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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3  통권 240호  필자 : 변성래  |  조회 : 2578   프린트   이메일 
[책 속의 중국]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베이징에서 마주친 젊은 저항자들
_홍명교 / 빨간소금

중국 젊은이들은 국뽕에 취한 홍위병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다. 그들 가운데에도 중국을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민주적인 사회로 변화시키고자 젊음을 불사르는 그룹들이 있었다. 이 책에는 사회운동가인 저자가 직접 중국에 가서 만난 그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실려 있다. 

중국 정부가 카를 마르크스를 대하는 양면성 
2018년 중국 정부는 카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탄생 200주년을 맞아 베이징(北京) 곳곳에서 성대한 행사를 계획했다. 한쪽에서는 마르크스 관련 대형 전시회가 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르크스 관련 학회 대학생들이 노동자운동 탄압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지시로 마르크스주의 학습이 강조되고,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곳곳에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흉상이 세워지고 있다. 공산당원이라면 의무적으로 마르크스 교육이 진행된다. 학부생들도 매주 마르크스 수업을 받아야 한다.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 학습은 마르크스 원전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공산당이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하는 독특한 변용에 맞춰져 있다. 요컨대 덩샤오핑(邓少平) 이후 추진되어 온 사회주의 현대화, 장쩌민(江泽民)의 3개 대표노선, 최근 시진핑이 주창하고 있는 신시대 사상 등 일련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일컫는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약 일주일간에 걸쳐 매일 저녁 9시 ‘마르크스는 옳았다’라는 제목의 강좌를 편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선별된 청중과 관변 마르크스주의 학자의 대화로 이뤄졌는데, 중국의 많은 네티즌이 이 프로그램 속의 동원된 박수와 질의, 낯선 대화에 의문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썼다. “마르크스 이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인데, 이 프로그램은 죄다 마르크스를 우상화하더라. 마르크스가 가장 반대했던 것은 개인숭배 아닌가?” 
 
신세대(2세대) 농민공들의 저항 
광둥(广东)성 선전(深圳)시는 개혁개방 이후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도시다. 2017년 기준, 인구 1,250만 명 가운데 약 800만 명은 호적상 이곳 시민이 아니면서 상주하는 거류민이다. 그중에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사무직 종사자가 있지만, 대부분 선전 외곽에 즐비한 제조업 공장과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농민공이다. 농민공은 2010년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저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작은 폭스콘(Foxconn, 富士康) 선전 공장에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2010년 1월 23일, 19살의 노동자 마샹첸(马向前)이 기숙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그해 11월까지 16∼23살의 노동자 15명이 연달아 자살을 시도해 13명이 세상을 떠났다. 폭스콘의 끔찍한 노동 강도와 엄격한 통제, 매일 12시간 넘게 일해야 하는 장시간 노동이 빚은 참사였다. 저임금이 베이스로 깔린다. 노동자들에게 꿈과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비슷한 시기 폭스콘 시티에서 130킬로미터 떨어진 난하이(南海) 혼다자동차부품제조유한공사(本田汽车零部件制造有限公司) 공장에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19일간 계속된 파업으로 노동자들은 결국 승리했다(정규직은 35%, 실습생은 70%의 월급이 인상되었다). 이 소식이 인터넷으로 알려지면서 2010∼2018년에 수많은 노동자가 이런 방식의 파업을 통해 임금상승과 노동 조건 개선을 이뤘다. 더불어 이는 신세대 농민공의 존재를 알린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러한 저항을 조직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농민공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활동가 그룹도 성장했다. 바로 노동 NGO와 그 활동가들이다. 하지만 노동자운동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면 체제를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진핑 집권 뒤 중국 정부는 선전과 광저우 등에서 활약하던 노동 NGO들을 강하게 탄압하기 시작한다. 

사라지는 사람들
중국 정부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입이나 손발을 막고 묶는 데 탁월하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상태에서도 많이 드러난 문제이다. 제재를 가하는 것만 해도 양반이다. 주로 밤과 새벽 사이에 들이닥쳐 소리도 못 지르게 입을 틀어막고 납치해간다. 그렇게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라고 한다. 2019년 1월부터 중국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정점을 찍었다. 그 신호탄은 베이징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 학생들의 구속이었다. 학생 4명이 한꺼번에 체포됐다. 비슷한 시기 광둥성에서 노동운동단체 활동가 5명과 전직 활동가 5명이 한꺼번에 체포됐다. 그들은 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사측과 교섭하기 위한 권리를 가르쳤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활동가들은 대부분 체포되어 사라졌다. 어디로 데려갔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9년 2월 말 기준, 체포되지 않고 남아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1∼2학년이었다. 학내 활동을 완전히 제약당한 상태에서 일부 학생은 온라인에서 국제연대를 요청하는 익명의 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경찰은 남아 있는 학생들을 불러 어떤 영상을 보여주었다. 바로 지난 11월에 체포된 선배 활동가들의 ‘자백 영상’이었다. 몇 달간 고통스럽게 취조를 받던 청년들이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지자 카메라에 대고 자신의 죄를 자백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사실은 국가 전복 책동을 모의했지만...”으로 시작하는 선배의 말을 보고 들으며 후배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이 협박과 고문으로 나온 말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내일의 모습을 미리 보는 듯했을 것이다. 경찰은 학생운동을 뿌리 뽑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사라진 사람들은 체포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조사도 받지 못한 채 재판을 받거나, 이미 구류 제한 기한을 초과했는데 구금시설에 있다. 가족은 이들의 재판 일정을 알지 못한다. 기본적인 정보권조차 박탈당한 상태다. 가족은 구속된 활동가들이 아무도 모르게 비밀 재판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 

신노동자를 주목하라
농민공 2세대(호적은 시골에 있으나 도시에서 태어난 신세대 농민공을 의미한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농사의 농자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플랜B에 귀농, 귀향은 없다. 신노동자로 부르길 원한다)는 희망이 없다고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개혁개방 이후 한 세대가 지나 출현한 신세대 농민공은 기성세대가 지녔던 집단주의적 열정과 희생정신이 없다. 그들은 시장화한 사회의 거대한 사막 위에서 아무 보호막 없이 생존해야 한다. 중국 청년의 역사 허무주의가 일반적인 현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 많은 이들이 2010년 혼다자동차 파업을 비롯한 연쇄 투쟁 행렬에 등장한 신세대 농민공을 주목한다. 중국 당-국가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노동분쟁과 사회운동을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 해결해야 하는 모순으로 바라본다. 노동 NGO가 계급의식 형성의 매개임을 인식한 당국은 농민공에 대한 NGO의 개입력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제 가능한 NGO를 지원하며, 통제되지 않는 NGO는 과감하게 청산, 취소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전략이다. 그리고 노동자 투쟁에 개입한 노동 NGO 활동가는 적극 체포한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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