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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2  통권 238호  필자 : 왕빈  |  조회 : 2727   프린트   이메일 
[선교나침반]
권력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시진핑 지고 리커창 뜬다?” “리커창, 시진핑과 권력 경쟁? 중국에 ‘习下李上’ 퍼져간다” “리커창 인민일보 1면인데 시진핑 11면…中 권력투쟁설 무슨 일”

지난 5월 말 국내외 언론들이 중국 최고 지도부 상황을 놓고 이런저런 기사를 쏟아냈다.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정책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 간 갈등이 슬금슬금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서 비롯된 듯하다. 심지어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등의 일부 대학가에서 강화된 학교의 방역정책에 항의하면서 “타도 형식주의” “타도 관료주의”를 외쳤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민심이반 또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국외의 과도한 상상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3월에 개최된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경제 하방압력 심화, 미중 갈등의 장기화, 코로나19 등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해 ‘경제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올해 경제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사회주의 발전 2단계(두 번째 100년 목표) 추진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에 집중한 반면 올해는 코로나19에서부터 경제 회복 및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14차 5개년 규획의 중점 업무와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는 해가 될 것을 전망됐다. 중국 정부는 ‘안정 최우선, 안정 속 성장’을 거시경제정책 핵심기조로 정하고 재정지원 확대, 소비·투자 증진, 국내외 공급망 안정, 신(新)성장동력 발전 등의 경제 운영전략을 세웠다. 경제성장률 목표는 5.5% 내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과 제로 코로나 시행 등으로 올해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액(GDP)은 전년 동기대비 4.8% 증가한 27조178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경제성장률은 4분기 만에 반등했지만 목표인 5.5% 내외에는 못 미친 것이다. 1〜2월 주요 실물경제 지표 모두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가 3월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 경제의 주축인 서비스업과 소비는 주요 도시 봉쇄 조치가 잇따르며 소상공인과 근로자의 수입 감소로 이어져 소비 활력을 떨어뜨렸다.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 기반은 내수다. 지난해 중국 GDP에서 내수 기여도는 65.4%에 달했다. 내수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0년 8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리 총리는 지난 달 25일 31개 성·시 간부와 2844개 현(县)급 간부 등 10만 명을 소집해 ‘전반적인 경제 안정’을 주제로 한 화상회의에서 “6월까지 모든 조치를 취해 경제 회복을 쟁취하라. 경제는 경제만이 아닌, 중대한 정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962년 마오쩌둥(毛泽东)이 소집했던 ‘7000인 대회(확대 중앙공작회의)’에 빗대 ‘10만인 대회’로 불렸다. 지난 2020년 2월 시 주석이 간부 17만 명을 화상 소집했던 회의에 이은 두 번째 큰 규모였다. 리 총리는 “4월 이후 고용, 산업 생산, 전력, 화물 운송 지표가 뚜렸이 낮아졌다”면서 “일부 분야의 어려움은 코로나19 충격이 심했던 2020년보다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31개 지방 정부 가운데 12곳에 감찰 팀을 투입해 정책 이행을 감독하겠다며 “지방 정부는 경제를 발전시켜 부를 만드는 중요한 책임을 지고, 국토도 지켜야 한다. 두 난제를 끊임없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 상반된 입장의 기사와 평론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리 총리의 10만인 대회를 1·4면에 싣는 반면 경제 위기론을 부정하는 시 주석 노선을 11면에 실은 것이다. 

5월 들어 리 총리의 언론 노출이 과거에 비해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인민일보 5월 14일자 2면에 리 총리의 9000여 자 연설이 뒤늦게 실린 데 이어 17일과 18일자 1면에 시 주석의 기사가 사라지고 서열 2·3·4위인 리커창·리잔수(栗战书)·왕양(汪洋)의 동정만 게재됐다. SNS를 도배한 리 총리 현장 영상이 인기를 증명했다. 리 총리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목한 것은 외신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 “한정(韓正) 부총리가 리창(李强) 상하이 당서기 퇴진을 요구했다”며 상하이 봉쇄로 ‘시진핑 사단’이 위기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 “시 주석의 정책에 대한 당 내 불만이 확산 중”이라며 ‘리커창 대망론’에 군불을 땠다. 중화권의 한 트위터는 내부 수뇌회의에서 ‘리의 부상과 시의 퇴조(李上习下)’를 결정했다는 괴소문까지 유포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코로나19로 상하이(上海)가 봉쇄되고 원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중국 인터넷 공간에는 중국 경제의 황제로 불렸던 94세의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의 사진과 영상이 소환됐다. “나는 당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말도 꺼리지 않을 것”이란 주룽지의 1987년 상하이시장 취임식 연설과 1988년 상하이에 유행한 간염을 극복하는 과정을 서술한 주룽지의 글이 나돌기도 했다. 당 내 원로들이 시 주석을 3연임을 비판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당 중앙판공청 명의로 발표된 ‘은퇴 간부의 당 건설 업무에 관한 의견’ 문건은 “간부를 역임한 당원이 은퇴는 했지만 계속 당의 말을 듣고 당과 함께 가야 하며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정국 구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국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즉, 시 주석의 실각 내지 영향력 추락과 같은 관측 내지 추정은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리 총리 표 소신 발언’, 즉 상하이 봉쇄 이후 제로 코로나 부작용을 언급했다고 해도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자로 등극하도록 허락한(?) 중국공산당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그 어떤 상황도 시 주석의 3연임을 막을 절대변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격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두 사람 간의 경쟁은 2010년대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리 총리는 내년 3월 양회를 끝으로 퇴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을지라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이상의 자리를 꿰차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의 모습은 국가주석과 총리 간의 전통적인 역할로 회귀 가능성을 잠시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마오쩌둥 이래 국가주석이자 당 총서기로서 시진핑의 전무후무한 권력 행사를 막을 수 있는 어떠한 세력도 없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시진핑을 가능케 한 것은 내일의 강력한 중국을 만들기 위해 과거와 다른 절대자에 대한 절대 필요에 동의한 중국공산당 내 세력 간 합의가 전제됐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국가 핵심이익과 그에 따른 정책에서 어느 정도 미세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경천동지할 급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독교를 비롯한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5대 종교에 대한 정책 또한 변화하기 어렵다. 법치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종교정책은 시진핑, 리커창 등 특정인의 바람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전제로 한 중국 최고 지도부의 합작품이라고 여겨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교회나 한국교회를 비롯해 해외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끊임없이 언급하지만 기독교와 복음의 본질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교회다움, 기독교인다움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순절 성령의 강림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이 주님에 대한 감사와 열망,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이 각각의 헌신과 열매로 이어졌듯이 중국교회와 중국기독교인들은 부족한 가운데서도 그 너머를 바라보는 일상의 여유와 과거보다 강화된 복음대로 살아내기가 필요하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을 점령하는 데 있지 않다. 하나님 나라는 주님의 초림을 통해 이 땅에 이뤄질 수 있는 일차적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주님의 재림을 통해 종국적으로 완성될 것이다. 올가을부터 내년 3∼4월까지 중국은 새로운 정치시즌을 맞이하기에 중국교회와 중국기독교인들은 낮은 데로 임해야 한다. 예배의 감격을 유지하고 하나님 말씀에 대한 갈망을 갖고 삶으로 그 말씀을 살아내려는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삶이 팍팍해진다고 해도 매일의 감사를 잊지 않는 기독교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비기독인들에게는 또 다른 신선함으로 보일 것이다. 국가는 국가대로의 사명과 중국공산당은 대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시대적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면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더 이상 배척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가 ‘시진핑의 족적’이라는 제목으로 시 주석의 인생, 업적을 소개하는 연재를 게재하고,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이 퇴직 간부들에 대해 “당 중앙의 정책 방침에 대해 함부로 논평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확대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 시 주석의 3기는 이미 시동을 걸었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들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 머지않아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리 총리보다는 새롭게 구성될 정치국의 모습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올가을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진위가 확인되지 않거나 현실성이 크지 않은 수많은 예측과 억측이 중화권 및 서구 언론들을 중심으로 남발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를 비롯해 세계교회는 사회주의 최강국을 꿈꾸는 중국에서 언제든지 통할 수 있는 교회와 기독교인의 본질을 잘 보여주도록 중국의 형제자매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필요를 중국 상황에 맞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애써야 한다. “중국 정치는 절차와 과정의 불확실성을 이용해 결과의 확실성을 보장받는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중국교회와 중국기독교인들이 걸어가야 할 길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왕빈 | 중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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