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 감독 원무예(文牧野, 1985- )는 동베이사범대학에서 각색·감독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영화대학에서 《푸른색 연(蓝风筝, 1992)》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명성을 얻은 톈좡좡(田壮壮, 1952- )에게 지도를 받아 영화감독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원무예는 2018년 연출한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药神)》로 제55회 대만영화제 진마장에서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바보들의 기적》은 2022년 7월 제36회 대중영화 백화장(大众电影百花奖)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 20살의 청년 징하오(景浩, 易烊千玺 분)는 대학을 휴학하고 6살 여동생 징퉁(景彤, 陈哈琳 분)과 선전(深圳)에 와서 생활한다. 아내와 자식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는 소식이 없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때 심장병으로 돌아가시고 두 남매는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오빠 징하오는 갈수록 악화되는 여동생의 병세 때문에 2년 안에 거금의 수술비 35만 위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생계를 짊어진 징하오는 휴대전화 수리점을 운영한다. 지인의 소개로 반품된 휴대전화가 보관료도 내지 못해서 창고에 방치되어 폐기 처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고리대금을 얻어서 창고에 쌓여있는 휴대전화들을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고 휴대전화를 단속하는 새로운 법안이 시행되어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분해해서 부속품을 전자회사에 납품하는 길을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만난 전자회사 회장은 계약금은 주지 않고, 부속품의 품질합격률이 85%에 달해야 납품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사실, 완곡한 거절의 표시나 다름없었다. 자본 없이 사업을 벌이는 것은 필패를 예고했다. 종일 피시방에서 지내는 백수 청년들, 군대에서 지뢰 작업하다 다리를 잃고 퇴역한 시계수리공 노인, 양로원 간병인, 공장에서 일하다 청력을 상실한 아주머니, 타인을 구타하여 교도소 신세를 졌던 중년 등 징하오는 사회적 약자들을 불러 모아 휴대전화 분해 작업에 착수했다. 징하오는 창고 임대료와 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낮에는 고층 빌딩에 매달려서 유리창을 닦고, 밤에는 휴대전화 분해 작업을 하였다.
방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난 징하오는 거센 태풍이 부는 날 창고에서 잠을 자다가 작업장에 쌓아놓은 휴대전화를 훔쳐서 금을 추출하려는 도둑들과 몸싸움을 하다가 손가락뼈 골절상을 입는다. 손가락뼈 골절상 때문에 고층 빌딩 유리창 닦는 일자리도 잃게 된다.
징하오가 더는 작업장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게 되자, 동료들은 각자 자신의 집에서 분해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위로해 준다. 휴대전화 분해 작업을 위해 모인 사회적 약자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았다.
경력 단절의 이혼모인 왕춘메이(汪春梅, 齐溪 분)가 전에 다니던 공장에서 청력을 잃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자, 조폭들이 작업장에 들이닥쳐서 소송 취하를 강요했다.
휠체어를 탄 퇴역 노군인(老軍人) 종웨이(钟伟, 巩金国 분)도 지팡이를 휘두르며 동료들과 합세해서 조폭들의 협박과 폭력을 막아냈다.
징하오는 동료들과 함께 전자회사를 찾아간다. 그들이 분해 작업한 부속품의 품질 합격률은 87%로 2%를 초과 달성하였다. 회장은 징하오에게 계약금을 약속하고 500만 위안 사업을 제안하였다.
함께한 동료들은 서로 결혼하거나, 인터넷 카페 체인점을 개업하는 등 휘황찬란한 성과를 냈다. 영화 결미에는 동료들이 일궈낸 구체적인 사업 성과와 연도를 환한 미소의 사진들을 곁들여 보여주었다.
감독 원무예의 석사 과정 지도교수 톈좡좡은 징하오의 여동생 징퉁이 다니는 초등학교 수위로 출연하였다. 오빠가 늦도록 데리러 오지 않자 수위 아저씨 손 씨는 삶은 달걀을 징퉁의 입에 넣어주었다. 영화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자상하고 따뜻한 모습을 놓치지 않았고, 취약 계층이 중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것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표하고 나아가 존경심마저 나타냈다.
영화는 ‘기적’과 ‘바보 아이’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기적은 기적의 시대를 의미하며 한강의 기적으로 의역할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은 선전이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1980년 선전을 첫 번째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며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2021년 〈포브스〉에 글로벌 부자들 가운데 선전에는 70명 가까운 부자가 리스트에 올랐다.
바보 아이는 선전에서 성공을 꿈꾸던 젊은이며, 개인이라기보다 무리이며 집단으로 자수성가한 이들이다. 소시민들의 분투와 노력이 오늘날 중국 사회 발전의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원무예 감독의 다른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에서도 잘 보여준다. 이혼남인 주인공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협력하여 백혈병 환자들을 돕는다. 이를 계기로 의료보험제도의 변화도 이끌어 냈다. 원무예 감독은 실화 혹은 그와 비슷한 사례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여 소시민들이 불굴의 의지와 선한 역량으로 중국 사회를 발전시켰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이 영화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춘제 기간에 상영하였다. 또한 영화 주인공 징하오로 출연한 이양쳰시는 그룹 ‘TFBOYS’ 멤버 출신으로 아이돌 스타이다. 2022년 제33회 화딩(华鼎)상 중국 영화 만족도 조사에서 이양쳰시가 출연한 《중국의사(中国医生)》, 《장진호(长津湖)》, 《바보들의 기적》 등 세 편의 영화가 모두 상위권에 랭크되었다.
《바보들의 기적》은 중국 의료진이 코로나19에 대처하여 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중국의사》와 함께 2022년 12월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에서 주관하는 제16회 정신문명건설 “오개일공정(五个一工程)” 영화부문 우수작품상에 선정되었다. 중국군의 항미원조(6.25 한국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영화 《장진호》는 《바보들의 기적》과 더불어 2022년 중국 대중영화 백화장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2021년에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 《1921》을 상영하고, 2020년 항미원조 70주년 전후해서 관련 영화들이 잇달아 상영됐는데,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저격수(狙击手)》는 2022년 2월 상영하였다. 스타급 배우와 감독들을 동원하여 애국심을 표방하는 주선율 영화들은 주로 춘제나 국경절에 상영한다. 본 영화도 G2국가로 성장한 중국의 경제 발전을 찬미한다.
원무예는 영화감독으로 성공했지만 사회 현실에 대한 고민은 진행형이다. 성공한 뒤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인공 징하오는 여동생을 치료받게 하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말해보라고 재차 질문을 받자 대학으로 돌아가 졸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공의 의미와 가치를 반추하게 하는 대목이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는 잠자는 여동생을 품에 안고 있는 아들 징하오를 바라보면서 아쉬움과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징하오는 동생을 잘 돌보겠다고 말하여 어머니를 안심을 시킨다.
선전은 경제가 홍콩에 버금가며 텐센트, BYD, 화웨이 등 중국을 대표하는 첨단기술 기업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선전의 고도성장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지역과 약자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징하오가 여동생을 돌보듯이, 중국이 사회적 약자들의 기여와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을 보살펴주어야 할 책무를 호소한다.
사진 출처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