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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3  통권 240호  필자 : 석은혜  |  조회 : 3560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중국을 탈출하다 - 룬(润)

최근 중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신조어는 ‘룬(润)’으로, 중국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룬은 원래 ‘매끈매끈하고 윤이 나다’, ‘습기 차다’, ‘윤을 내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대세가 된 신조어 룬은 원래 의미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 룬의 중국어 병음 표기는 [rùn]으로 영어의 런(run)과 동일하다. 다시 말해 룬은 런을 음역(音译)한 신조어로 ‘도망치다’, ‘빠져나가다’, ‘탈출하다’라는 뜻이다. 또한 룬은 원래 ‘광택을 내다’‘이익(이윤)’이라는 의미도 있고, 일부 지방에서는 구어체로 ‘편안하게 산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룬은 ‘현재보다 더 나은 곳으로 달려간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 SNS에서 네티즌들의 룬과 관련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이미 가족들과 룬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 “룬을 하면 잠시 후회하지만, 룬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 “만일 내가 정말로 룬을 한다면 여기에 남아 있는 피해자들을 무시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렵다.” “이번 달에는 진짜로 룬을 하려고 한다.” 등등. 중국 네티즌들의 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룬은 어떤 지역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종 인터넷 매체 플랫폼의 설명에 따르면, 룬이 처음에는 단지 어떤 지역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뜻으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중국을 떠나고 싶다 거나 아예 이민을 가서 살고 싶다는 뜻으로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룬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것인가? 올해 4월초부터 상하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칭링·淸零)’정책으로 상하이가 몇 주 동안의 펑청(封城·봉쇄) 조치를 당하자,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정부의 봉쇄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중국판 트위터(twitter) 웨이보(微博)에는 상하이 사람들이 쓴 룬하고 싶다는 글이 도배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상하이 사람들이 단지 봉쇄된 상하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뜻으로 사용되더니, 나중에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해외로 이민을 떠나고 싶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연구하는 홍콩대 신문미디어센터 데이비드 밴더스키 교수는 “중국의 경기 부진과 숨이 막힐 듯한 정치·사회 환경에 처한 중국 젊은이들에게는‘네이쥐안(内卷)’, ‘탕핑(躺平)’, ‘룬’이라는 세 가지의 선택이 있다”라고 말했다. 세 가지 선택 중 첫 번째인 네이쥐안은 극소수의 승자에게 주어지는 승진과 보상을 위해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네이쥐안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안으로 돌돌 말리는 ‘춘쥐안(春卷: 밀전병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돌돌 말아서 튀겨낸 중국 요리)’처럼 무한경쟁 사회에서 좀처럼 성공할 수 없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좌절과 무력감을 반영한다. 

두 번째 선택인 탕핑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닥에 드러눕는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도 높은 물가와 치솟는 집값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서 자발적으로 경쟁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야망이나 욕심을 버리고 남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차와 집을 사지 않고, 연애, 결혼, 출산을 하지 않으며, 돈도 쓰지 않고 최소한의 생존만 유지하면서 그저 누워서 지낸다는 의미로 우리나라의 ‘N포 세대’와 같은 의미이다. 이것은 인생의 목표 설정이나 타인과 경쟁 자체를 거부하는 자포자기의 태도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세 번째 선택은 룬이다. 룬은 2022년 봄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상하이가 전면 봉쇄되고 베이징마저 속속 차단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단어이다.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한 중국 정부의 통제와 봉쇄가 반복되고 있고, 거의 매일 핵산검사를 해야 하는 정책에 국민들은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감옥생활을 하는 듯한 갑갑함을 느낀 사람들은 중국을 떠나 어디라도 달아나고 싶어 했다. 룬은 바로 이런 상하이 사람들의 탈출 욕구를 풍자해서 만든 신조어이다. 심지어 ‘룬쉐(润学)’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룬쉐는 ‘중국에서 도망, 탈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즉 ‘이민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상하이 봉쇄 기간에 중국 SNS에서 최고의 화제를 모았다. 룬쉐는 중국의 사회적 문제와 개인적인 좌절에서 답을 얻지 못하고, 중국에서 해외로 탈출할 방법을 찾는 제3의 선택으로 현재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홍콩 신문 명보(明报)는 지난 6월 19일, “올봄 상하이의 코로나19 상황은 2019년 우한(武汉) 이후 최악이었는데, 우한과 차이점은 봉쇄 기간 동안 많은 주민이 엄청난 정서적 환멸을 느꼈고, 봉쇄가 해제되자 이사를 하거나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처음으로 룬을 한 사람은 상하이의 봉쇄가 한창이던 2022년 4월 14일, 인맥을 동원해 미국으로 탈출한 자양칭(贾扬清) 알리바바 기술담당 부총재이다. 자양칭은 중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뒤 페이스북에 중국 탈출기를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이것을 본 중국 네티즌들은 그가 방역수칙을 어기고 인맥을 동원해 상하이를 빠져나갔다고 비판하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한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글에 의하면,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은 중산층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도 미국으로 도망간 자양칭처럼 봉쇄 기간에 몸이 아프게 되면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상하이 봉쇄조치로 2,5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두 달이 넘게 집에 갇혀 있는 동안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상호 불신이 커졌다. 방역 요원이 시도 때도 없이 현관문을 두드려 불안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베이징에서 정부 관리들을 파견하면서 상하이 고유의 특색이 사라진 데 대한 불만도 극에 달해 있었다. 도시봉쇄가 일상화한 상하이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는 중국인들이 점점 늘어났다.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마저 오미크론 직격탄을 맞고 모든 활동이 제지당하자, 베이징의 젊은이들도 한동안 ‘바이란(摆烂: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포자기 상태를 뜻하는 인터넷 유행어)’상태가 됐다. 베이징 주민들도 정부의 방역 정책에 환멸을 느껴 어떻게 하든 중국을 벗어나려고 해외 유학이나 혹은 이민을 고려하게 되었다.

홍콩 명보의 보도에 의하면, 상하이 봉쇄 기간에 이민을 상담하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일부 학부모들은 국제학교 교사들이 중국을 떠날 것을 우려해 미리 이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합작 자산관리회사 비안궈지(彼岸国际·Beyond International)에 따르면 기존 고객은 주로 컨설팅·투자 고객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이민을 문의하는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CEO) 잔후이민(詹惠敏)은 “현재 미국 투자 이민 프로그램(EB-5 비자)의 대기줄이 길어서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B-5 비자는 최소 90만 달러(약 11억 7천만 원)의 투자가 요구되는 이민 프로그램으로 부유한 중국인들이 많이 신청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이민’ 검색량은 4월 대비 300% 증가했다. 또 베이징이 상하이를 제치고 이민 검색량이 가장 많은 도시로 부상했고, 이민 목적지로 가장 많이 검색된 나라는 호주, 미국, 캐나다 순이었다.

룬과 룬쉐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해외 이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지난 5월 23일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이 “불필요한 출국을 엄격히 제한하고, 출입국 증서 비준과 발급을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발표하여 룬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사업이나 유학 등 긴급한 이유로 출국해야 하는 경우에 한해 특별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따라서 현재 유학 이민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1년 7월 중국 정부의 ‘솽젠(双减, 의무교육 단계의 학생 과제 부담과 방과 후 사교육 과외 부담 감소)’교육 정책이 유학 이민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6일 제로 코로나 정책과 교육 규제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중국 내 국제학교 현황을 고발했다. 주중 영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외국인 교사 60%가 올해 중국을 떠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립 국제학교와 외국인 국제학교 등 총 600여 개의 학교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 이들 학교의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는 초·중생 자녀와 함께 부모가 MBA 유학을 내세워 이민을 준비하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요한 역사의 변곡점마다 중국인들이 대대적으로 해외 이민을 떠났다. 1989년의 ‘톈안먼(天安门) 사태’ 때와 1997년의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에도 그랬다. 그리고 2018년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조항 폐지’를 통해 장기집권을 노리는 개헌을 했을 때도 이른바 ‘출국열(出国热)’이라고 하는 해외 이민과 유학 러시가 일어났었다. 최근 중국에 또 한 번의 출국열이 불고 있다. 2022년 중국 정부에 의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상하이와 베이징 등을 비롯하여 여러 도시들이 봉쇄되자 중국 사회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또다시 해외 이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중국 내부에서 이러한 룬쉐가 유행하는 것은 단순하게 제로 코로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올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 이어 중국 사회가 갈수록 전체주의화하는 것을 우려해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룬쉐 현상이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탈출하는 룬은 어느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중상층 이상의 사람들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하는 한 중국 이민 중개업자는 홍콩 명보에 “상하이 봉쇄 기간 접수된 이민 자문이 평소 10배로 증가했지만, 봉쇄가 풀린 뒤 평소 수준을 회복했다”며 “지난 2020년 우한 봉쇄, 2018년 3월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 폐지 당시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민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 이민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숨기고 있다”면서 “이민을 떠난 많은 이들이 과거와 이별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힘들게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계속 도시를 봉쇄하고 사람들의 자유를 구속한다면 중국인들의 탈출 욕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https://baijiahao.baidu.com/s?id=1732543413749065959&wfr=spider&for=pc
https://zhuanlan.zhihu.com/p/501567454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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