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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7  통권 242호  필자 : 김영철  |  조회 : 4399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강자아(姜子牙, Legend of Deification)》
-무한 권력에 맞서는 영웅 신화

《강자아》는 명대 신마소설(神魔小说) 《봉신연의(封神演义)》를 저본(底本)으로 각색한 애니메이션이다. 청텅(程腾), 리웨이(李炜) 두 감독이 함께 연출하고 광셴픽처스(光线影业·Enlight Pictures)와 컬러룸(彩条屋· COLOROOM)이 출품하였다. 이 영화는 2015년 이래 중국 애니메이션의 대작 《몽키킹의 부활》 ,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강자아는 기원전 약 1017년에 출생하고 여상(呂尙)이라 부르며, 한국에서는 낚시꾼을 이르는 대명사 강태공으로 유명하다. 사마천의 《사기·제태공세가(齐太公世家)》의 기록에 의하면, 연로한 강자아는 위수에서 낚시하다가 주나라 문왕 희창(姬昌)을 만나 승상이 되었다고 한다. 또 강자아는 주나라 무왕을 보좌하여 폭군 주왕이 통치하는 상나라와 목야(牧野) 전투에서 승리하여 제나라 제후로 임명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전쟁이 끝난 뒤 수장인 강자아는 하늘의 선대(仙台)에서 원시천존의 명령으로 구미호 소달기(苏妲己)를 처형하려다가 그의 몸에 어린 소녀의 얼굴을 보고 머뭇거렸다. 이 때문에 강자아는 신력(神力)을 잃고 북해(北海)로 추방되어 형벌을 받게 된다. 

어느 날 강자아는 북해에서 어린 소녀 샤오주(小九)를 만나 그녀의 아버지를 찾으러 함께 유도산(幽都山)에 가게 된다. 소설 원작에서 소달기의 아버지 소호(苏沪)는 전사하고 신명이 된다.

강자아가 주나라 무왕을 도와 상나라 주왕을 토벌하는 이야기는 《논형(论衡)》, 《한시외전(韩诗外传)》 등에 기록되었다가 《봉신연의》에서 관련 이야기들이 집대성된다. 《봉신연의》 11회, 13회, 14회 등에서 강자아를 언급하였다. 강자아는 32세에 도교의 명산 곤륜산 옥허궁(玉虚宫)에서 도교(上清派) 최고의 신선 원시천존(元始天尊)을 스승으로 모시고 문하에서 40여 년을 수련한다. 도교가 성행했던 당나라 시기 측천무후 시절에는 무과(武科)를 설치하고 응시생은 강자아의 사당에 참배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강자아를 무(武)의 성인으로 추앙하였다. 

소설 《봉신연의》 제4회에 소달기는 주왕에게 시집가는 길에 구미호에게 영혼을 빼앗겨 죽게되고 구미호는 소달기의 몸을 조정하여 주왕을 미혹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소달기는 죽지 않고 구미호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소달기인 샤오주는 구미호와 운명의 자물쇠로 연결된다. 반수반인의 몸으로 변해 여우 귀를 갖게 되자 사람들에게 요괴로 오해받아 공격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녀의 귀에는 상처가 남아 있다.

구미호는 여우족을 이끌고 원시천존을 도와 상나라를 멸망시켰지만 신으로 책봉 받지 못하고 원시천존에게 버림받고, 여우족은 신선과 인류에게 멸시와 공격을 받았다.

《봉신연의》에서 여와(女媧, 여왜)는 주왕이 여와의 사당 벽에 음탕한 시구를 새겨서 여와의 분노를 사고, 세상의 요괴를 불러 모아 여우 요괴, 꿩 요괴, 비파 요괴에게 주왕을 미혹하여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수행에 성공하면 신에 봉하게 하기로 하였다. 소설에서 주왕을 토벌하고 소달기를 참형에 처했다. 

원시천존은 구미호를 이용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여우족과 인류의 운명을 연결하는 자물쇠를 채웠다. 전쟁이 끝난 뒤 원시천존은 여우족을 제거하고 그들의 혼령을 귀허(归墟)의 심연에 가두고 환생하지 못하게 하고, 강자아에게 여우족의 우두머리인 구미호를 처형하라고 명했다. 원시천존은 제자 강자아를 속여 강자아가 친딸처럼 보살펴주는 샤오주마저 귀허에 보내서 희생시키려 했다. 

구미호는 강자아의 사제 신공표를 죽이고 강자아와 샤오주를 추격했다. 구미호는 귀허에 잠입해 여우족의 혼령들을 불러내 샤오주를 붙들어 탈출하지 못하게 하자, 강자아는 백발로 변하며 전신의 힘을 다하여 원혼들의 운명의 자물쇠를 끊어내고 샤오주도 환생하게 하였다. 원시천존은 큰 도끼를 내려보내 구미호를 처단하였다. 

“한 사람을 구하지 않고 어떻게 온 백성을 구제할 수 있습니까?”
“한 사람은 이슬과 같으며 백성은 강과 바다와 같습니다.”
강자아는 인간, 신선, 요괴를 구분 짓고 연결하는 하늘 계단을 내리쳐 끊으면서 소리쳤다.

원시천존은 한 사람을 희생하여 만백성을 구해야 하며 천하의 안정을 위해서 삼계(인간, 신선, 요괴)의 통일을 주장하였다. 원시천존은 무고한 희생이나 억울한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온 세상을 통제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강자아는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 사람을 구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슬이 모여서 바다가 되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백성이 된다고 말했다.

강자아는 주나라와 상나라의 전쟁으로 참혹하게 황폐한 세상을 목도했다. 사람들은 집과 가족을 잃고 갈 곳을 몰랐다. 강자아는 신선, 요괴, 인간 세상을 통일하여 통제하려는 스승 원시천존의 탐욕과 불의에 분노를 느꼈다. 강자아는 운명과 권위에 저항하고, 개인의 자유 의지와 독립이라는 가치를 내세웠다. 사조(师祖)는 현조(玄鸟)를 내려보내 죽은 영혼들을 구제해주고 세상을 혼란하게 한 원시천존을 징계하였다.

이 영화는 다른 중국 애니메이션처럼 중화민족의 색채를 틈틈이 보여준다. 영화에 나오는 지명인 북해와 유도산은 《산해경·내경(内经)》에 존재하며 유도산에 흑수(黑水)와 현조가 있다고 기록하였다. 영화에서 죽은 영혼을 이끄는 현조는 상나라의 시조라고 전한다. 《산해경》, 《시경》에서 관련 기록이 있다. 영화에는 우(禹)임금의 유적지, 갑골문, 상주시대 청동기 구름과 우레 문양, 청동 도끼, 상나라 토템 상징 등을 보여준다. 

소설 원작에 나오는 사불상(四不像)은 영화에서 귀여운 캐릭터로 등장하며 유도산에서 강자아를 도와 구미호에 맞서다가 자신을 희생한다. 중국 전통문화의 코드를 영화 곳곳에 배치하여 찬란한 중화 문명을 과시한다.

올해 국경절에도 애국주의를 표방한 영화 《만리귀도》가 흥행을 선도했다. 실사 영화보다 현실을 우회하며 개인의 권위에 대한 도전과 분투를 보여주는 중국 애니메이션은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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