교회와 함께하셨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지중해 세계에 기존의 전통과는 다른 삶을 지침을 제시하면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독교는 로마제국에 일종의 도덕적 지침을 제시했다. 2세기 중반이 되자 로마 당국과 시민들은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을 더 이상 배격하지 않았다. 시민들 가운데 공의의 하나님을 추종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기독교인들의 도덕적 행동은 법이나 관습, 계급에 근거한 윤리보다 순수하고 신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기독교인들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게 마땅하다고 가르쳤고 그대로 실천했다. 평등이라는 개념을 삶 속에서 적극 실천했다. 로마인들은 기독교인 여성들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기독교인들은 살고 있는 주택을 예배장소로 기꺼이 제공하고 여성들이 남성 대신 교회 지도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어떠했는가? 개혁개방 이전 교회 지도자는 감옥에 가는 것을 당연시했다. 왕밍다오(王明道) 목사를 비롯해 교회 지도자들은 정부의 방침을 거부하고 수십 년간 고난받는 것을 회피하지 않았다. 중국교회는 이 같은 전통 위에 세워졌다. 오히려 21세기 들어 교회도 세속화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면서 교회의 본질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세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복음의 정수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 지금도 곳곳에서 공안의 급습이나 방해 등으로 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곳도 있다. 

허난(河南)성에서는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예배를 드리는 신자들은 개인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모든 교인은 예배 전 허난성 민족종교사무위원회가 개발한 스마트 종교(Smart Religious) 애플리케이션에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직업,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룽완(龙湾)구는 관내 유치원생 학부모들에게 신앙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도록 했다. 차이나에이드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신앙을 갖지 않고 어떠한 종교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어디에서도 특정 종교를 선전하거나 유포하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한다. 룽완구에서 최근 10년간 기독교인 수가 늘고 있는데, 현재 인구 75만 명 중 약 10%가 기독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 중국교회 지도자들은 과거보다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신앙생활을 할 것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의 미래는 결코 암울하지 않다. 그러면서 중국교회가 붙잡아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사랑이다. 성경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은사와 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도, 믿음과 능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결코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관점이다. 사랑은 오래 참는다. 사랑은 온유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는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는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는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않는다.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 사랑은 성내지 않는다. 사랑은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는다.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는다. 사랑은 모든 것을 믿는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란다.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딘다. 

사도바울이 고린도전서 13장 4∼7절을 통해 제시하는 사랑의 15가지 특징을 한마디로 한다면 성경에 언급된 예수님의 성품이다. 예수님을 닮아가려고,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한 삶을 살고자 애쓴다면 어떠한 고난이 있다고 할지라도 세상은 종국적으로 기독교인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기독교인들의 일상에서 축복의 말이 끊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이 보이는 것 같다는 평가가 일반 중국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날을 기대해본다. 그날이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기독교를 명목상 공인 종교로 머물게 하지 않고, 기독교적 가치를 중국의 미래이자 대안으로 고려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즐겁고 당돌한 상상을 해본다.






사진 설명 및 출처 | 궈원구이(郭文貴) 한국일보(가운데)
쑨빈 | 중국인사역자 
    인쇄하기   메일로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