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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3  통권 237호  필자 : 강진구  |  조회 : 2771   프린트   이메일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디지털 위안화 시대를 준비하는 중국

국제통화의 중심이 되고 싶은 중국
지난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VISA 카드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오랫동안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활동해온 VISA 카드는 올림픽 기간 중 경기장과 선수촌 내에서는 결제수단으로 현지 화폐와 VISA 카드만을 사용해온 것이 오랜 관례이자 계약조건이었지만, 중국은 자국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위챗페이(웨이신, 微信支付)와 알리페이(즈푸바오, 支付宝)를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적인 결제수단으로 시범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매우 감소하는 바람에 VISA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외국 선수단과 올림픽 관계자 등으로 극히 제한되어 있었지만, 공식 스폰서가 갖는 홍보의 이점을 살리지 못해 속앓이를 해야했다. VISA 카드는 현금 사용 외에 다른 카드나 결제수단에 대해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한다는 조건으로 거액의 후원금을 IOC에 지불한 상태였지만 중국의 막강한 시장을 놓칠 수 없고 정부의 입김을 우려하여 이렇다 할 항의도 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끝내야 했다.

그런데 정작 VISA 카드의 고민은 올림픽 기간에 제대로 된 홍보나 자사 카드 사용을 침해받았다는 데 있지 않았다. 앞으로 중국 내에서는 기존의 신용카드 대신 전자결제 시스템을 장악하게 될 거대한 공룡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 그것은 디지털 위안화였고 중국이 꿈꾸는 미래의 금융결제 시스템은 세계를 향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한 중국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인 디지털 위안화(e-CNY)는 중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정식으로 발행하는 법정화폐다. 기존에 나와 있는 ‘전자지갑’의 형태와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먼저 주요 앱스토어에서 디지털 위안화 앱 다운을 받는다. 신규가입자의 경우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아이디 및 결제 비밀번호를 설정한 후 운영 기관을 선택하면 된다. 현재까지 디지털 위안화 운영이 가능한 은행은 중국의 국유 은행 6곳(공상·농업·중국·건설·우정·교통은행)과 알리바바의 인터넷 은행 마이뱅크(왕상은행·网商银行), 텐센트 인터넷 은행 위뱅크(웨이중은행·微众银行), 자오상(招商)은행 등 총 9곳이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추진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가 제시한 이유가 다르고 외부 세계에서 바라본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잘 된 나라다. 거지도 현금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의 앱을 사용한 모바일 상거래가 일상화하여 있다. 물건을 사건 식당에서 밥을 먹건 소비자는 휴대전화에 깔린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네모난 격자 모양의 QR코드를 스캔한 뒤 금액을 입력하고 끝으로 비밀번호를 넣으면 결제가 끝난다. 한국에서처럼 카드 결제기가 없어도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할 만큼 중국은 모바일 결제가 이미 일상화하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내외적인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는 디지털 위안화가 지폐와 동전의 일부를 대체하는 데 따른 경제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실물화폐를 인쇄하거나 제작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오래된 지폐는 폐기하고 새로 제작해야 하는데 그 지폐의 수가 대륙의 인구를 생각할 때 엄청난 양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금 사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세균에 오염된 지폐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현금 사용을 극히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위폐를 방지할 수 있는 점도 정부가 인민을 상대로 디지털 위안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 중국은 위조지폐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다. 그것도 위조지폐가 ATM기에서 나올 만큼 정교하기까지 하다. 2020년 10월에는 광둥(广东)성 후이저우(惠州)시 통후(潼湖) 일대의 공장에서 위조지폐 수천 장을 쌓아 둔 은닉 창고가 공안에 적발된 일이 있었다. 창고 주인은 2018년부터 자신의 아들과 함께 공동으로 이 공장을 운영해왔다. 당시 발견된 수천 장의 100위안짜리 위조지폐들은 1장당 6∼7위안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위조지폐 피해자는 주로 외국인들이다. 외국인들은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주로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모든 돈의 흐름을 보고 싶은 정부
대외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디지털 위안화 정책의 이유는 중국 정부가 돈의 흐름을 통제하고 싶다는 데 있다.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게 될 경우 정부로서는 재정정책을 세우는 데 정확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돈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그것에 맞춰 통화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며, 인플레이션의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여 그에 대한 대비도 미리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뿐일까? 
  
중국은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였지만 정부가 자본의 흐름을 놓쳐서는 기업이나 인민에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통화의 흐름을 알게 되면 재정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때 얻은 정보의 효용성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에 우리는 보다 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앙 정부가 통일성을 가지고 전체 중국을 움직이려면 중앙 정부는 지방 정부와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이념만으로 국민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마오쩌둥 시절의 실패를 통해 지금의 정부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자본주의 경제를 맛본 중국인들을 과거 빈곤했던 시절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쟁체제를 통해 경제를 굴리면서도 언제든지 핸들을 통해 방향을 조종하고 브레이크와 가속 패달을 통해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통제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개인이나 지방 정부의 경제활동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사용 내역은 언제든 추적이 가능하며, 보조금이나 사업비를 제공할 때도 필요한 곳에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민간기업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어 온 디지털 결제 시스템 또한 디지털 위안화 시스템 안으로 통합된다면 민간기업이 소유했던 금융정보들은 고스란히 중앙 정부의 손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금융정보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동의를 하지 않는 대신 디지털 위안화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적법한 법정 화폐임을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밖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국가 간의 벽을 넘어서 시장과 금융이 서로 얽혀있는 세계에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정책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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