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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  통권 67호  필자 : 한영  |  조회 : 2595   프린트   이메일 
[중국 탐구]
천하의 비경(秘境), 지우짜이꺼우를 가다

동화의 세계 지우짜이꺼우
아무리 여러 번 다녀봐도 갈 때마다 새롭고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함부로 안다 말할 수 없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미처 몰랐던 수많은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 중국이다. 그 넓은 대륙의 곳곳에 숨겨진 비경(秘境)은 그 수를 헤아리는 것만도 벅차다. 그 중에서도 중국 서남지역 쓰촨(四川)성에 위치한 지우짜이꺼우(九寨溝: 구채구)는 그 비경 중의 으뜸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중의 하나로, ‘중국의 알프스’, ‘동화의 세계’라 불릴 만큼 이름 높다. 중국인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최고라고 추천할 정도이다.

‘9개의 티벳 마을이 있는 계곡’이란 뜻에서 유래된 지우짜이꺼우는 쓰촨성 청뚜(成都)에서 12시간 동안 해발 3천m가 넘는 험준산령을 넘어야 갈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공항도 철로도 없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이동하는 버스로 가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다. 대부분 황룽(黃龍)을 경유하는 3박 4일의 코스이며, 가격은 교통비, 숙식비, 입장료 포함하여 한화 10만원 정도이다(성수기 10, 11월에는 훨씬 비쌈). 그나마 97년에 도로가 생기면서 이 정도로 편한 여행이 가능해졌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항건설 계획도 세웠지만,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염려 때문에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늘 성황을 이룬다. 특히 단풍과 설산(雪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최고 절경의 시기인 10월과 11월에는 일일 수용인원 8천 명인 지우짜이꺼우에 2만여 명 가까운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오가는 길이 불편해서인지 외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으며, 더욱이 한국인들에겐 꾸이린(桂林),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 등에 비해 아직 낯선 곳이다. 하지만 중국에 펼쳐진 하나님 창조세계의 위대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곳이다.
 

감춰진 ‘알프스’로 가는 길
쓰촨성 청뚜에서 북쪽으로 440여 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지우짜이꺼우로 가는 길은 청뚜시를 출발해 조금씩 높은 곳으로 올라가 해발 3,650m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지우짜이꺼우의 평균 해발도 2.020m에 달해 한라산보다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있는 셈이다. 꼬불꼬불 산허리를 감고 오르는 자동차 길은 아찔하면서도 진기한 장관을 눈 앞에 펼쳐 보인다. 쓰촨성의 80% 이상이 산지로 되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사진으로만 보던 유럽 알프스의 절경이 바로 중국 안에 펼쳐져 있었다. 8월 말이었지만 높이 솟은 산봉우리는 만년설로 뒤덮여 있었으며, 산허리를 두르며 엷게 퍼져 있는 구름은 신비감을 더한다.

병풍처럼 사방을 두른 산의 엄청난 기세 앞에서 여행자는 인간 존재의 한계와 보잘 것 없음을 인정하며 겸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어떤 다른 민족들보다 깊은 종교성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장엄한 자연을 창조하신 분이 바로 유일하신 참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분의 광대하심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처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라고 고백한 시편 기자의 말처럼, 나를 제압하는 수많은 인생의 산 앞에서, 나의 도움이 되신 여호와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요 힘이 되는지 마음 깊은 속에서 벅차오르는 감사의 찬양을 드렸다.
 

하나님의 걸작품
이른 아침, 지우짜치꺼우로 들어가는 입구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지우짜이꺼우가 일반 관광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공원 안에 들어가면 특수연료를 사용하는 환경보호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장실과 식당을 제외하고 경내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이 부과된다. 나무를 꺾는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당연히 금물이며, 물빛이 곱다고 함부로 손을 담그거나 물고기에게 먹이를 뿌려도 200위안(元)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공원 곳곳마다 감시원들이 지켜 서 있을 정도로 중국 정부는 철저하게 관광자원을 보호하고 있었다. 만약 이런 정책이 없다면, 수천 년 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지켜진 원시삼림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금방 훼손되었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처음 보이는 것은 눈이 부시도록 푸른빛의 호수였다. 이곳을 다녀 온 사람은 다른 곳의 물은 안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신비한 빛깔은 보는 이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엽서나 잡지에 실린 사진도 너무 예뻐서 감탄을 했었는데, 실제로 본 호수의 색깔은 뭐라 표현할 말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신기했다. 푸른 잉크를 물에 풀어놓은 듯한 진한 남색부터 비취색, 연두색, 하늘색 등 오색빛깔의 영롱한 물빛에서 위대한 예술가 하나님의 솜씨를 볼 수 있었다. 이 세상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 한들 저러한 색을 만들 수 있을까? 지우짜이꺼우에는 모두 114개의 호수가 있는데, 각각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가장 큰 호수는 해발 3,010m에 위치한 창하이(長海). 깊은 곳 수심이 40m에 달하며 산과 안개로 둘러싸인 이 호수는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웅장하다. 창하이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해발 2,600m 지점에 작고 아담한 ‘우차이츠(五彩池)’가 있는데, ‘Multi colorful Lake’라는 영어명 그대로 선명하고 다채로운 푸른빛을 내뿜는다.

지우짜이꺼우는 물과 바위, 산, 그리고 각종 동식물들이 너무나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과 산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를 흐르는 푸른 빛 물, 또 그 물과 어우러진 초록빛 나무, 깊은 곳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물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떼까지, 마치 낙원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또한 지우짜이꺼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진경이 폭포이다. 17개의 크고 작은 폭포에서 맑고 깨끗한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폭포 너머 저 멀리엔 바로 이 물의 수원지인 만년설로 뒤덮인 설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워낙 풍경이 아름답다 보니 세세대대로 내려오는 전설도 다양하다. 가장 유명한 전설은 기묘한 호수와 관련하여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신선과 선녀의 사랑이야기다. 푸른 하늘에 살고 있는 신선이 정성들여 겨울을 만들어 애인에게 선사했는데, 그녀가 실수로 거울을 땅에 떨어뜨려 118개의 조각으로 흩어졌고, 바로 그것이 ‘비취호수(翠海)’라 불리우는 오색의 호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전설이 아니더라도, 지우짜이꺼우는 마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신선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태고적 신비의 깨끗함,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산 속 마을에도 바깥 세상의 물은 흐른다
쓰촨성 아바짱족창족자치주에 속해 있는 지우짜이꺼우현에는 짱(藏)족, 창(姜)족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다. 물론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많은 한족들이 들어와 수십 개의 호텔, 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알록달록한 전통의상과 장신구를 걸친 짱족들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더욱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짱족 마을 집집마다 세워져 있는 길고 알록달록한 깃발이었다. 라마불교를 믿는 이들은 결혼, 죽음, 탄생, 사고 등 집안에서 생기는 일들을 이 깃발에 기록하고 매일 영혼에 대한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라마기는 색상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흰색은 깨끗한 마음을 뜻하는 구름을, 붉은색은 태양, 푸른색은 하늘, 황토색은 땅을 뜻하며 녹색은 나무를 나타낸다.

라마불교 사원에서 본 짱족들은 여름인데도 차가운 기온 탓에 야크털로 짠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손에든 ‘마니’를 돌리며 걷고 있었다. ‘마니’란 원래 사원 앞에 비치된 ‘옴마니반메훔’이란 불교의 진언이 적힌 커다란 원통을 가리키지만, 그것을 막대기에 매달아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한 휴대용 마니도 있다. 마니를 돌리는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씩 웃으며 포즈까지 취해준다. 하지만 사진을 찍자마자 돈을 달라고 달려드는 그에게서 조금전 보았던 ‘경건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행지로 가는 길에 흥미로웠던 것은 소수민족들의 집집마다 하얀 위성 안테나가 달려 있는 것이었다. 위성방송이 발달한 중국에서는 산골마을 사람들도 위성안테나를 통해 중국 각지의 방송뿐만 아니라 해외 위성방송까지 시청할 수 있다. 이들이 경제가 발달한 외지의 문화를 접함에 따라 상대적 빈곤감을 더 심각하게 느낀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우짜이꺼우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과 과일, 야채 등을 팔거나 사진촬영을 위해 전통의상을 빌려주어 돈을 버는 소수민족들이 많다.

지우짜이꺼우를 떠나는 길에 우리가 탄 버스는 짱족 의상을 입은 아가씨 두 명을 태워주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태워주는 데 대한 보답으로 티벳 전통민요를 불러주겠다고 하였다. 아주 높은 음조에 특이한 가락의 노래를 몇 곡 부르더니, 이번에는 남자가 자신의 노래에 대한 답가를 불러야 할 차례라고 했다. 우리 팀 중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푸젠성 남자가 유행가를 불렀다. 아가씨의 재치있는 입담과 노래솜씨에 우리 모두는 매료되었고, 결국 이 아가씨의 요청에 의해 차에 있는 모든 여행객들이 노래 한 곡조씩 부르는 등 분위기는 매우 흥겨워졌다. 그러자 이 아가씨, 곧바로 묵직한 가방에서 목걸이, 팔찌 등을 꺼내더니 자기 가족들이 직접 만든 장신구라며 손님들에게 살 것을 권유했고, 함께 차에 탔던 한족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 아가씨가 권하는 그 조잡한 장신구들을 샀다. 정말 탁월한 장사수완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관광 개발은 이 오지 산골마을에도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었다.
 

여행의 보너스, 다양한 중국인들과의 만남
이번 여행의 즐거움은 지우짜이꺼우 자체의 매력에 있기도 했지만, 또 하나는 전국 각지에서 온 중국인들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는 사실이다. 필자와 한 차를 타고,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은 베이징, 푸젠(福建), 후난(湖南)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출신지에 따라 쓰는 말도 달랐고, 대여섯 살짜리 어린이부터 고등학생, 청년, 신혼부부, 30대 젊은 부부, 노인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면, 요리 한 접시에 모든 사람의 젓가락이 다 들어가 휘저으며 먹은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중국인들의 엄청난 돈 씀씀이였다. 여행비만도 일반 서민들의 한달 치 월급에 가까운 액수인데, 기념품 상점에 들릴 때마다 척척 물건을 사는 이들을 보면서 부유해진 오늘의 중국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중소도시에서 가족끼리 철강업을 한다는 30대 젊은 부부는 한 개에 30만원이 넘는 수정 장신구를 아이 것까지 식구 수대로 샀다. 오히려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가난한 외국인 여행자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들과 함께 하는 3박 4일 동안, 책과 신문을 통해 접했던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었다.
 

※지우짜이꺼우로 가려면
지우짜이꺼우로 가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이다. 청뚜에서 가는 방법(12시간 소요)과, 시안(西安)을 들러 광위안(廣元)에서 기차(10시간)로, 광위안에서 지우짜이꺼우까지 버스(10시간)로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 여행사들은 주로 시안을 통해 가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 영 /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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