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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2  통권 238호  필자 : 강진구  |  조회 : 3351   프린트   이메일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중국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

가상화폐는 일장춘몽(一场春梦)인가?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한국의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가 폭락하면서 중국의 가상화폐규제 정책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중국은 아예 가상화폐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고, 발생하더라도 수면 위로 떠오르기가 쉽지 않다.
  
지난 5월 13일, 상장폐지 조치가 내려진 뒤 루나 가격은 0.006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하루 전보다 99%가 떨어졌다. 버려진 휴지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내 투자자 수만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는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119달러까지 오르며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안에 들기도 했었다. 이로 인해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천억 달러, 약 258조 원 이상이 증발했는데, 가상화폐의 선두주자인 비트코인 또한 이 영향으로 2020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2만6천 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가상화폐의 폭락을 막을 방법을 제시하기는 고사하고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일반 주식시장의 경우 특정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거나 이상 거래 등이 감지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고 주가조작 행위 등이 있었는지 조사·감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와 관련한 가상자산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사태에 대한 동향만 파악할 뿐 루나와 연계된 테라 플랫폼을 조사·감독하거나 자료를 요구할 권한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관한 법률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코인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고 정부가 개입할 근거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거래량 기준으로 상위 8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등록 폐지를 당한 암호화폐 수는 541종에 달했다. 누구나 플랫폼이나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는 국내에서 그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내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가상화폐를 규제한 중국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미래의 기술로 선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기술 개발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관련 거래는 엄격히 제한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은 현재 해킹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서 다양한 변용이 가능하여 미래의 일상을 지배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비트코인의 열풍은 곧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증명한 까닭에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중국 정부이지만 블록체인 기술만큼은 탐을 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2017년 중국 정부는 중국 내 금융기관과 결제업체들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당시에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관련 규제요건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일부 은행에서 개인 계좌를 이용해 거래를 해왔었다. 그러다 4년 후인 2021년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든 거래를 금지했다. 

흥미롭게도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기 시작한 첫 번째 시도는 환경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60∼70% 채굴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채굴과정에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소모되었다. 채굴이란 컴퓨터를 통해 복잡한 연산을 풀어내는 과정이다. 연산을 풀면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 1개가 주어진다. 즉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빠른 시간 안에 채굴이 이루어지려면 고성능 컴퓨터 수백 대가 동원되기도 한다. 

인민은행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가상화폐 거래 관련 통지문을 보면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는 금융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둘째는 코인 채굴 시 발생하는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다 보면 전기세 폭탄을 맞을 수 있으며, 셋째는 달러에 맞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로 지적한 금융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음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부유층들이 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에 재산을 빼돌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바로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까닭에 비밀스럽게 거래가 가능하며 외부에 노출될 염려도 없어서 가장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부자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중국 정부는 인민은행을 통해 ‘예약 면담(约谈)’이란 이름으로 시중 대형은행들과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付宝·알리페이) 법인 관계자들을 불러 사전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공식적인 코인 채굴 금지는 채굴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쓰촨(四川)성까지 적용되면서 사실상 중국 내 가상화폐 채굴장은 대부분 운영이 중단되었다. 비밀스럽게 코인을 채굴할 수는 있어도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장의 90%는 폐쇄된 것으로 중국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 코인의 60∼70%를 담당했던 중국의 채굴 산업이 위축된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채굴을 활성화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 팀이 세계 각국의 비트코인 채굴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개발한 ‘비트코인 채굴 지도’를 보면 중국 정부의 채굴 금지 이후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은 35.4%로, 단일 국가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자흐스탄이 18.1%로 뒤를 이었고 과거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의 점유율은 0.0%로 추락했다. 

중국은 미래에도 암호화폐를 포기할 것인가?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한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위안화를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달러와 같은 세계적인 기축통화로 사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달러 거래가 중지되고 그에 따른 디폴트(Default), 즉 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한 것을 보면서 중국 정부는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국의 통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이 앞으로 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암호화폐 시장을 완전히 폐쇄하는 데 주력하는 일이다. 중국은 미국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1, 2위 규모를 다투고 있었다. 중국이 암호화폐의 공식적 거래를 차단한 이후 그 여파는 고스란히 세계의 암호화폐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거기다 최근 한국의 경우처럼 하룻밤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 높은 시장의 특징은 외국과 연대하여 암호화폐 사용을 중지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것은 디지털 위안화를 안정시킨 후 중국 정부 주도의 암호화폐 시장을 형성하는 일이다. 즉 중국 정부의 지원과 통제를 받는, 그러나 형식적으로 민간주도의 암호화폐를 만들어 미래의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하려들 가능성이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중국이 가진 디지털 기술력과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본력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잠재적 사용 인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암호화폐가 일확천금을 노리는 현대인의 투자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경제성장이 예전과 같지 않고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중국 사회의 현실에서 살아있는 불씨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점은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든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우상이 된 암호화폐의 속성은 기독교가 경계해야 할 모습이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일은 증권투자와는 본질이 다르다. 산업을 움직이는 생산적 가치가 암호화폐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정상적인 취업을 통해서 집 장만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은 현대인의 마음을 암호화폐 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일확천금, 돈벼락 맞기를 기대하는 심리를 어찌 이길 수 있으랴! 우상의 유혹은 모세의 기적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 송아지를 만들었던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에서(출 32장) 보듯 매우 강하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비하여 섬길 수 없는(눅 16:13) 가치관을 가진 기독교로서는 암호화폐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는)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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