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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2  통권 238호  필자 : 김영철  |  조회 : 2774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일강춘수(一江春水, River of Salvation)》
-마스크를 벗는 자유를 기다리다

이 영화는 1990년대 베이징(北京)사범대학교에서 각색과 연출을 전공한 가오치성(高启盛 1972-)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자, 여성영화이다. 주인공 룽제(蓉姐) 역을 맡은 리옌시(李妍锡)는 2021년 제15회 FIRST 청년영화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30여 세의 룽제는 미혼으로 19년 전 고향을 떠나 후베이(湖北)의 스옌(十堰)에서 발 마사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삶의 유일한 희망인 남동생 샤오둥(小东, 祝康笠 분)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직장에서 온갖 설움을 참으며 샤오둥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바치지만 샤오둥은 누나의 지갑에 손을 대고, 학원에 다닌다는 핑계로 누나에게 용돈을 받아 쓰며 여자친구와 놀러 다니면서 허송세월한다. 

룽제는 남동생에게 여자친구 아징(阿静, 杨佩琪 분)이 임신한 사실을 듣는다. 아징이 샤오둥에게 자신이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징은 임신했다는 말에 책임을 회피하고 유약한 모습을 보이는 샤오둥에게 실망하여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샤오둥이 어쩌면 과거 룽제와 남자친구 사이의 아들일 수 있다는 복선을 깔았다. 샤오둥은 떠나버린 아징을 찾아 나선다. 샤오둥의 이런 행동은 룽제의 과거 무책임한 남자친구와 구분된다. 

룽제는 17살의 아징에게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아징이 자신보다 더 강인한 여성이라고 여긴다. 룽제는 어린 나이에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홀로 외딴 지역으로 떠나와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숨긴 채로 살아왔다. 룽제는 과거 남자친구가 좋아하던 만두를 다시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룽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하고 인내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기만하거나 농락을 하면 그들과 단호하게 결별을 선언했다. 발 마사지 숍의 단골 톈(田) 씨 아주머니는 룽제에게 전신 마비로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면 자신이 소유한 집을 주겠다면서 유혹한다. 룽제가 일하는 발 마사지 숍의 사장 자오싼창(赵三强, 陈传凯 분)은 노년 여성에게 100위안을 주고 룽제와 결혼을 반대하는 자신의 어머니 역할을 하게 했다. 룽제는 톈 씨 아주머니와 자오 사장과 결별하였다.

룽제가 발 마사지 일을 그만두자 남동생은 배달 일을 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시작한다. 룽제는 남동생과 동료 진화(金花, 刘君 분)와 이별하고, 19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에 온 룽제는 자수를 결심하고 경찰서에 간다. 룽제는 14살 때 전통 희곡 예술학교에 다닐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다. 임신 이야기를 들은 남자친구가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의심하자, 룽제는 벽돌로 남자친구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남자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한 룽제는 고향을 떠나 남방의 작은 도시로 와서 왕단(王丹)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샤오둥을 키우면서 힘겹게 살았다. 하지만 경찰은 과거의 남자친구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해준다.

룽제는 평소에 사람들에게 자신이 자외선 과민성 피부염을 앓고 있다고 말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랬던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와 언니 집 부뚜막에서 마침내 마스크를 벗어 던져 불태워 버렸다.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중국 전통 희곡을 좋아했지만, 고향을 떠나고 나서는 노래조차 맘껏 부르지 못했다. 

룽제는 한겨울 숲에 눈이 수북이 쌓여 있어 먹을 것이 없는 사슴들에게 먹이를 준다. 이 순간 그녀는 과거 남자친구에 대한 원망과 성장한 남동생(배신한 남자친구의 아들?)에 대한 양육의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일강춘수(一江春水)로 봄의 강물이란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서 중국의 유명한 시와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송나라에 멸망한 남당(南唐)의 마지막 군왕 이욱(李煜, 937-978)은 사(词) 〈우미인(虞美人)〉에서 “임의 시름이 얼마나 되나요? 동쪽으로 흐르는 봄의 강물과 같아요(问君能有几多愁? 恰似一江春水向东流.)”라고 읊은 적이 있다. 망국의 설움을 봄물에 비유한 이 시는 중국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또 중일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일강춘수향동류(一江春水向东流)》는 1947년 상하이(上海)에서 상영하여 3개월 동안 70여만 관객을 모으고 1949년 이전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였다. 

위의 예로 든 명시와 영화는 봄물을 국난 속의 인생을 말하는 데 반하여 가오치성 감독은 개인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오 감독은 봄물은 불어나 천천히 흘러서 고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거센 물결과 소용돌이를 겪었으나 보이지 않을 따름이며 여주인공이 겪는 굴곡진 인생과 같다고 말한다. 

영화는 “살기 위해서 죽도록 열심히 일한다” “힘껏 살아보기”를 힘주어 말한다. 룽제는 남동생에게 발 마사지를 해주려고 약재로 달인 물을 준비해 놓고 처음에 발을 담그면 뜨겁지만, 천천히 참고 견디면 온몸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인생을 뜨거운 약탕 물에 발을 담그는 것에 비유했다. 인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인생 역경의 막다른 길목에서 희망이라는 반전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의 반전은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 기 드 모파상 (Guy de Maupassant, 1850∼1893)의 《목걸이 (La Parure)》 등 미국과 유럽의 명 단편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6분은 여주인공이 오랫동안 짓눌렸던 죄의식과 인생의 굴레를 떨쳐 내고 자유를 만끽한다. 바로 마스크를 벗어 던져 버리는 그 순간이다.

중국 평론계는 이 영화를 여성범죄 영화로 규정한다. 억압받는 여성과 세상의 모든 약자가 어둠의 세력에서 벗어나 자유를 구가하길 기원한다. 영화의 영문 제목은 ‘구원의 강(River of Salvation)’이다. 이 영화가 삶의 끝자락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에게 전하는 구원의 희망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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