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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3  통권 241호  필자 : 박애양  |  조회 : 2663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社死(사회적 죽음), 社恐(대인 기피증),社牛(인싸)

중국의 최근 신조어 가운데 ‘社’자가 들어간 단어가 여러 개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社死’, ‘社恐’,‘社牛’이다. 우선 社死는 ‘社会性死亡(사회적 죽음)’1)의 축약 표현이다. 社死는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이후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자조적으로 나타낼 때 사용한다. 또 특정 집단에서 특정인을 배격 혹은 제거하는 데도 사용한다. 한국어에 ‘사회에서 매장되다’, ‘이제 끝났다’, ‘이제 망했다’, ‘사회생활 끝이다’ 등과 비슷한 의미로 보인다. 초기에 社死라는 단어는 일부 네티즌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했는데 점차 SNS로 옮겨지면서 그 의미가 감추고 싶은 상황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社恐은 ‘社交恐惧症(대인 기피증)’을 말하며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 社牛는 사회생활을 아주 잘하는 사람으로 ‘社交牛逼症(社交牛B症)’을 줄인 말로 社恐의 상대적인 표현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인싸(insider)’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인싸의 특징이 사교성이 좋고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게 社死의 상황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어에서 ‘牛’는 ‘대단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어 社牛는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는 자신감 있는 사람들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이 단어들의 주요 특징은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들 신조어를 보면서 느낀 소회를 간단하게 적으면 다음과 같다. 

우선 社死의 주요 핵심은 ‘망신’이다. 그런데 망신은 ‘타자’를 염두에 둔 말이다. 사회 속의 자신을 고려한 표현이다. 자기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매우 신경 쓴다는 의미다. 일단 社死의 상황이 생기면 자신이 속한 친구, 학교, 직장 등 크고 작은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社死 당사자는 일상생활에 커다란 혼란을 겪고 심적 상해를 받는다. 




社恐은 두려움이다. 보통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사회나 잘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社牛는 ‘관심’이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하겠다. 관심받는 것을 즐겨 하고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인정받는다고 생각해서 타인에게 더 많은 공감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의 변화는 인터넷 공간에서 SNS라는 촉매제를 통해 현재도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전 중국 사회는 타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신(魯迅)이 중국인들의 ‘看客心态(구경꾼 심리)’를 신랄하게 비판했을 정도로 타인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최근 신조어를 보면 중국인들의 사회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 체면과 관련된 표현이 매우 많다. ‘给面子’는 ‘체면을 세워 주다’라는 말이다. 체면이 서지 않을 때는 ‘没面子’하게 된다. 무안하고 부끄럽고 ‘망신’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망신을 당할 때 쓰는 말도 매우 많다 ‘丢脸, 丢人, 丢丑, 丢面子, 丢体面, 寒碜, 难为情, 没面子, 出糗, 羞耻, 耻, 耻辱, 不光彩, 羞愧’ 등등. 자의든 타의든, 혹은 불가항력적이든 내가 많은 이들 앞에서 추태를 부리거나 창피한 행동을 하게 되면 내적 자각을 통해 망신살을 느낄 때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들 단어는 나의 행동으로 인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끝난다. 개인적 각성으로 끝난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社会性死亡(사회적 죽음)은 기존의 단어들이 나타내지 못하는 새로운 함의를 포함한다. 어떤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느끼는 부끄러움보다 향후 사회생활에서 그 상황으로 나타나는 사회 구성원들의 반응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社交恐惧症(대인 기피증), 社交牛逼症(인싸) 역시 중국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중국 신조어에서 중국인들의 사회적 각성의 모습을 엿보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미주            
1)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설명을 보면 ‘社会性死亡’는 托马斯·林奇의 《殡葬人手记》에 나오는 죽음의 종류 ‘肌体死亡’, ‘代谢死亡’, ‘社会性死亡’ 가운데 하나라고 나온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우리말 번역서도 있다. (원저: Thomas Lynch, 《Undertaking》. 번역서: 토마스 린치,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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